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론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는 원래 곡예단이나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악대차(樂隊車, band wagon)'에서 유래한 말이다. 유행에 동조함으로써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됐다.
악단을 선도하며 요란한 연주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는 의미에서 악대차, 즉 ‘밴드왜건’을 우르르 쫓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유래한 이 효과는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발동한다. 이와 반대로 어떤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가 증가하면 오히려 그 상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스놉 효과(snob effect)’라고 부른다.
‘스놉 효과’와 ‘밴드왜건 효과’가 판치는 세상

‘스놉(Snob)’은 잘난 체하는 속물을 의미한다. 스놉 효과는 마치 까마귀 떼 속에서 혼자 떨어져 고고하게 있는 백로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백로 효과’ 라고도 한다. 따라서 자신들이 즐겨 사용하던 상품이라도 많은 이들에게 대중화되면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상품으로 소비 대상을 바꾸고 싶어 한다. 즉, 스놉 효과는 남을 따라하는 소비 행태를 뜻하는 밴드왜건 효과와는 반대이다. 그런데 이 두 효과가 판치는 세상이다.
최근 대통령 부인의 ‘명품 가방 논란’으로 더욱 주목을 받는 ‘스놉 효과’는 195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슈타인(Harvey Leibenstein)이 처음 제시한 용어로 그는 ‘대중과 차별화되고픈 욕망이 담긴 효과’임을 강조했다. 이후 일반 대중이 쉽게 살 수 없는 명품을 선호하는 것은 스놉 효과의 현상 중 하나로 보았다. 그런데 스놉 효과는 고가품일수록 과시욕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와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베블린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를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모두가 속물근성이 낳은 효과들이란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를 노리며 자신을 과시하거나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꾀하는 지도층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최근 대통령 부인이 해외 순방을 나갈 때 고가의 목걸이와 장신구를 착용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하고 호화 쇼핑으로 구설에 오르내린 것도, 게다가 고가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는 의혹으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된 것도 스놉 효과의 역작용으로 볼 수 있다.
스놉 효과와는 정 반대인 밴드왜건 효과를 노린 부작용도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 분야에서 널리 나타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하는 각종 사전 여론조사나 토론회·유세 등에서 우세하다고 가늠되는 후보 쪽으로 유권자들의 표가 집중되는 현상을 흔히 ‘밴드왜건 효과가 적중했다’고 표현하는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많다.
‘특정당 공천=당선’ 구호, 밴드왜건 효과 노린 '정치적 술수'
전북을 비롯한 호남지역에서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란 표현을 정치권과 언론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도 바로 밴드왜건 효과를 겨냥한 것이란 사실을 유권자들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공천 경쟁이 본선거보다 더욱 치열하기 때문에 인물보다 정당을 중요시하는 지역의 유권자들은 이 때문에 실제 본선거에서는 싱거운 투표를 하기 일쑤다. 영남과 다른 지역들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 때문에 선거 때마다 특정당 중심의 몰표가 나오기 십상이다.
선거와 투표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외치면서도 무참히 유권자들의 판단과 선택을 짓밟고 흐리게 하는 현상이야말로 밴드왜건 효과의 역작용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전북지역에서는 현직 언론사 간부 기자와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가세한 선거 브로커가 활개치다 적발되기도 했지만 선거 브로커들은 늘 곳곳에 상존해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선거 브로커들이 기지개를 켜며 각 예비후보 사무실을 들락거리고 있다는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여론 지지도 상승을 유도해 주겠다며 은근슬쩍 대가를 요구하며 예비후보들 또는 측근들에게 접근하는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민주당 공천 예비후보들 10명 중 3명 전과 경력...전 총리 동생 3건 전과 ‘주목’

그런가 하면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크고 작은 파열음과 후유증이 벌써부터 발생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공천이 곧 당선’이란 여론과 믿음 때문일까.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 10명 중 3명 꼴로 전과 기록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지만 그런 전과자들 중 일부는 '적격' 판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전북지역 내년 총선 예비후보 중 100만원 이상 벌금을 낸 전과 기록 3건 이상 상위권에 전 국무총리의 친동생이 포함돼 주요 언론들의 따가운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에 밝혀진 그의 전과 기록 중에는 '상해'와 '정치자금법 위반' 외에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사실이 있음에도 전북도는 그를 도 산하 기관인 전북교통문화연수원장에 3년 임기를 맡겼다는 점에서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공공기관도 아니고 하필 전북을 대표하는 교통문화연수원 수장이라니, 그것도 주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 최고 책임자라니, 채용에 앞서 전과 조회를 하면 도로교통법 위반 사실이 분명히 드러날 텐데 도지사는 무얼 믿고 그에게 그런 중책을 맡겼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의 학력과 이력 등에서는 교통 전문가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금세 읽을 수 있다.
그의 친형이 민주당과 정치권의 실세란 점 때문에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라면 공직기강을 무너뜨린 행위에 다름 아니며 설령 그렇지 않은 채용이었더라도 업무와 관련된 전과가 있었던 점을 간과하고 공공기관의 장에 발탁하기까지 사전 전과 조회 등 채용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어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업무와 직접 관련 있는 전과에도 불구하고 전북도 산하 전북교통문화연수원장 3년 임기를 거의 다 채우고 내년 총선에 뛰어든 그는 정희균 씨로 정세균 전 총리의 동생이다. 그래서 더욱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시절 전북교통문화연수원장에 임명돼 올 9월까지 원장직과 함께 대한테니스협회장직까지 수행해 왔다. 지난 11월까지가 전북교통문화연수원장 임기지만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9월 임기를 2개월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 거의 3년 임기를 다 채웠다.
전북도민 안전 책임 운수종사자 교육 전문기관 장에 도로교통법 위반자 임명?

하지만 전북교통문화연수원이 어떤 곳인가. ‘교통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를 지향하며, 운수종사자 소양교육 등 도민들에 대한 다양한 교통안전교육으로 선진교통문화를 선도하는 곳’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해 놓고 있다. 또 전북도는 ‘운수종사자의 자긍심 고취와 도민의 안녕을 추구하는 최고의 교통문화 교육기관’이란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기관의 장을 도로교통법 위반 전력이 있는 자에게 맡긴 송하진 전 지사에 이어 김관영 지사는 후임자에 지사의 입 역할을 맡아왔던 대변인을 그 자리에 슬그머니 앉혔다. 그리고 대변인 자리에는 그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직전 언론사 간부에게 맡겼다.
운수종사자 교육과 공무원 교통전문교육, 교통안전 사회교육 등을 주된 업무로 하는 전북교통문화연수원장은 도지사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앉힐 수 있는 그런 자리였던가?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 절차도 없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이니 누구를 임명하든, 누구를 돌려 막든 도민들은 알 바 아니란 말인가?
이력과 경력을 늘려 선거용 '밴드왜건 효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을 위한 자리라면 더 이상 그 자리는 혈세로 운영하거나 유지해서는 안 된다. 그 자리는 전북도민들의 생명과 안전문제에 직결되는 운수종사자들의 교육 전문기관이기 때문이다. 혼자 잘난 척하거나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스놉 효과'를 위한 자리가 아니란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