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직의 축구이야기
설영우 골로 1:0 승리한 울산...홈 팬들과 '우승 축하잔치'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가 12월 3일 2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렸다. 두 팀의 2023년 K리그1 마지막 경기였다. 리그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울산의 축구 열기를 반영하듯, 28,638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전반 31분에 터진 설영우의 선제 득점을 끝까지 지켜낸 울산이 1:0으로 승리했다.
울산은 세 경기를 남겨두고 이미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홈에서 열리는 마지막 ‘현대가 더비’를 승리로 장식하고 홈팬들 앞에서 제대로 우승 축하잔치를 열고자 했다. 원정팀 전북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다. 무조건 울산을 잡고 승점 1점이 앞선 광주 FC가 비기거나 패하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울산의 홍명보 감독은 4-2-3-1 전형으로 시작했다. 주민규가 최전방에 서고 루빅손 강윤구 엄원상이 공격 2선에서 뛰었다. 이청용과 김성준이 중앙에 위치하고 설영우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이 수비진을 구성했다.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이번 시즌 득점왕에 오른 울산의 골잡이 주민규가 맨 앞에서 부지런히 골을 노렸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의 전북은 4-3-3 포메이션이었다. 송민규 이준호 이동준이 공격수로 나섰다. 백승호 박진섭 아마노 준이 뒤를 받치고, 정우재 홍정호 정태욱 안현범이 수비 라인에 섰다. 김정훈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한 김진수의 결장이 아쉬웠다.
경기 초반 울산이 활발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공세를 이어갔다. 김태환과 엄원상이 전북의 왼 측면을 허물고 문전으로 공을 올리면 주민규와 루빅손이 골을 노렸다. 전북도 송민규와 백승호를 중심으로 반격에 나섰다. 30분, 홍명보 감독이 강윤구를 빼고 아타루를 들여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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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분 설영우가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전북 문전에서 오른발로 슛한 것이 안현범의 등에 맞고 굴절되며 골로 연결됐다. 설영우는 울산 선수들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준비된 세리머니를 펼쳤다. 실점 이후 전북이 공세를 강화했다. 두 팀의 공방이 이어졌지만 골은 나오지 않았다. 이청용의 도발에 격한 반응을 보인 아마노 준과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던 홍병보 감독이 경고를 받았다.
41분, 전북이 프리킥을 얻었다. 아마노 준의 크로스에 헤딩을 시도하던 홍정호가 조현우와 충돌했다. 홍정호는 공을 쳐내려던 조현우의 양손 펀치에 그대로 얼굴를 가격당하며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VAR을 돌려본 주심은 반칙이 아니라고 판단해 조현우에게 경고를 주지는 않았다. 들것에 이어 구급차가 그라운드로 들어와 홍정호를 싣고 나갔다. 5분여 경기가 중단됐다. 초조하게 지켜보던 전북 팬들이 홍정호를 연호했다. 홍정호를 대신해 구자룡이 투입됐다.
그 와중에 정규 시간 45분이 지났다. 추가 시간 13분이 주어졌다. 역습 중에 정태욱의 발을 밟은 엄원상이 경고를 받았다. 울산이 1:0으로 앞선 채 전반이 끝났다. 울산은 점유율에서 52대 48, 슈팅 수 10대 5, 유효 슈팅 수 8:3으로 전북을 앞섰다.
같은 시각, 전북과 경합 중인 광주는 홈에서 포항과 0:0으로 전반을 마쳤다. 전북에 승점 1점 뒤진 인천은 대구에 0:1로 끌려가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광주가 ACLE에 진출하고 전북은 한 단계 아래 대회인 ACL2에 나가야 한다.
후반 시작하면서 페트레스쿠 감독은 아마노 준과 이준호를 빼고 문선민과 하파 실바를 투입했다. 울산도 루빅손이 빠지고 김민혁이 들어왔다. 이어 후반 20분 주민규가 나가고 마틴 아담이 들어왔다. 울산이 추가 골 기회를 놓쳤다. 전북 문전으로 질주한 엄원상의 로빙 슛이 골대 상단을 때리고 튀어 나왔다. 25분 송민규의 슛이 정승현의 팔꿈치에 맞았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켰다. 28분 하파 실바의 슛이 조현우의 손끝에 걸리고, 이어진 코너킥에서 하파 실바의 헤더도 조현우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전북, 아시아 클럽 최상위 리그 'ACLE' 진출 못하고 'ACL2' 출전하게 돼

32분 엄원상 김성준이 나가고 이명재 이재욱이 투입됐다. 정우재가 근육 경련을 일으켜 최철순으로 교체됐다. 39분 이동준이 나가고 박재용이 들어왔다. 40분 백승호가 끊어낸 공을 문선민이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 위로 뜨고 말았다. 43분 하파 실바의 헤더는 골대 윗그물을 때렸다.
결국 한 골의 리드를 잘 지킨 울산이 승리를 가져갔다. 우승팀 울산은 팀으로서도 단단했고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뛰어났다, 쉼 없이 울려 퍼진 팬들의 응원가도 울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전북은 끝내 울산의 벽을 넘지 못했디. 이로써 2008년 4위를 기록한 이후 3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 없는 전북은 아시아 클럽들의 최상위 리그인 ACLE에 진출하지 못하고 ACL2에 출전하게 됐다.
전북은 이제 이번 시즌 아챔 일정만을 남겨두게 됐다. 현재 조별 리그 2위에 올라 있는 전북은 오는 13일 태국의 방콕 유나이티드를 홈으로 불러들여 경기를 치른다.
/김병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