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72)

윤석열 대통령 5년 임기의 약 3분의 1이 지나고 있다. 내년 5월이면 취임 2년을 맞지만 국내 언론과 공개된 자리에서 특정 주제 없이 진행한 기자회견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 출입기자들과의 ‘도어스테핑’(짧은 질의응답)을 멈춘 지도 1년이 지났다. 그만큼 최고 권력자와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가 길게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 소통 방식에서도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깊다. 

게다가 주류 언론들의 권력 눈치보기가 전례 없이 극심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 편에 서지 않고 힘센 권력에 기대며 선택적 의제 설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남은 대통령 임기가 더욱 암울하고 불안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 아바타로 불리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차기 대권 후보자들의 여론조사 대열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이 역시 선택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으로 공고히 굳혀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한숨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고 권력과 검찰에 대한 비판 기능이 무뎌진 대부분 주류 언론들의 틈새에서 그나마 일부 진보언론들이 감시와 비판의 날을 세우며 세간의 이목을 사로 잡고 있다. 대통령 해외 방문 술자리 논란과 김건희 여사 주식 관련 녹취록 공개, 한동훈 여론조사 지지율 논란, 포털의 지역 배제 등 지난 한주를 뜨겁게 달군 언론들의 의제를 톺아본다. /편집자주


엑스포 유치전 나선 윤 대통령, 파리서 재벌들과 술자리?...한겨레21 보도 '파장'

한겨레21 12월 15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한겨레21 12월 15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한겨레21은 15일 ‘윤 대통령, 파리서 재벌들과 술자리…엑스포 유치 나흘 전’이란 단독 기사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재벌 총수들과의 잦은 해외 방문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2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한 한식당에서 재벌 총수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힌 형국이다.

“윤 대통령은 23일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파리를 방문해, 25일 현지를 출발해 26일 귀국했다”는 기사는 “‘시간은 금’(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엑스포 유치를 위해 분초를 아끼던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과 술자리를 했다”며 “이날은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28일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를 나흘 앞두고 있었다”고 리드에서 밝혔다.

이어 “프랑스 현지 식당과 복수의 5대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과 ㅇ식당의 2층 단독룸에서 술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는 기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엘지(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참석했다”며 “저녁 식사에는 소주와 맥주가 곁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공식 일정으로, 재벌 총수들은 수행원 없이 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런 뒤 기사는 “파리에는 국제박람회기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는 물론 각국 대사관이 집중돼 있다”며 “이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대통령 특사’로 임명된 재벌 총수들과 엑스포 유치가 결정되기도 전에 ‘폭탄주’를 마신 꼴이다”고 꼬집었다.

또한 “엑스포 유치는 박빙으로 결선에서 역전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과 달리, 1차 투표에서 165개 회원국 가운데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고 전한 기사는 “윤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 공식·비공식 만남을 갖는 것은 물론 이들을 행사에 동원하는 것도 문제다”며 “윤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공식적으로 함께 만난 자리는 2023년에만 12차례에 달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인데다, 비공식 일정까지 감안하면 더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말미에서 “공개적인 자리를 갖는 것도 걸맞은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한 한 관계자의 뼈아픈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 기사가 보도된 이후 파장은 정치권으로 거세게 번졌다. 

미디어오늘은 22일 ‘‘윤 대통령 재벌총수 술자리’에 “국민 납득 못할 일들 보도되는데…”‘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겨레21의 이 같은 보도 이후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된 내용을 조명해 보도했다.

민주당 "윤 대통령, 재벌총수들을 병풍도 모자라 술상무로 썼나“

미디어오늘 12월 2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미디어오늘 12월 2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런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보도가 되고 있는데, 질문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장이 열리지 않아 유감‘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는 기사는 “정의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배진교 의원이 22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의사진행 발언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아울러 기사는 “특히 배 의원은 윤 대통령과 재벌총수 술자리 보도(한겨레21 12월 15일자 ‘[단독] 윤 대통령, 파리서 재벌들과 술자리…엑스포 유치 나흘 전’)를 들어 ‘언론보도가 나오기 전에 이미 재벌 총수들과 술자리가 있었고 술은 하지 못하는 재벌 총수는 심각하게 구토와 함께 앓아 누웠다고 하는 지라시가 돌았다’며 ‘실제로 언론보도가 됐고 사실이었다는 것이 확인이 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고 밝혔다.

국가 최고 통치자가 해외를 방문하면서 재벌 총수들을 대동하여 외교를 한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판국에 술에 취해 구토를 하며 앓아 누운 재벌 총수까지 나올 정도의 술자리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프레시안은 이와 관련 ‘민주당 "윤 대통령, 재벌총수들을 병풍도 모자라 술상무로 썼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파리 정상외교 당시 동행한 재벌총수들과 술자리를 겸한 만찬을 가졌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재벌총수들을 병풍으로 쓰는 것도 부족해서 술상무로 썼느냐’고 공세에 나섰다”며 비판에 대열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8일 백브리핑에서 “술자리라는 것이라기보다는 저녁 식사 자리였고, 이미 보도된 것보다도 훨씬 늦은 시간에 일을 마쳤기 때문에 저녁 식사들을 다들 못해서 저녁 식사를 가진 것으로 안다”며 “그것을 술자리라고 표현하는 것은 좀 과도한 표현이라는 생각”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타파 “김건희 녹취록 추가 공개…‘선수’와 직접 소통, 시세 조종 알았다”

뉴스타파 12월 21일 방송 화면(캡처)
뉴스타파 12월 21일 방송 화면(캡처)

이런 와중에 뉴스타파는 21일 ‘주간 뉴스타파’에서 ‘김건희 녹취록 추가 공개…‘선수’와 직접 소통, 시세 조종 알았다‘는 제목과 함께 기성 언론들이 취급하려 하지 않거나 보도하지 않는 내용을 보도해 시선을 끌었다. 

뉴스타파는 이날 녹취록 공개에 앞서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선수와 직접 소통하고, '시세 조종 목적'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통화 녹취록이 추가로 확인됐다”며 “2010년 1월 25일부터 29일 사이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 사이에 이루어진 통화 녹취록 6개를 추가로 입수해 공개한다. 이 시기는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계좌에 대한 주문 권한을 '선수'인 이 모 씨에게 맡겼다고 주장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 시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기사는 “녹취록에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와 직접 소통한 정황, 그리고 일부 거래의 '시세 조종 목적'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난다”며 “'선수 이 모 씨에게 계좌를 맡겼다가 손해를 보고 절연했을 뿐'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해명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건희 여사와 신한금융투자 직원과의 주식 매도·매수 등에 관한 녹취 내용을 공개한 방송은 “2010년 1월 통화 녹취록이 포함된 증권사 직원의 검찰 진술조서를 원문 그대로 공개한다(https://data.newstapa.org/, 뉴스타파 데이터 포털)”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이같은 보도가 검찰과 법원을 출입하는 다른 주류 언론사들에서 보도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뉴스타파 12월 21일 방송 화면(캡처)
뉴스타파 12월 21일 방송 화면(캡처)

“한국 주류 기득권 매체들, 권력이 짜놓은 프레임 그대로 따라간다”

앞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난중칼럼> '인덱싱 이론'과 검-정-언 복합체‘에서 “‘인덱싱 이론(Indexing Theory)’이라는 게 있다”며 “언론 보도가 ‘힘센 자’의 말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학자 랜스 베넷이 권력과 언론의 역학 관계를 연구해 이론으로 정립했다”는 그는 “미국 상황에서 나온 이론이지만 한국의 언론과 권력 관계에 대입해도 딱 맞아떨어진다”며 “아니, 한국에선 ‘따라가는 경향’ 정도가 아니라 따라가는 게 ‘공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칼럼에서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기본 책무는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이라고 강조한 그는 “하지만 한국 주류 기득권 매체들은 권력이 짜놓은 프레임 안에서 그들의 논점(Talking Point)과 시각을 그대로 따라간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고, 안전하고,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인덱싱 이론’이 들어맞는 언론 환경에서 권력 감시라는 책무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개탄했다.

오마이뉴스 “한동훈 띄워주기?...이상한 여론조사 결과 보도”

오마이뉴스 12월 2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오마이뉴스 12월 2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오마이뉴스는 23일 ’한동훈 띄워주기?...이상한 여론조사 결과 보도‘의 기사에서 최근 일부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보도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한동훈 전 장관의 여론조사 그래프가 ’띄워주기 위해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보도로 눈길을 끌었다.

기사는 “지난 18일 <TV조선>의 '박정훈의 정치다'에서는 한동훈 전 장관과 이준석 전 대표를 비교하는 여론조사를 인용 보도했다”며 “기자는 두 사람의 나이와 경력 등을 비교하면서 한 전 장관이 2030응답자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방송에 나온 여론조사 그래프를 보면 1년 전 한 전 장관은 5%에 불과했지만 올해 12월 조사에서는 18%로 껑충 뛰어올랐다”는 기사는 “하지만 누리꾼들은 ’한동훈을 띄워주기 위해 그래프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며 “기자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분석지를 확인한 결과 누리꾼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기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때는 반드시 항목(성별, 연령대, 지역)마다 '가중값 적용 기준 사례수(명)'를 표기한다”며 “일각에서는 이런 방식을 무시하고 연령대별 지지율을 합산하는 자의적인 해석은 여론을 왜곡시킬 위험성이 커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주장하는 촛불대행진을 빠뜨리지 않고 계속 보도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는 최근 ’강인규 리포트‘의 칼럼에서 현 정부를 ’무정부 상태‘에 비유해 주목을 끌었다. 칼럼은 “'추상같은 대통령이 지배하는 무정부 상태'라는 모순 뒤에는 책임 없이 권한만 행사할 줄 아는 대통령이 있다”고 비판했다.

굿모닝충청 “윤석열 정부 언론 탄압, '1도 1사' 회귀 안 돼"

굿모닝충청 12월 2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굿모닝충청 12월 2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의 진보언론들이 권력에 대한 비판의 눈초리를 떼지 않고 있는 사이에 지역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과 주요 포털의 뉴스 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굿모닝충청은 22일 ’충청권 12개 언론사 "'1도 1사' 회귀 안 돼"‘란 제목의 기사로 시선을 모았다.

“굿모닝충청을 비롯한 충청권 12개 언론사는 22일 긴급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과 주요 포털의 뉴스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는 기사는 “충청권 언론사들이 연대해 특정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은 성명에서 ’콘텐츠 제휴사(CP)들 위주로 뉴스를 노출시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언론 탄압이자 특정 언론사에 대한 독과점을 조장하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이는 사실상 군사정권 시절 ‘1도 1사’ 정책으로의 회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이들은 특히 ’콘텐츠 제휴사 상당수가 서울 등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언론사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충청권을 비롯한 지방언론의 고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현 시스템이 고착화될 경우 충청권의 목소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헌법적 가치인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후퇴로 연결될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충청권 언론사들은 "▲윤석열 정부는 현재 자행되고 있는 일체의 언론 탄압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 확대‧보장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 ▲네이버와 카카오(다음) 등 주요 포털사는 바뀐 뉴스 시스템을 즉각 복원할 것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고사 위기에 놓인 지방언론의 활로 마련을 위한 정책 발굴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등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정의로운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성명을 통해 밝혔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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