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3년 전이었습니다. 2021년 1월 7일(한국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천 명의 성난 군중이 의회를 습격했습니다. 그들은 의회 경비의 제지를 무력으로 돌파하고 의회 안으로 쳐들어가 난동을 벌였습니다.
그때 미국 의회는 조 바이던의 대선 승리를 승인하는 절차를 밟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군중의 난입으로 말미암아서 급히 회의를 중단하고, 다수 의원이 방청석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들은 소요가 끝날 때까지 숨어서 벌벌 떨었다고 합니다.
수준 높은 지식인들 어느 나라보다 많은 미국...민주주의와 거리 먼 상황으로 내몰린 이유는?
사상 초유의 의회 침입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난동의 배후에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트럼프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고, 난동 사건을 일으킨 군중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합니다. 미국 공화당의 강력한 저항을 약체인 미국 민주당 정부가 뚫고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죠.
그날의 폭도들은 의회 난입 사건 1주년을 맞이하여, 영광스러운 거사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였습니다.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백악관에서 쫓겨난 트럼프는 여전히 '위대한 미국'의 꿈을 이루겠다며 차기 대선에 재출마할 기세입니다. 별다른 이변이 없으면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미국 정치는 정말 큰 문제입니다.
제가 보기에, 미국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위험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는 선거의 의미가 상실되어, 정상적인 정권 교체조차 어렵게 된 듯합니다. 대중 매체가 많으나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는 못하고,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상태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베끼기에 여념이 없었던 대한민국도 비슷한 상황이지요.
물론 미국의 강점도 여전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지식인이 이 세상 어느 나라보다도 미국에 많아요.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이 즐비하고, 교양 높은 시민들도 수십만 명을 헤아립니다. 우리나라도 상당히 비슷한 점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간단히 말하기는 어려우나, 제 소견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 점에서 문제의 근원을 찾을 수 있지 싶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아마도 실패한 정치가로 역사에 기록될 것

첫째, 사회경제적으로 볼 때 중하층에 속하는 대다수 미국 시민의 교양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 SNS에 범람하는 가짜 뉴스에 쉽게 속아 넘어갑니다. 상식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대중이 누군가에게 늘 조종되고 선동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하고 보니 우리나라의 사정도 비슷하군요.
둘째,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법과 제도가 낡아도 너무 낡았습니다. 십 년쯤 전의 미국 대선에서도 확인한 사실입니다만 선거에서 표를 더 많이 얻은 후보가 낙선할 수도 있는 이상한 제도입니다. 대통령 선거법 하나만 보아도, 미국은 참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나라입니다. 철저히 양당제 위주로 운영되는데 그마저도 합리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셋째, 자본주의의 성지(聖地)답게 미국에서는 자본의 폭력을 견제할 장치가 없습니다. 입법, 행정, 사법 기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의 조종에 끌려다니며, 쉽게 저항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 인재는 모두 자본의 핵심기관에 종사하고 있고요. 그래서 미국을 이끌어나갈 굵직한 대통령감도 없고, 유능한 상하원의원도 없어요. 말하자면 2류 또는 3류의 인적 자원이 정치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자본에 완전히 종속되기란 쉬운 일이고, 그래서 정치가 시민의 일반의지를 배반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다수 시민은 자국의 입법, 행정 및 사법 제도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정치가 시민들의 반(反)사회적인 성향을 키우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도 미국의 소수 지배 엘리트는 이처럼 위험한 사회적 변화를 못 본 것처럼 방관합니다. 여기서 심각한 질문이 생깁니다. 낡은 제도와 모순된 관행을 내버려 둔 채, 미국의 소수 지배층은 과연 언제까지나 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대로라면 아마 오래가지는 못하겠지요.
현재의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과연 21세기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미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을까요. 그는 분열된 미국 사회를 통합하고, 미국의 ‘현대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바이든은 과연 자본의 손아귀에 갇힌 미국이란 나라를 해방할 수 있을까요. 많은 의문이 제 가슴 속에서 뭉게뭉게 피어납니다. 지난 3년 동안의 행보로 미루어 볼 때 바이든 대통령은 아마도 실패한 정치가로 역사에 기록될 것 같습니다.
'미국 베끼기'에 여념이 없는 대한민국은?
그는 재선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에게는 개혁의 야망도 없고, 추진력은 더더욱 부족합니다. 그 사이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더욱 심해졌지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은 실패했고, 이란에서도 문제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에서도 문제는 더욱 커집니다. 단기적으로 보면야 미국을 대신해 홀로 세계를 지도할 만한 역량을 갖춘 나라가 없지요. 그러나 역사란 늘 변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연출되기도 쉽습니다.
한 마디로, 역사가인 제가 보기에 오늘날의 미국은 완전히 그릇된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아직도 미국을 절대적인 나라로 여기며 추종하기에 바쁜 바보들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보수 정당과 기득권층이 그러합니다. 그들은 미국을 베끼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윤석열 정권에 이르러 그런 짓은 정점에 달한 느낌입니다. 그러자 순조롭게 상승하던 국운에 먹구름이 끼고, 무역적자가 지난 한 해에도 100억 달러나 되었습니다. 이게 어디 가만히 내버려 둘 일입니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저는 궁금합니다.
/백승종 객원논설위원(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