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청룡(靑龍)의 해 갑진년(甲辰年) 설을 맞았습니다. 용(龍)은 상상의 동물이지만 동양의 고대문명에서는 사방을 수호하는 사신(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중의 하나이며, 또한 사방을 수호하는 신령스런 동물인 사령(용, 봉황, 거북, 기린) 중의 하나로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 용과 거북은 사방을 수호하는 사신(四神)과 사령(四靈) 양쪽에 걸쳐서 등장할 정도로 우리 민속에서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겼습니다. 상상 속의 동물 용(龍)은 서양 고대 설화에도 등장하는데 용(龍)에 대한 인식과 취급은 동양과 확연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사양의 용, 즉 드랜곤(Dragon)은 성경에서 악과 어둠을 상징하며 인간에게 고통과 공포를 가져다주는 사탄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동양에서 용은 위엄있고 신성한 영물로 구름과 비를 부르는 신령스런 동물로 인식되고 또한 용안(龍顏, 임금의 얼굴), 용상(龍床, 임금을 상징하는 의자), 곤룡포(袞龍袍, 용 문양을 수놓은 임금의 옷) 등의 용어를 보면 용은 임금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동서양의 차이를 쉽게 말하지만 서양에서는 ‘드래곤(용)을 때려잡는 인물’이 영웅으로 묘사되지만, 동양에서는 ‘용과 같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영웅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같은 지구촌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문화의 토양 위에 형성된 전통문화라 동서양이 이렇게 달라도 어느 편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현재 동양에 형성된 용의 문화는 불교가 탄생한 인도에서 ‘킹 코브라’ 같은 커다란 뱀인 ‘나가 무찰린다’가 중국으로 들어와 뱀의 형상을 가진 신령한 용(龍)으로 변한 거라고 합니다. 인도불교에 등장한 ‘나가 무찰린다’가 동남아시아에서는 물의 신 ‘나가’의 모습으로, 그리고 한.중.일 동아시아에서는 ‘용(龍)'의 모습으로 형상화된 셈입니다. 그리고 불가의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법을 지키는 '호법용'으로 나타납니다.
용(龍)이 우리 동양의 역사에서 신령스럽게 여겨졌던 이유는 물과 비 그리고 구름을 관장하는 상징성 때문에 만물 생성의 근원이며 모든 생명체의 근본이 된다는 믿음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먹고, 씻고, 요리하면서 항상 사용하는 물은 우리 곁에서 흔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중요하게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 몸의 70% 이상이 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구 표면의 70% 가량이 물로 덮여 있어 수많은 생명체가 물과 산소에 의지해 살아갑니다.

그만큼 물은 지구와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특히 금년은 ‘갑진년(甲辰年)’으로 ‘청룡(靑龍)’의 해라고 합니다. 청룡(靑龍)은 사방을 수호하는 사신(四神) 가운데 하나로 동방을 수호하는 신성한 용으로 봄날 해가 동쪽에서 떠올라 나무를 푸르게 하듯이 만물의 성장을 책임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용은 우리말로 ‘미르’라고 한다는데 이는 '물'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또한 우리가 은하수를 ‘미리내’라고 부르는데 ‘미르의 시내’ 즉 용천(龍川)이란 말입니다. 그만큼 과거 우리의 역사에서 용왕 신앙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청룡(靑龍)의 해 갑진년(甲辰年)을 맞이하여 나라의 안녕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소망을 빌어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