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의 '의학 에세이'
이제 뇌와 척수의 초고해상도 3차원 이미지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모든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모습이 지도처럼 펼쳐져 모든 연결 부위의 유형과 연결 강도를 추정할 수 있다.
중추신경계 및 말초신경과 근육 사이를 연결하는 뇌신경과 척수신경도 그대로 보존된 상태이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환자의 뇌와 신경계를 로봇 몸체와 연결시킬 수도 있다. 생각한 대로 움직이는 신체를 갖게 되는 것이다. 보아라, 그대는 영생을 얻었도다!
정말 그럴까?
뇌를 디지털로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곧 우리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한 가지 학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실행에 옮겨보기까지는 모든 것이 추정에 불과하다. 물질을 초월하는 생명의 본질이 따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인간을 복제하려는 시도 자체를 헛된 노력일뿐더러 기괴하고 터무니없는 일로 여길 것이다.
미리 유언장을 써두지 않은 50세 여성이 갑자기 심한 뇌졸중을 일으켰다고 해보자. 그녀는 남은 삶을 사지가 마비된 채 반식물인간 상태로 살아야 한다. 평소에 명시적으로 원했더라도 이제 정상적인 마음을 업로드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 그녀는 종종 사지마비 환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폐렴이나 기타 감염에 걸리기 쉽다. 아니나 다를까, 몇 년 후 그녀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된다. 남편은 그런 상황에서 아내가 평화로운 죽음을 택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딸이 심각한 인지적, 신체적 장애를 겪고 있음에도 마인드 업로딩을 고집한다. 비록 장애상태지만 여전히 딸의 삶은 소중하며, 마인드 업로딩을 하지 않는 것은 살인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남편과 부모는 모두 주치의를 찾아가 자신들의 소원대로 해달라고 매달린다. 의사와 병원은 법적으로 궁지에 몰린다. 아내가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죽음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마인드 업로딩을 통해 생물학적 죽음을 재촉한다면 의사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한다. 그렇게 하면 영원히 심한 장애상태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마인드 업로딩을 거부한다면 의사를 살인 혐의로 고발하고, 병원은 장애인을 차별했다는 이유로 고소하겠다고 알려왔다.
결국 사건은 법정으로 간다. 양쪽의 주장을 들어본 판사는 환자가 사전에 유언장 등을 통해 의향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으므로 모든 결정은 생명을 ‘구하고’ 향후 장애를 교정할 수 있는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방향으로 내려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는 마인드 업로딩을 명령한다.
환자의 마음은 업로드된다. 이제 남편 곁에는 뇌졸중을 일으키기 전의 아내와 조금도 닮지 않은 마음을 지닌 로봇이 덩그러니 남았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적 조정이 가해졌지만 로봇의 마음은 여전히 심한 장애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남편은 여생 동안 로봇을 보살펴야 한다.
그 역시 마인드 업로딩을 선택한다면 의문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이제 그는 장인, 장모와 의사, 병원을 상대로 정서적 고통을 포함하여 삶이 완전히 망가진 데 대해 고소를 제기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아내의 불행을 고통스럽게 상기시키는 로봇을 없애버리고 자기 삶을 살아가는 것뿐이다. 하지만 로봇은 법적으로 완전한 인격체로 인정되므로 동력을 끊는 것은 살인으로 간주된다.
2000년대 중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테리 스키아보 사건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바탕으로 상상한 시나리오지만, 미래에는 현재 생각할 수도 없는 생명윤리적 딜레마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마인드 업로딩을 통해 살아 있을 때의 의식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의 특징을 일부만 지닌 매우 복잡하고 기능적인 로봇이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로봇들은 사회에서 어떤 권리를 갖고, 어떤 역할을 할까? 모든 사람이 마인드 업로딩 권리를 가질까? 살인을 범했거나 기타 반사회적 성격을 지닌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로봇이 기능 이상을 일으킨다면 전원을 끌 수 있을까? 로봇이 스스로 전원을 끄고 기능을 멈추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문은 끝이 없다. 현재 우리가 목전에 닥친 급박한 현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돌이켜볼 때, 이런 의문에 답해볼 엄두라도 내려면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과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강병철(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