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새해 들어 한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연말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이 ‘투 코리아’ 발언을 한 데 이어 ‘전쟁 피할 생각 없다’고 하는가 하면 북한 헌법에서 ‘통일’ 등의 단어를 빼겠다고 했다. 또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이어 순항미사일도 발사했다.
이에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전쟁 이후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현재 한반도에 대해 진단해 보고자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와 지난 28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전혀 출구와 대안 안 보이는 강대강 치닫는 한반도...굉장히 위험한 상황”
- 최근 북한이 미사일을 쏘며 도발하고 있는데 현재 한반도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금 상황은 근래 최악의 상황이죠. 미국에서는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전쟁 이래 가장 전쟁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어느 시점만큼 더 위험하다라거나 덜 위험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근데 하여튼 김정은 위원장 시대 들어서도 가장 어렵고 최악인 상황으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우리가 2017년에 전쟁 직전까지 간 거로 아는데, 그때보다 더 안 좋은 거예요?
“기준을 어떻게 놓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지금 양쪽이 다 양보할 생각 없이 끝까지 가고 가보자고 하는 상황이어서 조금 더 위험한 것 같긴 해요. 2017년도 같은 경우 우리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응을 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확실히 열어놓은 게 있었죠. 그러나 지금 같은 경우 전혀 출구와 대안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죠.”
- 갑자기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뭘까요?
“갑자기는 아닐 거고 몇 년간 데 누적이 된 건데요. 북한 같은 경우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대화에 대해 미련이나 최소한 남은 희망을 버리고 각자 갈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인 거죠. 그리고 우리도 새로 들어선 정권에서도 조금 남북 관계 정상화라고 하는 명분 아래 대화보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다 보니까 굉장히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거죠.”
- 일부에선 미국 대선 겨냥한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던데.
“그게 부차적 목표는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북한이 미국 대선이라고 하는 걸 주요 목표로 삼아서 지금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고요. 북한은 북미 대화나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서 활로 모색하기보다 자기 시간표대로 핵무장력 기르는 게 지금은 자기들에게 유익하다고 판단하고 극한으로 지금 치닫는 상황인 거죠.”
- 미국은 북한이 안중에 없는 건가요? 아무 반응이 없잖아요.
“맞아요. 관심이 별로 없는 거고요. 북한이라고 하는 나라는 자기들에게 중대 변수라기보다도 혐오의 대상 그리고 처벌의 대상이란 인식이 미국 조야에서는 다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계획된 전쟁보다 예상치 못한 확전이 상당히 우려”

- 이스라엘-팔레스인 전쟁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는 상관없는 건가요?
“지금 말씀하신 대로 중국 그리고 러시아, 이스라엘 하마스가 더 큰 일이죠. 북한은 오히려 관심을 끌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고요. 그렇다고 지금 북한이 계획된 도발을 일으키거나 계획된 전쟁을 일으킨다는 게 북한 정권의 합리적인 선택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죠. 그러다 보니까 북한이 정권 종말을 각오하고 계획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 지금 전쟁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제가 보기에 계획된 전쟁 가능성은 낮아 보여요. 그러니까 서로 양측이 극한으로 각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오히려 전쟁이 안 일어나거든요. 그런데 느슨한 상태에서 우발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게 확전이 되는 거죠. 지금 강대강 국면에서는 계획된 전쟁이 벌어지기 힘들 것 같고 우발적인 상황도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긴 할 겁니다. 근데 문제는 사건이죠. 우발적인 상황이 관리 안 된 상태로 스파크가 튀었을 때 이거는 우발적인 상황이고 실수라고 서로 확인 할 수 있는 핫라인 자체가 없는 게 예상치 못한 확전이 될 수 있는 것 때문에 그게 상당히 우려스러운 거죠.”
- 김정은 위원장이 전쟁 피할 생각 없다고 했잖아요. 북한은 전쟁을 준비하는 건지 아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요?
“워딩을 잘 봐야 되죠. 그러니까 ‘전쟁할 생각이 있다.’는 거와 ‘전쟁 피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 건 굉장히 큰 차이가 있죠.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 전쟁 준비한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보면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할 생각은 없다고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전제를 깔고 계속 얘기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만약에 적이 먼저 침공해 왔을 때 피할 생각이 없고 전쟁 준비돼 있다는 맥락이기 때문에 전쟁을 먼저 하겠다고 하는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언명하진 않죠. 그리고 전쟁을 먼저 했다고 했을 상황에 한미 정상이 재작년부터 정권 종말이라고 하는 단어를 아주 공공연하게 쓰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역풍이 불어올지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잘 알고 있거든요. 전쟁을 먼저 하겠다는 생각 감히 하지 못할 겁니다.”
- 그러면 이렇게 말한 의도가 뭘까요?
“몇 가지 요인이 있을 건데 러시아하고 지금 군사적인 협조가 이루어지는 상황이잖아요. 그리고 중국과도 교역도 재개가 되고 남북 관계 개선이나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해서 제재 완화 이끌어내는 것보다 단기적으로 어쨌든 경제적인 출구도 하나 모색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기는 자기 시간표대로 또 핵무장력 강화시켜 나가면서 다음 단계에서 미국과 남한 상대하고 하는 데 힘을 축적하는 게 필요한 거죠. 그래서 대내적인 결속과 다음 단계로 나가기 전까지 지금 군사적인 대결 구도 속에서 최대한도로 무기 개발하고 국방력 강화해야 되는 게 있는 거죠. 그러고 나서도 외부적으로도 미국이나 남한에 밀린다는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는 전혀 없는 거죠. 강한 언사를 통해서 대외적으로도 힘 과시하고 대내적으로도 결속 도모할 수 있는 걸 만들어 나가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술에서는 지금 필요한 국면이죠.”
- 그럼, 이건 어느 정도 북한 내부용인가요?
“그렇죠. 대내 군사적인 결속을 계속 다지는 건 김정은 때뿐만 아니라 김정일 김일성 때부터 늘 계속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북한처럼 만성 부족에 시달리는 국가에서는 내부의 위기를 밖으로 돌릴 외부의 위기가 늘 필요한 건데, 거기에 딱 맞게 지금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죠.”
"중국 혹은 러시아의 입장, 중대 변수"
- 김정은 위원장이 투 코리아 발언 했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이건 김정은 위원장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건데요. 과거 선대에 만들어 놓은 건 연방제 얘기를 할 때 1민족 1국가기 전부였단 말이에요. 근데 각 사회주의 제도와 정부 그리고 또 자본주의 제도화 정부 해서 1민족 1국가 2 제도 2 정부 하던 건데 이게 아니라 그냥 2정부를 김정은 때는 현실적으로 다른 제도 정보 가지고 있으면 다른 국가라고 하는 걸로 특수관계 부정하고요. ‘지금은 남한하고는 뭐 할 생각이 없다. 거래할 생각이 없고 자기는 앞으로도 전혀 통일 얘기할 생각이 없다’라는 걸 명시적으로 얘기한 거고요,
또 하나가 뭐가 있냐면 이게 새로운 두 개의 국가라는 효과를 창출하는 것도 있겠지만 짧게는 코로나 전후부터 펼쳐져 왔던 사실상 분단국으로서 각자 갈 갔던 상황을 확인하는 효과가 조금 더 좀 커 보여요.
선언을 통해서 지금 남북 관계가 잘 되고 있다가 갑자기 개성공단이 폐쇄가 되고 금강산 관광이 중단이 되고 판문점에 회담을 매일 하던 게 갑자기 중단되는 게 아니라 어차피 몇 년 동안 지금 안 되고 있던 상황을 김정은 위원장 입장으로 확인한 거죠. 그리고 당분간은 남한 정부하고는 할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건데요. 제가 보기에 김정은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방식이 꼭 재벌 회장님 같은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수익이 나지 않는 건 과감하게 구조조정 지시를 내린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럼 다른 말로 하면 뭐냐 나중에 수익이 나고 상업성이 있어 보인다 얼마든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남북 간 단절이 된다는 건 아니에요. 북한은 일방적으로 선언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걸 받아들이진 않고 있는 분위기죠.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분단의 영구 고착으로 간다라고 단정적으로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 이달 셋째 주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넷째 주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순서도 의미 있을까요?
“순서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 기술적으로 준비된 것들을 계속 시험 발사하고 수정 보완하고 하는 거라고 봐야 될 것 같아요. 극초음속 미사일 먼저 발사하고 순항 미사일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보다도 자기네들은 뭐든지 준비가 되고 어느 단위에서든지 간에 계속 기술적으로 보완이 되고 시험 발사할 단계가 되면 계속하는 거죠. 그런 걸로 봐야지 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올해 7차 핵실험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전술 핵무기를 다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7차 언젠가 핵실험 하긴 해야 될 거예요. 근데 7차 핵실험을 어느 시기에 해야 하는지는 정치적인 의미도 고려 해서 날짜를 계산하긴 할 거예요.아마 미국 대선이 있는 올해도 굉장히 중요해요. 7차 핵실험 한다는 얘기는 한 재작년부터 계속 얘기가 나왔던 거거든요. 그동안은 코로나 상황이나 북·중 교역 재개 문제나 이런 변수들을 지나가면서 아직 하지 않고 있었던 건데요.
그동안에 북한은 다른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다가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전술 미사일들에 탑재해서 쏠 수 있는 소형의 전술 핵 탄두 능력 입증해 보이는 7차 핵실험을 아마 미국 대선 전후 특히 대선 이후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아요,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들어설 때 자기들을 최우선 의제로 올리기 위해서는 더욱더 고도화된 핵 능력 선보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이 대선 이후가 7차 핵실험의 적기로 북한도 고려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중국 혹은 러시아의 입장이 중대 변수여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7차 핵실험 올해도 안 하고 유예될 가능성도 역시 높아 보입니다.”
“대북정책, 상황에 따라 대증요법만 쓰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
- 우리 정부 입장도 중요할 거 같아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뭐가 있는 건지 아니면 아무것도 없고 강경 발언만 하는 건가요?
“상황에 따라서 대증요법만 쓰는 것 같아서 안타깝죠. 그러니까 대북정책이라고 하면 압박과 대화가 동시에 균형을 맞춰서 병행돼야 하는 건데 이게 상황에 맞춰서 대증요법을 하다 보니까 이게 압박이 거의 9가 돼버리는 것처럼 돼버렸잖아요. 대안과 출구가 안 보이니까 서로 계속 엇나갈 수밖에 없는 강대강 극한 대립의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대북정책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압박과 강경의 대북정책인데 이게 과거에 우리 정부가 그래도 보수건 진보건 할 것 없이 균형 잡혀서 상황 관리를 하던 모습들이 지금은 과거처럼 잘 안 돌아가는 것 같아서 그게 우려스럽긴 합니다.”
- 정부가 올 초 개성공단 지원재단 해체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북한과 같은 거죠. 공적인 영역을 책임지는 정부라면 당장 수익이 나거나 돌아가지 않는 곳이라도 의미가 있다면 유지해야 하는 게 역할이죠. 개성공단 혹은 금강산이라고 하는 건 통일이라고 하는 걸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 새로 플랫폼과 교두보로 삼아야 할 데 이거에 대해 상징적으로라도 남겨둬야 될 것들은 남겨둘 필요가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완전 해체가 아니라 아주 최소 한도의 유지로 거기에 어떻게 세금을 배분하고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상징적으로 유지하는 게 정부나 국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들인데 완전히 이렇게 끊어버리는 건 지금 북한 김정은이 하는 거와 비슷한 거죠. 김정은 이야기하는 거에 대해서 ‘우리는 그래도 통일을 포기하지 않고 민족의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나라이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우리 스스로 줄어들게 된 거죠. 만약 그러면 개성공단 없애고 이렇게 할 거면 이북 5도청 같은 것들도 같이 없애고 해야 된다고 국민들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나 실질적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국가의 목표 상 상징적인 기능이라도 유지해야 하는 정치적 고려나 판단에서 보면 굉장히 아쉬운 점이 많다고 얘기해야 되겠죠.”
- 올해 한반도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올해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무력 충돌 가능성이 어느 해보다도 높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리고 대화 가능성이라고 하는 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인 거고요. 올해도 작년과 비슷하거나 혹은 조금 더 악화된 상황에서 폐쇄적인 현상 유지가 계속되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