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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농협 본점 앞에 게시된 현수막들.(사진=독자 제공) 
전주농협 본점 앞에 게시된 현수막들.(사진=독자 제공) 

‘고무줄 가격 송천동 이마트 건물 매입 추진 즉각 중단하라’

‘대형 건물 매입하면 전주농협 거덜난다. 즉각 중단하라!’ 

‘농협 돈 횡령 의혹·노조 탄압 조합장 사퇴하라’ 

‘농민들 죽어 나는데 무지막지한 연봉 인상안 웬말이냐?’ 

조합장의 인사권 남용과 부동산 매입 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조합 내 노동조합 측이 사법당국에 현 조합장을 고발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이를 둘러싼 갈등과 내홍이 외부로 확산되면서 싸늘한 시선을 받아온 전주농협이 최근 각종 현수막들로 따가운 시선을 다시 받고 있다. 

전주농협 본점 앞에는 최근 부동산 매입 철회와 조합장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들이 무분별하게 게시돼 오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농협 내부 비리 폭로하는 문구 도배 현수막들...도시미관 해치는 것은 물론 시민들 불편” 

전주농협 본점 앞 현수막들이 대로변에 걸려 있는 모습.(사진=독자 제공)  
전주농협 본점 앞 현수막들이 대로변에 걸려 있는 모습.(사진=독자 제공)  

30일 문모 씨 등 전주시민들은 "최근 전주농협 본점 앞을 지나갈 때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형 현수막들"이라며 "현수막 문구들이 각종 내부 문제점과 부동산 매입을 둘러싼 비리 의혹, 조합장 퇴진을 요구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들로 도배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 이날 전주농협 본점 앞 대형 도로 주변에는 7개의 대형 가로 현수막이 건물 앞 나무들 사이에 내걸려 있었다. 이처럼 주변을 오가는 차량과 보행자들이 훤히 볼 수 있도록 내건 현수막들은 내부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심지어 현 조합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들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전주농협 조합원 임직원 일동’ 명으로 지난 9월 전주농협 건물에 붙은 대형 세로 현수막이 오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사진=독자 제공)
‘전주농협 조합원 임직원 일동’ 명으로 지난 9월 전주농협 건물에 붙은 대형 세로 현수막이 오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사진=독자 제공)

앞서 지난 9월에도 전주농협은 “가짜 뉴스로 지역경제 말살하고 언론 폭력 일삼는 ○○일보·○○일보 사죄하라! 배상하라! 폐간하라!”란 이색적인 대형 세로 현수막을 본점 건물에 ‘전주농협 조합원 임직원 일동’ 명으로 내걸어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시에도 전주농협 본점 앞에는 이 현수막 외에 대로변에는 해당 농협의 부동산 매입과 관련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가로 현수막들이 내걸려 시민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그런데 최근까지 비슷한 문구들의 현수막들이 계속 내걸려 있어 마치 정당이나 정치인 사무실 앞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현수막들이 지나치게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전주농협 앞을 지나는 일부 시민들은 “도대체 농협 내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에 항상 눈에 띄는 현수들로 비리 의혹과 문제점들을 폭로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불편한 느낌을 받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주농협 “에코시티 디케이몰 매입, 하나로마트 개설 추진” vs 노조 “최악의 경영악화 불러올 것...반대”

전주농협 주변 전경
전주농협 주변 전경.

이와 관련 전주농협 측은 최근 임시총회에서 전주 에코시티 '디케이몰' 매입을 위한 자금 증액안이 승인됨에 따라 농협 하나로마트 개설 추진이 본격화 될 예정"이라며 "현재 타당성 검토와 중앙회 고정자산 취득 심의 위원회 승인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 해당 농협 노조와 일부 조합원들은 “전주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5곳 중 4곳이 적자인데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자하고 인력을 늘려 하나로마트를 운영할 경우 경영 악화와 조합원 손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갈등과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전주농협 노조 측은 "전주농협에서 그동안 매입한 고정자산의 취득 과정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돼 왔다“며 ”특히 거대한 자금을 투입해 하나로마트를 운영한다는 것은 자칫 최악의 경영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주농협 측은 “지난 29일 임시총회에서 덕진권 하나로마트 개설을 위한 2023년 사업계획 예산 650억원이 승인됐다”며 "다수 의결에 따라 승인된 만큼 후속 추진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하나로마트 개설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나로마트 개설 놓고 농협-노조 갈등 지속 

전주농협은 그동안 전주시 덕진권역 주민들에게 편익 제공과 농산물 판매망 확충, 향후 부동산 가치 상승, 시세의 절반가량에 매입 등 여러 가지 이점을 내세우며 하나로마트 입점 추진 계획을 밝혀왔다. 하지만 노조를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예상된다.

앞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 전주농협분회는 지난 8월 전주농협 현직 조합장의 인사 비리와 부동산 매입 의혹에 대해 고발과 함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전주농협 조합원과 노조원들은 8월 9일과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부동산 및 고정자산 취득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전주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전주 송천동 이마트 입점 건물 매입 계획에 대해 전면 백지화 등을 요구했다. 

노조와 일부 조합원들은 "전주농협이 임인규 현 조합장 취임 이래 약 430억원대의 토지·건물 등 고정자산을 취득했지만 이 과정에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비싼 금액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비용 부풀리기 의혹이 일고 있다"고 제기한 바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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