총선 이슈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5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비후보자들은 등록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만 향후 지역구가 바뀔 수 있는 희한한 총선 앞에 유권자들은 마냥 혼란스럽다는 하소연과 볼멘소리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자신들의 세비 인상은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것과 달리 하대명년인 선거구 획정을 비롯한 선거제도 지연·방치를 일삼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총선을 앞두고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선거구 획정 여전히 미궁...'깜깜이 총선' 언제까지?

국회 본회의장 모습(자료사진)
국회 본회의장 모습(자료사진)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4·10 총선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이 여전히 미궁에 빠진 채 여야가 의석수 유불리를 놓고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이어가면서 급기야 협상이 중단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제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 논의가 중단된 후 아직 추후 일정이 없는 상태다.

설 연휴 전에 예정됐던 정개특위 여야 간사 간 비공개 회동도 중단돼 결국 선거구 획정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여야는 설 직후 양당 원내대표 회동 등 지도부 논의를 통해 서로 절충하는 합의안을 모색할 예정이었으나 합의안 마련에 실패하면서 깜깜이 선거를 방치한 셈이 됐다. 

지난 21대 국회도 선거구 획정을 선거일로부터 39일 전에 결정해 유권자들은 물론 정치 신인들을 불안과 혼란 속에 빠뜨렸다. 그동안 국회는 지난 제17대부터 21대까지 선거구 획정안 처리 결과를 선거일로부터 평균 38일 전에 의결했지만 공직선거법은 '선거구 획정을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국회의원 수당법)에 근거해 매월 수당과 여비 등을 세비로 받는다. 게다가 ‘2024년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기준’에 따르면 올해 의원 연봉은 2023년보다 1.7% 오른 약 1억 5,700만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의원 자신들의 연봉은 신속하게 인상하면서도 정작 선거제도는 꾸물거리며 법정 기한을 훨씬 초과시키는 것을 관례처럼 여기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선거제도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정치 불신과 혐오를 부추겨 선거 참여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국회 스스로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는 지난해 12월 5일 부산(북구·강서구), 인천(서구), 경기(평택시·하남시·화성시) 등 6개 지역구를 늘리고 전북을 비롯한 서울(노원구), 경기(부천시·안산시) 등 6개 지역구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북·경기 부천 지역구 '감석' 놓고 여야 팽팽한 '신경전'

국회의원 배지(자료사진)
국회의원 배지(자료사진)

하지만 전북과 경기 부천 지역구 감석을 놓고 여야가 다른 입장을 보이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용납할 수 없는 편파적인 획정안'이라면서 오히려 서울 강남과 부산 지역구 감축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전혀 다른 입장이어서 대치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전북의 경우 인구 기준 하한선에 미달된 익산시갑과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선거구는 축소·조정이 불가피하다. 인구수 하한(13만 5,521명)으로 인해 일부 지역과의 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맞게 된 전북지역 선거구는 현재 익산시갑(12만 9,153명), 남원·임실·순창(12만 9,776명), 김제·부안(13만 968명) 등 3곳에 해당되기 때문에 인근 선거구와 합병되거나 조정될 운명에 처했다. 

이에 민주당은 인구 하한선에 미달된 김제·부안, 남원·임실·순창 2곳에 대한 재조정 작업을 통해 전북의 기존 10석을 유지하겠다는 목표지만 분구 등을 통한 선거구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존 선거구를 중심으로 출마 준비를 해 온 일부 예비후보들은 지역구도 모른 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깜깜이 선거에 대한 하소연을 이어가고 있다. 

선거구 획정안대로 전북의 선거구 축소 조정으로 의석이 1석 줄어들게 되면 거센 반발과 함께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게다가 비례대표제를 놓고 여야는 힘겨루기를 벌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특히 ‘위성정당’ 창당을 놓고 서로 네탓을 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바람에 선거구 획정도  덩달아 지연되는 모양새다. 

전북 선거구 조정·혼란 불가피...비례대표제·정당구도 개편 등 '3무' 변수  

앞서 획정위는 재외선거인 명부 작성 시작일인 오는 2월 21일을 선거구 획정 ‘데드라인’으로 제시했지만 여야 대치 상황이 길어지면서 결론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는 역대 총선 관련 선거구 획정이 18대 총선의 경우 선거일 47일 전, 19대 44일 전, 20대 42일 전에 이뤄졌으며 21대는 선거를 한 달 남짓 남겨둔 39일 전에 확정됐다는 점을 내세우며 샅바 싸움과 힘겨루기를 반복적으로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신당 창당에 따른 정당구도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이른바 ‘3무(선거구·선거제도·정당구도) 깜깜이 선거’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의석수 감석이란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전북 정치권은 전주시을 지역구에 대해 민주당이 전략지역으로 분류해 놓고 공천 방식까지 결정하지 않아 더욱 불안한 선거가 진행 중이다. 현재 이 지역구는 6명의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등록만 한 채 속을 태우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가 돼야 선거구가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에선 하필 민주당 전략지역구인 전주시을에 가장 많은 10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해 난립한 상황이다. 11일 현재 민주당 6명, 국민의힘 1명, 진보당 1명, 자유통일당 1명, 무소속 1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채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주시을 지역구와 달리 인근 전주시갑의 경우 국민의힘 1명, 무소속 1명만이 등록해 전혀 상반된 분위기여서 유권자들은 '이상한 선거가 전주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김제·부안, 남원·임실·순창 지역구 변화 예고...깜깜이 속 유권자·후보자 ‘불만·불안' 호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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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 유권자들은 더욱 헷갈려하고 있다. 인구 하한선에 미달된 김제·부안과 남원·임실·순창지역은 재조정 시 인근 정읍·고창과 완주·진안·무주·장수 등의 지역구로 흡수·통합될 가능성이 예측되면서 유권자들은 깜깜이 선거를 호소하고 있고 예비후보들도 불안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 지역 일부 유권자들은 “지역구 후보자가 정확히 누군지도 모른 채 선거를 치르라는 말이냐”며 “국회가 선거구 획정을 이토록 미루는 것은 국민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가운데 전북지역은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1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전북지역 총선 예비후보자는 모두 46명으로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많은 32명, 자유통일당 4명, 무소속 4명, 국민의힘 3명, 진보당 2명, 녹색정의당 1명 순이다. 민주당 예비후보가 절반이 넘게 몰릴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군산시와 남원·임실·순창지역은 현재까지 민주당 예비후보들만이 등록된 상태여서 이대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사실상 당선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여기에 설 연휴 이후 민주당 후보가 속속 결정되면 대부분 선거구에서 대적할 만한 상대 후보를 찾기 힘든 형국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맞서 설 연휴 기간에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를 표방하는 4개 세력이 통합에 합의하면서 당명을 ‘개혁신당’으로 정하고 세력을 더욱 키워나갈 것으로 보여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심의 양당 구도에 파급력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어 개혁신당 등 앞으로 이어질 신당 창당이 이번 총선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거구가 빨리 확정돼야 선거운동은 물론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그동안 국회는 지난 제17대부터 21대까지 선거구 획정안 처리 결과를 선거일로부터 평균 38일 전에 의결해 선거구 획정이 얼마나 늦게 처리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자신들의 연봉은 일사천리로 셀프 인상해 빈축을 사고 있다. 

국회의원 연봉 1.7% 오른 1억 5,700만원...“세비 삭감 공수표, 선거법 지연 한심” 비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사진=국회사무처 제공)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사진=국회사무처 제공)

국회사무처가 지난 1월 공고한 '2024년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 기준'에 따르면 올해 국회의원 연봉은 2023년보다 1.7% 오른 약 1억 5,700만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1,300만원가량 오른 세비가 올 1월부터 지급됐다. 국회의원 연봉은 기본급인 ‘수당’에 휴가비 등의 ‘상여금’, 특활비 등이 속한 ‘경비’로 구성된다. 

그런데 올해 국회의원이 받는 일반수당은 월 707만 9,900원으로 지난해(690만 7,300원)보다 2.5% 상승한 수준이다. 관리업무수당도 63만 7,190원으로 1만 5,000원가량 올랐으며 매달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도 1인당 785만 7,090원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9,430만원에 달하는 액수다. 일반수당 상승에 따라 당해 1월과 7월에 지급되는 정근수당은 690만 7,300원에서 707만 9,900원으로 상승했으며 상여금 명목으로 정근수당 707만 9,900원, 명절휴가비 849만5,880원 등을 포함하면 연봉으로 약 1억 5,690만 860원에 달한다.

인상된 국회의원 세비는 21대 의원들 뿐 아니라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22대 의원들에게도 적용된다. 여기에 구속된 국회의원도 특별활동비를 제외한 나머지 인상된 연봉을 그대로 받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인상으로 여야가 공약으로 내건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중의 세비 반납'과 '구속 기소 시 세비 지원 금지' 등 정치개혁 공약이 공수표로 돌아갔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대해 총선을 앞둔 유권자들 사이에는 “‘세비 삭감’ 주장은 허언에 불과한 채 일사천리로 자신들의 세비를 셀프 인상한 꼴”이라며 “그러고도 선거구 획정 등 선거제도 개편은 선거 시기가 임박하도록 방치해 한심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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