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화 칼럼
#1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게 많은 열악한 전북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겪은 ‘강제 퇴장’의 수모를 보면서도 항변하지 못한다. 공무원들은 전북특별자치도에 정부 지원이 원활하지 못할까봐 불안해 한다. 지역 일간지들 보도를 보니 일부 언론은 "도청 공무원들은 이날 소동을 '옥의 티'로 꼽았다"고 한다. 참석한 사람들 중 항의하는 사람도 없다. 대부분 행정 쪽 종사자들이라 그랬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지역이라 그런지 행사에서 대통령이 이번 일로 불편해 하고 돌아갔을지 전전긍긍하는 기류가 많이 느껴진다.
지역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에서 끌려나가는 장면을 보며 지역민이 모욕감을 토로하는데 다수의 지역 신문이 대수롭지 않게 다루는 것을 보며 놀랍기도 하다. 민주주의, 시민 대표성, 공적 폭력의 과잉 등 제도적·민주적 가치가 무시된 점보다 지역 발전(각종 개발사업과 새만금사업 등)이 지역 엘리트들의 우선 순위라는 게 이번 사건을 다루는 신문 보도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일간지(전북기자협회 소속)의 인터넷 기사들과 노컷뉴스, 전북의소리, 전북의 지상파 방송3사 뉴스 제목을 살펴봤다. 방향성들이 확연히 다르다. 독자와 시청자들이 잘 보았으면 좋겠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 기사 검색 결과 이번 건을 보도하지 않은 신문사들도 있었고 어떤 방송사는 단신성으로 마무리한 것도 살펴볼 지점이다.
대통령 심기를 불편하게 한 괘씸죄라고 봐서일까. 행사에 방해된다고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치워버리는(?) 과잉 경호, 그래서 대통령 앞에서 목소리 높이고 손을 오래 잡으면 국회의원도 끌려나가는 나라에서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2
전주시장 선거 브로커에 연루되었던 지역 일간지 전 부국장급 기자가 1심 유죄 선고된 이후 항소를 했지만 2심에서도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17일 선고됐다. 그동안 지방선거 이후 계속해서 지역사회에서 감시하지 않으면 이런 기자들이 현장에 복귀하게 되는 것이란 점을 내내 부각시켜왔지만 '소귀에 경 읽기'만도 못한 듯하다.
해당 기자의 인맥과 광고영업 능력이 신문사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우위에 놓기 때문일까. 지금 많은 전북 일간지들의 경영진 마인드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가 내린 판시 중 인상 깊은 대목이 두고두고 뇌리를 맴돈다.
"피고인은 공정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공적 책임을 진 언론인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 20여년간 언론인으로서 모범적 생활을 했다고 주장하나 구태의연하고 왜곡된 정보력을 선거에 이용한 점에 비춰 원심 판결은 합당하다."
#3
한 지역 일간지가 신년 인사를 냈다. 그런데 집행유예 기간인 인물을 기자로 재채용했다. 그는 원래 이 신문사 출신이다. 전북기자협회 소속사란 점에서 전북지역 신문업계는 모범도 없고, 앞선 사례에서 배움도 없는 것일까. 문제의 기자가 복귀할 수 있는 것을 알면서 수용하는 지역신문사와 역시 문제를 용인하는 지역 동료 언론인들에 싸늘한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전북기자협회가 선제적으로 징계를 내렸다는 이야기도 들려오는데 집행유예 기간 동안만 자격정지하는 우스꽝스런 징계, 면죄부를 주는 것도 아니고 어색하기만 하다. 불과 수개월 전에 또 다른 지역 일간지가 김영란법 위반으로 형을 선고받았던 기자를 지역 주재기자(간부)로 채용했다가 거센 지역사회의 반발을 샀다. 그때는 최소 형 살고 나온 지 2년 이상 경과 했다는 핑계라도 있었다.
선거법 위반 유죄로 집행유예 기간도 끝나지 않은 자를 기자로 채용한 해당 신문사는 전북기자협회에 1년 회원사 징계 받았는데 재심을 청구했다고 한다. 별문제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언제까지 이런 판을 봐야하나. 기자협회나 동료 언론인들 차원에서 막을 수 있는 복귀 아니었나. 지역 사회를 얼마나 쉽게 보길래 이런 결정들을 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이런 곳에 지자체와 공공기관 홍보 예산 등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주화(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