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122)

2024년은 청룡의 해이다. 용하면 권력과 호국의 상징이고 청룡과 황룡이 그 중심에 있다. 조상들은 용 문화를 통치권자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 일상의 생활에 디자인 했다. 그 중 청룡문화를 일상에 활용한 실체 하나를 꺼내 보려한다.

청룡은 생명의 물을 다스린다고 했다. 용하면 물이다. 용이 하늘로 승천하기 위해서는 승천 전 단계인 교룡의 시절을 물속에서 인고의 과정으로 잘 보내야 한다. 또한 하늘의 용이 지상으로 내려와서도 물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계곡의 풍경 좋은 용소는 용의 지상 거처다. 청룡이 생명의 물을 다스린다는 것은 청룡의 푸른색이 물에 풀어져 푸른 물이 된다는 용수청동일색의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용이 사는 곳은 물이 깨끗하다는 말이고 그 계곡수를 오염시키지 말라는 선조들의 인문력이다.

남원 광한루에는 신선들의 세계를 디자인해 놓은 삼신산과 호수가 있다. 신선의 세계에 용은 선계의 상징인지라 선조들은 그 삼신산의 봉래정과 방장정에 황용을 들었고 호수에는 청룡을 들였다. 봉래와 방장에 들인 황룡은 정자에 단청과 조각으로 매달았고 청룡은 호수에 물 그림자로 들였다.

삼신산에 용틀임을 하는 팽나무를 심고 용의 시간인 진시 즉 아침 7시에서 9시 사이 해가 떠서 삼신산과 호수에 양의 기운을 내려주기 시작할 무렵 삼신산의 팽나무가 호수의 물그림자가 되어 바람의 물결에 따라 용춤을 추게 한 것이 그것이다.

광한루 호수에 청룡을 들이면서 물이 들고 나는 곳이 없던 벙어리 방죽은 요천에 호수의 입을 대게했고 조산 가방뜰로 나가게 했다. 그 용물로 농사지은 가방뜰 쌀은 남원 원님들의 손님 접대용 쌀밥이 되었고 그 쌀밥으로 식사대접을 받은 사람들은 용성관에서 용 쌀밥을 먹었으니 용대접을 받았다며 남원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광한루는 백성들의 유토피아이고 광한루 용 문화는 백성들이 신선이라는 600년전 꿈의 산실이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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