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74)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은 형국이다. 현직 대통령이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막은 것은 처음이어서 야권에서는 규탄과 함께 '정권 퇴진을 벌이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적 권한을 사사로이 남용한 것이고, 공정하고 평등해야 할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 것"이란 비판이 높다. 그러나 서울 언론들은 다시 두 부류로 나뉘었다. 비판과 옹호하는 논조의 사설들로 확연히 구분됐다. 그런가 하면 각 지역에서도 연초부터 정치, 사회, 교육, 경제 등의 분야에서 많은 굵직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한주를 뜨겁게 달군 다른 지역 언론들의 주요 의제를 톺아본다. /편집자주


윤 대통령이 5일 이른바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데 대해 진보언론들은 “국민 다수의 여론을 무시하고, 헌법이 부여한 권리를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강도 높은 비판의 사설들을 내놓았다.

반면 일부 보수언론들은 “김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의 노골적인 총선 정략이다”며 “국민의힘이 나서서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것”을 요구하는 등 물타기에 나선 모양새다. 논조가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먼저 경향신문은 6일 사설 제목을 ‘윤 대통령 김건희 특검 거부, 사법정의 무너뜨렸다’로 뽑아 눈길을 끌었다.

[경향신문 사설] “대통령 부인, 더 이상 성역 아니다...권력 사유화한 대통령 용납하는 국민 어디에도 없어”

경향신문 1월 6일 사설 일부(홈페이지 갈무리)
경향신문 1월 6일 사설 일부(홈페이지 갈무리)

사설은 “윤 대통령은 취임 후 8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신중하게 행사해야 할 헌법적 권한을 빈번하게 행사한 것도 문제인데, 이번엔 배우자 비리를 비호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설은 “한보그룹 특혜대출 의혹(김영삼 전 대통령), 최규선 게이트 연루 의혹(김대중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은 가족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한 특검을 거부하지 않았다”면서 “주권자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은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위해 공정하게 국정과 사법을 운영해야 한다는 마지막 소명 의식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정반대의 길을 가려 하고, 이미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인은 더 이상 성역이 아니고 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을 용납하는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설은 “김 여사 의혹을 규명하라는 민심과 맞선 윤 대통령은 준엄한 비판대에 설 수 밖에 없다. 여야는 윤 대통령이 거부한 쌍특검법을 충분히 재의한 뒤 본회의에서 다시 처리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겨레 사설]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한 윤 대통령, 국정이 ‘배우자 방탄용’인가”

한겨레 1월 6일 사설 일부(홈페이지 갈무리)
한겨레 1월 6일 사설 일부(홈페이지 갈무리)

한겨레도 이날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한 윤 대통령, 국정이 ‘배우자 방탄용’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날선 비판을 가했다. “애초 검찰이 뭉개지 않고 원칙대로 수사해 처분했다면 특검까지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란 사설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설은 “윤 대통령은 취임 20개월 동안 4차례에 걸쳐 8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됐다"면서 "무엇보다 가족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데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설은 말미에서 “이해충돌 논란을 불사하며 ‘방탄 국정’을 노골화한 윤 대통령은 앞으로 법치와 공정, 상식은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선일보 사설] “김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의 노골적 총선 정략...한 위원장, 특별감찰관 추천을”

조선일보 1월 6일 사설 일부(홈페이지 갈무리)
조선일보 1월 6일 사설 일부(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전혀 다른 논조를 드러냈다. ‘한 위원장이 책임지고 특별감찰관 임명, 총선 후 특검 추진을’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신문은 “김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의 노골적인 총선 정략이다”고 규정했다. 

이어 사설은 “국민의힘이 먼저 나서야 한다”며 “지금 국민의힘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다. 한 위원장이 민주당 상관없이 국민의힘 차원의 특별감찰관 추천을 해야 한다”고 반전 분위기를 띄웠다. 또한 사설은 “본인이 언급했던 대로 총선 이후 여야 합의로 김 여사 특검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힌다면 많은 국민이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미에서 강조했다. 

[동아·중앙일보 사설] “특별감찰관 임명 서둘러야”...“민심 달랠 후속 조치 중요해졌다”

동아일보 1월 6일 사설 일부(홈페이지 갈무리)
동아일보 1월 6일 사설 일부(홈페이지 갈무리)

동아일보는 ‘제2부속실·특별감찰관으로 ‘특검 민심’ 돌릴 수 있겠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배우자와 친족 등에 대한 제도적 관리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며 “제2부속실 설치는 이와 같은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논의해 볼 수 있는 사안이지만 특검을 요구하는 민심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이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설은 “특별감찰관 임명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만큼 거부권과 무관하게 임명을 서두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에둘러 방향을 제시했다.

중앙일보 1월 6일 사설 일부(홈페이지 길무리)
중앙일보 1월 6일 사설 일부(홈페이지 길무리)

중앙일보는 ’반대 여론 무릅쓴 거부권, 민심 수습책 나와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거부권 행사 자체는 이해되는 측면이 있으나 다수 국민 여론에 비춰볼 때 아쉬운 결정이었다”며 “민심을 달랠 후속 조치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전남일보] "야만의 시대 '화해와 포용 DJ정신'이 그립다"

전남일보 1월 5일 1면 기사(지면 갈무리)
전남일보 1월 5일 1면 기사(지면 갈무리)

지역에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많은 관련 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뤄낸 대통령이자 민주화와 남북을 비롯한 국제 평화 증진,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에 헌신한 그의 생애를 조명한 도서와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등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더욱 조명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남일보는 5일 ‘야만의 시대 '화해와 포용 DJ정신'이 그립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시선을 모았다. “평화와 통합을 강조했던 ‘DJ정신’은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된 오늘날 국내 정치에서 반드시 되새겨야 할 덕목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기사는 “독재·군부정권의 그늘 아래 있던 호남의 희망이자 자부심이었던 김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호남을 비롯한 전국에서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펼쳐지고 있다”며 “올해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어느 때보다 화해와 평화, 통합을 강조한 ‘DJ정신’이 재조명되며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기사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곁을 지켰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김명진 전 김대중 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 김정현 김대중평화회의 홍보위원장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인터뷰에서 박 전 국정원장은 “살아계실 때와 같이 지금도 매일 아침 일정에 나서기 전 김대중 대통령과 대화를 한다. 내가 해야 할 언행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되는 현안에 대해 그분이라면 어떤 답을 내리실까 생각해 본다”며 “여야는 물론 같은 당내에서의 분열까지 심각한 상황에서 자신의 원칙만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과 국민을 끝까지 설득, 통합한 DJ정신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홍보위원장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가 어떻게 대한민국을 바꿨는지, 국민 통합의 정치가 어떤 의미인지 잘 생각해봐야 할 때”라며 “김대중 대통령을 기억하며 지혜를 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이러한 시대적 요청 속에서 그의 탄생 100주년이 국민들에게 각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 “경남도청·교육청 업무추진비 증빙, 검찰청 영수증과는 달랐다”

경남도민일보 1월 4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경남도민일보 1월 4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경남도민일보는 국민이 낸 세금인데도 단체·기관장 또는 공무원이 '주머닛돈'처럼 사용하는 업무추진비를 연속 추적·비교 보도해 눈길을 끈다. 4일 ’경남도청·교육청 업무추진비 증빙, 검찰청과는 달랐다-검찰, 하얀 장부‘의 기획기사는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의 업무추진비 명세서와 경남도청 및 경남도교육청 영수증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도했다. 

“<경남도민일보>는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에 업무추진비 상세 자료를 공개해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는 기사는 “도지사와 부지사, 교육감의 업무추진비 세부 지출 현황과 영수증을 각각 요구했는데, 검찰 주장처럼 오래된 영수증이 지워진 상태로 남아 있을지 궁금해 2017년 12월 한 달치와 최근 자료가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자 2023년 7월 한 달치를 대상으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흐리거나 먹칠 된 자료는 전혀 없었다”는 기사는 “대부분 전산화한 덕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인쇄된 자료와 영수증을 받을 수 있었다”며 “더구나 창원지검은 먹칠로 가려버린 업무추진비 사용처, 즉 식당이나 마트 등 이름도 그대로 공개됐다”고 대조적인 영수증 모습을 공개했다. 기사는 특히 “업무추진비 서류에 기록한 사항도 경남도와 도교육청은 창원지검보다 세밀했다”면서 “다만 경남도와 도교육청 업무추진비 자료에도 차이가 있었다. 경남도는 지출 건당 지출결의서 1장만을 공개했고, 일부만 매출전표를 첨부했을 뿐 영수증은 빠져 있는 반면 도교육청은 지출 건당 작성한 여러 결의서를 공개했고, 참석자 명단을 첨부하는 등 기록 사항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앞서 ’검찰, 하얀 장부‘의 다른 기획기사를 통해 2017년부터 2023년 3월까지 6년 3개월 동안 창원지검 업무추진비 집행 사례 1,103건을 분석해 공개했다. 그러나 “창원지검 업무추진비 지출결의명세에는 사업 내용, 행사 일자, 거래처, 금액 등이 표 형식으로 기록돼 있다”며 “사업 내용에서 참석자로 추정되는 부분과 거래처는 검게 칠한 상태로 공개했다”고 밝혀 시선을 끌었다.

[충청투데이] “사교육 줄인다더니 학원 의존도 더 키운 대입개편안”

충청투데이 12월 27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충청투데이 12월 27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2028년 대입개편안이 적용되는 학생들의 고입 환경 변화로 오히려 학원비를 더 들여야 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충청투데이는 지난달 27일 ’사교육 줄인다더니…대입개편안에 학원 의존도 더 커지나‘의 기사에서 대입 개편안과 사교육비의 문제점을 짚었다.

“교육부 ‘2028 대입개편안 시안’에 따르면 2025년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는 전 학년 내신 5등급 체제로 변경되며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병행 적용된다”는 기사는 “학생들의 내신 부담은 줄 수 있지만 그만큼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며 “이는 곧 학생들이 ‘논술형 학원’에 몰릴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사는 “심화 수학의 선택과목 설정 부분은 아직 논의 중에 있으나 국어, 수학, 사회, 과탐 등 전 과목에서 문·이과 모든 학생들은 같은 문제를 풀게 된다”며 “취지와 목적 부분에서는 의미가 크지만 결국 학생들은 과목 구분 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부담감에 오히려 사교육에 의존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기사는 “실제 본보 취재결과 지난 10월 기준 대전 서구지역 학원가의 과목당 평균 학원비는 약 2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 과목 대비를 위해 학원을 다닐 시 100만원 가까이 되는 비용이 학원비로 지출될 수 있다. 여기에 특목·자사고 존치 방안은 계속 유지돼 사교육 경쟁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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