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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전주을)이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려 강제 퇴장 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전국 이슈가 됐다. 이날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장에서 윤 대통령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동안 강 의원이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강제로 끌려나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중계돼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특히 전라북도가 지난 1896년 8월 4일 갑오개혁 이후 128년 만에 전북특별자치도로 바뀌는 역사적인 날에 벌어진 사건이어서 더욱 이목이 쏠렸다.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사별 의제설정 방향과 사설 논조의 온도차가 극심하게 엇갈렸다. 전북은 물론 서울 언론들은 주장이 두 부류로 확연히 나뉘었다. 지난 한주를 뜨겁게 달군 ‘강성희 의원 강제 퇴장과 대통령 과잉 경호’에 관한 서울 언론들의 주요 의제를 톺아본다. /편집자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역사적인 날, 전주지역 국회의원이 행사장에서 입막음 당한 채 대통령 경호원들에게 들려 강제로 퇴장 당한 사건과 관련 서울의 진보언론들은 사설에서 일제히 대통령의 과잉 경호를 비판하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 진심 어린 사과, 진상조사 후 재발방지 약속·책임자 문책 해야”

경향신문 1월  19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경향신문 1월 19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먼저 경향신문은 사건 다음날인 19일 사설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대통령 행사서 국정 비판한 진보당 의원 들어냈다니’란 제목의 사설은 “국회의원을 위압과 폭력으로 진압한 충격적인 사건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명백한 과잉 경호이고,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구태”라고 규정했다.

또한 사설은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독재를 넘어 황제가 되려고 하나’라는 강 의원과 야권의 규탄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야당·국회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집권 후 야당과의 협치·소통은커녕 툭하면 ‘종북 주사파’ ‘이권·이념 카르텔’로 공격하는 적대적 야당관을 보여왔다”고 부연했다.

이어 “시행령 통치, 거부권 행사로 국회를 무시하고 무력화하는 국정도 일상화했다. 그런데도 여권은 과잉 충성과 ‘용산 줄서기’ 경쟁에만 급급한 상황이다”고 비판한 시설은 “강 의원에 대한 강압적 대응은 윤석열 정부의 편협한 편가르기 국정의 후과라는 말인데 지극히 타당하고 일리 있는 지적이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말미에서 “민주사회에서 권력을 보호하는 힘은 국민들의 지지·관심에서 나온다. 거꾸로 말해 민심이 등을 돌리면 대통령의 안전과 권위는 힘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며 “이번 사건에 담긴 이 무겁고 엄중한 의미를 윤 대통령과 정부는 성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진상조사 후 재발방지 약속과 책임자 문책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도 아니고, 21세기에 공개행사장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놀라울 뿐”

한겨레는 20일 사설에서 역시 이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문은 ‘대통령 거슬리는 말 했다고, 국회의원 입 막고 끌고 나가다니’란 제목의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한 뒤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외치다 대통령 경호원에 의해 입이 틀어막히고 팔다리가 들려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가는 일이 벌어졌다”며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도 아니고, 21세기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공개행사장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고 전제했다.

이어 “비록 그 형식이 일반적이진 않다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가 민의를 전달하는데 ‘행사를 방해한다’며 마치 소란꾼처럼 취급한 것이다”는 시설은 “윤 대통령은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만류도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실은 ‘강 의원이 대통령 손을 잡아당기고 소리를 질러 경호상 위해 행위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또한 사설은 “그러나 대통령실이 제공한 영상을 보더라도 강 의원과 윤 대통령이 접촉한 시간은 매우 짧고, 강 의원이 인위적인 물리력을 행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경호원들이 제압에 나선 시점도 이미 윤 대통령이 강 의원을 지나 다른 참석자 3명과 잇따라 악수를 나누는 상황에서였다”고 지적했다.

“강성희 의원 행패, 국회의원은 물론 시민의 기본 소양조차 갖추지 못해...민주당 책임도 있다?”

문화일보 1월 19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문화일보 1월 19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사설과 달리 문화일보 사설은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19일 신문은 ‘대통령에 ‘의도적 행패’ 의원과 민주당의 무도한 두둔‘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전북 전주에서 18일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대통령 경호처 요원들에 의해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간 강성희 진보당 의원(전주을)의 행패는 국회의원은 물론 시민의 기본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행태다”교 리드에서 규정했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강 의원을 두둔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사실이다”는 시설은 “군소 정당 소속인 강 의원의 언동은 나름 의도한 것이겠지만, 제1 야당의 반응은 무도(無道)한 일이다”고 민주당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또한 “대통령 참석 행사가 아닌 일반 행사나 회의에서도 그런 몰상식한 언동을 하면 끌어내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 사설은 “ 강 의원은 대통령 손을 잡은 채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외쳤다. 대통령 손을 강하게 잡아끌기도 했다고 한다. 계속 큰소리로 소란을 피우자 경호관들이 격리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강 의원 및 일부 언론들이 밝힌 내용과는 다르다. 

더욱이 사설은 ”이재명 대표에게 사인 받겠다며 접근해 흉기로 목을 찌른 사건이 지난 2일 발생했다“며 ”강 의원이 마음만 먹었으면 더한 일도 저지를 수 있었을 것이다“고 밝힌 뒤 ”경호 요원이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함으로써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과잉 경호'를 오히려 두둔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이런 사람을 의원으로 만든 데는 민주당 책임도 있다“며 ”이상직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선거구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덕분에 당선됐기 때문이다“고 주장해 이번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관점에서 강 의원과 민주당을 호되게 질타한 반면, 대통령 과잉 경호의 정당성을 내내 강조했다.

”‘만의 하나’ 염두에 둔 경호원들 자극한 측면 있어...타이밍 놓친 뒷북 경호“

동아일보 1월 20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동아일보 1월 20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20일 동아일보는 사설 ’무례하게 도발한 의원이나, 입 막고 끌고 나간 경호실이나‘에서 양쪽 모두를 비판했으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먼저 ”강 의원의 행동은 전북 발전을 돕겠다며 축하하러 온 대통령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는 사설은 ”지난해 전주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그가 대통령을 손님처럼 맞았더라면 행사 취지에 맞았을 것이다“며 ”그런데도 간단한 수인사를 나눈 다른 내빈들과 달리 대통령 손을 유독 오래 잡았다“고 강 의원을 비판했다. 

이어 ”바로 곁에 있던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대통령이 계속 인사를 해야 하니 손을 놓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사설은 ”강 의원이 전주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과거 노동운동 때처럼 행동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며 ”강 의원은 부인하지만 그가 대통령 손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는 경호실 주장대로라면 ‘만의 하나’를 염두에 두는 경호원들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뒤 사설은 ”그렇더라도 경호실의 과잉 경호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며 ”공개된 영상 속 대통령은 강 의원에게서 3, 4m 멀어져 갔다. 경호 상황이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 의원이 소리쳤지만, 정치적인 주장일 뿐 위해(危害)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데도 끌어냈고, 경호원 1명이 입을 틀어막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사설은 말미에서 ”위해 가능성이 정말 있었다면 손을 잡았을 때이지, 몇 걸음 지나갔을 때가 아니다. 타이밍 놓친 뒷북 경호라는 말이 된다“며 덧붙였다.

”전북지역 언론들 사설 하나 없는 소극적 보도...지역 대표 일간지 전북일보 ‘소동’ 표현 눈길“

미디어오늘 1월 19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미디어오늘 1월 19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미디어오늘은 이번 사건과 관련 해당 지역인 전북 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면밀히 분석해 보도함으로써 시선을 끌었다. 19일 ‘전북 국회의원 ‘과잉 제압’ 논란, 정작 전북 언론은 소극 보도?‘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디어오늘은 ”전주을 지역구 강성희 의원이 전북지역 행사서 끌려 나갔는데 지역 언론의 사설 하나 없다“며 ”지역 대표 일간지인 전북일보는 19일 2면 하단 '강성희 의원 ‘강제 퇴장’ 소동'이란 기사에서 간단하게 다뤘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의 과잉 제압을 대통령실 입장에서 ‘소동’이라고 표현한 것도 눈길을 끈다“는 기사는 ”사설은 '전북자치도 성패 새만금 활성화에 달렸다', '전주 마이스복합단지 개발사업 속도 내길' 등 두 가지 모두 개발 사업 관련 내용이었다“며 ”전북이 주인공인 행사에서 전북 지역민의 대표가 끌려 나간 사건에 이와 같은 소극적 모습은 다른 전북 언론에서도 비슷했다“고 전했다.

”전라일보는 이날 1면과 2면에서는 출범식 관련 소식 등을 실었고 3면 하단에 대통령실 입장을 제목으로 뽑아 “강성희 퇴장, 경호상 위해행위 판단”이란 기사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는 기사는 ”전북도민일보는 강 의원의 이름을 기사 제목에 넣지 않았다“며 ”3면 '각계 인사 대거참석 ‘역사적 순간’ 함께'란 기사에서 ‘전북자치도 출범식 이모저모’란 부제를 달고 강 의원 과잉 제압 사건을 김관영 전북지사가 주민등록등본을 1호로 발급한 소식 등과 함께 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사는 ”지역방송 중에서는 민영방송사인 JTV(전주방송)에서 단신으로 이 사건을 다뤘다“며 ”가장 비판적으로 보도한 곳은 지역방송사인 전주MBC '사지 들려 끌려나간 ‘국회의원’…“대통령에 직언도 못하나”'와 지역 인터넷언론 전북의소리 '“국정기조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진다고 했더니 경호원들 달려들어 입 틀어막고 사지 들어서 끌어내”...강성희 의원 ‘전북특자도 행사장 강제퇴장 사태’ 파장 ‘일파만파’'였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기사는 ”전북지역 언론의 소극적인 태도가 강 의원이 끌려나간 이날 행사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며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앞으로 중앙정부의 다양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날 ‘소동’으로 정부 지원이 순조롭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정서가 언론보도에도 반영됐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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