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2018년 한국지엠(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후 지역경제 회생대책 일환으로 전북도와 군산시가 민선 7기 내내 야심차게 추진한 군산형 일자리 사업. 그러나 군산형 일자리 사업 선정 당시 목표했던 수치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적과 함께 문제점과 부작용이 산적하게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먹튀 논란’에 이어 ‘주가 조작’ 등 부실과 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에디슨모터스’에 대해 군산형 일자리 사업 참여 기업이란 명분으로 막대한 금융 지원과 빚보증을 해주어 50억원이 넘는 혈세의 손실을 끌어안게 된 전북도와 전북신용보증재단(전북신보)이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다.
송하진 전 도지사 시절 부실기업 에디슨모터스 지원 100억 중 52억 '손실 피해'

지난해 10월 24일 열린 전북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충북 청주 상당구)은 전북도가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에디슨모터스로부터 입은 피해는 52억 3,700만원에 이르지만 고소나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서지 않은 전북도를 질타했다. 이어 전북도 산하 기관인 전북신보가 부실기업인 에디슨모터스의 대출 보증을 떠안게 된 과정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김관영 지사는 그제서야 “책임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조만간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답했다.
당시 김 지사가 실적 부진에 빚보증 사고까지 터진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감사해 그 책임소재를 묻겠다고 밝혀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전 도지사 시절 중점적으로 추진된 대표적 부실 사례여서 과연 자체 감사의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 제기된 의구심과 궁금증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3개월여 동안 미적거리던 전북도는 이제야 자체 감사에 나서 과연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과 의혹들이 밝혀질지 관심이 다시 모아지고 있다. 전북도 감사관실은 3일 '이달 중으로 도 산하 기관인 전북신보를 상대로 군산형 일자리 사업 참여 기업의 대출 보증 경위 등을 조사하는 재무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일부 언론에 밝혔다. 그러자 일각에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형식적 감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 ‘빚보증 논란’, 뒤늦은 자체 감사 착수...향배 '촉각' 이유

감사 일정과 형식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감사 범위와 결과에 촉각이 쏠릴 만하다. 하지만 무리한 빚보증으로 피해를 입힌 당시 송하진 전 도지사와 전임 전북신보 이사장 등 최고 책임자들이 모두 바뀐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겠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지난 2021년 군산형 일자리 사업의 안착을 돕는다며 참여 기업인 에디슨모터스에 100억원의 대출 보증을 섰다가 에디슨모터스가 KG모빌리티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대위변제 등으로 52억원을 떼이게 되는 손실을 봤다. 이 바람에 전북도 출자·출현 기관인 전북신보의 대위변제율은 2020년 1.48%, 2021년 1.29%, 2022년 1.07% 등 1% 대에서 2023년 8월 기준 4.28%로 전국 최고 수준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부실기업에 대한 특혜성 대출을 막을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신용보증재단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보증 한도는 업체당 8억원이지만 에디슨모터스는 보증 한도 10배가 넘는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 많은 의구심이 쏠렸다. 더구나 이러한 대출은 고스란히 부실로 돌아오게 돼 당시 이를 승인하고 서명해 준 전 도지사 등에게도 책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에 대한 무리한 '빚보증'을 서 준 전북도가 혈세를 떼이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혈세 낭비와 함께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은 물론 무리한 지원과 보증을 지시한 윗선에 대한 감사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어왔다.
앞서 2021년 7월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에디슨모터스에 전북도는 군산시와 함께 금융지원과 빚보증을 해줬다. 에디슨모터스에 농협은행을 통해 100억원을 대출해 주고 전북도와 군산시가 각각 50억원을 전북신보에 출연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에디슨모터스는 회생 절차에 들어가 KG모빌리티(옛 쌍용차)에 변제 청구를 했지만 52억여원의 대위변제는 그대로 남게 됐다. 설상가상, 군산형 일자리 사업의 핵심 기업인 (주)명신이 최근 정부와 전북도‧군산시가 지원한 투자유치촉진지원금 등 보조금을 반납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명신 "보조금 사업 이행 불가능"...'지원금 반납' 논란까지

2019년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은 2021년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1호 전기차 다니고 밴을 출시하면서 도내 자동차산업을 재도약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특히 전북도와 군산시는 ‘지방투자기업 유치에 대한 국가의 재정자금 기준’에 따라 (주)명신 유치 후 125억원(국·도·시비)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하고 2020년 1차로 87억 5,000만원(70%)을 지원했다.
그런데 (주)명신은 최근 2차 보조금 지원(30%)을 앞두고 정산 과정에서 군산시에 1차 지원된 보조금 전액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초 신청한 보조금 사업 계획보다 고용 인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위탁사(중국)의 부도 등으로 양산 일정이 지연돼 보조금 사업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군산시 등에 따르면 2019년 7월 명신은 설비투자 1,040억여원, 신규 고용 약 640여명 의 채용계획과 함께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2차 보조금 지급을 위한 지자체 현장실사 결과에서 설비 투자는 당초 사업계획의 10%인 약 100억원대로 나타났고 신규 고용 인원도 지난해 10월 말 기준 누적 399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차량 생산은 3,499대에 그쳐 사실상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원래 계획에 훨씬 못 미치고 있음을 반증했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 '실패 사례', 철저한 감사 후 문제점 개선해야

이처럼 전북을 포함해 전국 6개 자치단체가 상생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했는데 군산형 일자리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면서 어려운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도입한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지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따가운 지적이 일고 있다. 차량 생산도 중국에서 생산한 모델을 조립하는 저급한 단계에 머무르는 등 조립 생산 라인도 갖춰지지 않은 데다 참여 기업들이 연간 수십억원씩 지원을 받는데도 초라한 실적 뿐이다. 전북도와 군산시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한 이유다.
따라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군산형 일자리 사업 전반에 대해 철저히 감사하고 전임 도지사 시절에 중점적으로 추진된 사업이지만 문제점들을 낱낱이 파헤쳐 신속히 개선하지 않으면 더 큰 피해와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란 점을 전북도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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