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태년(胎年)’이란 단어가 생소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인간 생명체가 어머니 태중(胎中)에 있을 때를 ‘태년(胎年)’이라고 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태어나 어릴 적 나이는 유년(幼年)이라고 하고, 성장해가면서 소년(少年), 청년(靑年), 중년(中年), 노년(老年)으로 변해가는 게 우리의 육신입니다.

‘태세(胎歲)’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불가의 경전이나 사주명리학에 나오는데 어머니 태중(胎中)에 있는 태아(胎兒)의 나이를 말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태아(胎兒)’란 모체 안에 있는 어린 생명체를 말합니다. 우리의 일평생 삶을 가만히 생각해 볼 때 우리의 삶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가 하면 어머니 태중(胎中)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몸은 어머니 태중에서 나와서 성장하며 변해갑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님들은 태중(胎中)에 있던 10개월의 나이를 태중의 나이라고 하여 '태년(胎年)'이라 하였습니다. 따라서 태중(胎中)에도 엄연히 나이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태어나면서 한 살을 먹은 게 올바른 계산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태중(胎中)에도 엄연히 나이가 있었는데 태어나면서부터 나이를 다시 계산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 존엄성의 측면에서 볼 때 불합리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나이를 따질 때 반드시 우리나라식으로 따지는 것이 옳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세는 나이인 ‘한국식 나이’가 있고, 국제통용기준인 ‘만 나이’가 있고, 현재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연 나이’ 등 나이 계산법이 세 개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이 통일되지 않아 혼선 및 분쟁이 발생하고 있어 만 나이로 통일하자고 하는데 우리의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전통을 보전하는 것도 중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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