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124)

역사의 뒤안길로 잠적해 버린 가야 유민의 정착지는 어디에 있을까? 지리산은 모든 것을 품어내는 어머니라고 했다. 그래서 지리산 수호여신 성모는 천왕할매, 마고할매 같은 어머니 문화의 유전자를 가졌다. 삼한시대 진한에 멸망한 마한의 마지막 왕조는 지리산에 들었고 지리산은 그들을 품었다.
달궁의 이야기가 그 씨앗이다. 나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했던 사람 공동체들의 흔적 중 가야시대 사람들의 마지막 은거지가 궁금하다. 혹여 지리산이 그들을 품어 주지 않았을까? 30여년 전부터 시작된 그 의문은 발품을 꺼냈고 꼭 가야 할 곳을 찾아 다녀야 했다. 경상도 지방의 가야문화 유적지였다.

여러 개의 가야 사람 공동체가 있었다며 그 중심지의 고을 에서는 다양한 가야 문화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신라는 나라의 힘을 이웃 공동체들의 점령에 사용했고 그 틈바구니에 크고 작은 가야 공동체들은 하나둘씩 사라졌을 것이니 신라 사람으로 살자는 이들을 두고 긴 여정의 피난을 떠났을 가야 사람들의 종착지는 어디였을까?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아야 했을 가야 부족들의 피난 공동체를 받아 줄 곳은 첩첩산중 천혜의 요새 지리산 고원 분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리산 초입의 그곳이 어머니의 옷자락이니 지리산에 어머니의 품이 생긴 것은 그 때부터가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이 고을에서 다양한 지역의 유물이 보이고 있는 것은 그것의 답을 찾아가는 길의 이정표이리라. 멸망해 버린 가야 유민의 정착지 그 가설의 껍질을 벗겨보려는 발품이 나의 지난 세월 가야문화 탐방이었다. 지리산 아영가야여! 가야 집성체로 부활하라.
가야·백제·신라, 싸우다 죽은 세 나라 원수지간들도 훗날의 유물은 하나의 영혼탑으로 산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