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주요 방송·일간지 '특이뉴스' 엿보기-2023년 11월 30일

<전북의소리>는 빨라진 디지털 미디어 환경 시대에 독자들이 보다 다양하고 유용한 뉴스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큐레이션 저널리즘'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의 전북 뉴스 브리핑’을 운영한다. 전북지역 주요 방송사와 일간지들이 매일 생산·유통하는 뉴스들 중 특이하거나 유익한 정보, 또는 지역사회의 핫이슈가 될 만한 뉴스들을 선정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전북 지식인 100인' 기자회견과 '언론 보도', 무엇이 문제? 

자칭 '전북 교수와 시민사회 지식인 100인'은 29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진 정치인의 총선 출마 이유 등을 주장했다.(사진=주최 측 제공)
자칭 '전북 교수와 시민사회 지식인 100인'은 29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진 정치인의 총선 출마 이유 등을 주장했다.(사진=주최 측 제공)

29일 오후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이색적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런데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현수막과 참가자들을 놓고 언론과 정치권, 학계와 시민단체 반응이 엇갈린다. 

이날 ‘전북을 다시 일으켜 세웁시다’란 대형 현수막의 큰 제목 아래에는 ‘위기를 극복할 강력한 정치력이 필요합니다!’란 부제목과 함께 주체가 누구 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은 채 ‘전북 교수·시민사회 지식인 100인 기자회견’이라고만 적시했다.

"교수·시민사회단체 관계자?...주최 측 모호한 기자회견 보도 줄이어 

10여명이 나란히 서서 기자회견하는 모습과 내용이 즉각 통신사 등 일부 언론들에 의해 전달된데 이어 다음날인 30일 대부분 지역 일간지 지면에 큼지막하게 반영됐다. 그런데 제목과 일부 기사 내용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전북 지식인 100인’이라고 한정해 지칭한 점에서 과연 누가 선정한 100인이고, 그 안에는 ‘전북교수·시민사회 지식인’이라고 했는데 이 또한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전북지역 대학 교수들 중 어떻게 누가 선정한 것인지 애매하게 설정된 표현이 문제로 제기됐다. 

더욱이 민감한 선거 문제를 주제로 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견 정치인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특정 정치인 이름이 노골적으로 거론된 데 대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보도해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전북일보 11월 29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11월 29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전북 교수·시민사회단체 관계자로 구성된 지식인 100인은 29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진 정치인들이 나서 침체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리드에서 밝혔다. 그러나 참가자는 물론 단체 대표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나 언급 없이 사진과 함께 이들의 주장을 내보냈다. 

주최 측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지 못한 채 기사는 두루뭉술하게 ‘전북 교수·시민사회 지식인 100인’으로 전달했다. 전북도민일보도 관련 기사에서  ‘도내 대학교 교수와 시민사회단체 등 지식인 100인’을 주어로 썼다. 

또 기사는 “지식인 100인은 전북정치를 세울 방안에 대해 ‘허약한 정치력으로는 위기의 전북을 구할 수 없다’며 ‘후퇴하는 전북에 비전을 제시하고 중앙 정치권에서 뛰어난 정치력으로 여·야를 떠나 인정받던 강력한 관록의 정치인들을 리더로 다시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새전북신문 “정동영, 유성엽 등 거론”...특정 정치인들 거명

새전북신문 11월 30일 3면 기사(지면 갈무리)
새전북신문 11월 30일 3면 기사(지면 갈무리)

새전북신문은 아예 구체적인 정치인 이름까지 제목과 기사에서 거론했다. 30일 자 3면 관련 기사에서 신문은 ‘정동영, 유성엽 등 거론’이란 부제목과 함께 “전북 지역 전‧현직 교수, 지식인, 의사, 연구자 등 100여명이 ‘위기를 극복할 강력한 정치력이 필요하다’며 관록 있는 정치인들의 총선 출마를 촉구했다”고 리드에서 밝혔다.

주최 측에 '전·현직 교수'에 '의사와 연구자'까지 포함시킨 기사는 “전북 정치에 필요한 정치인을 ‘여야를 떠나 강력한 관록의 정치인’, ‘혁신과 개혁을 주창하는 인물’, ‘열정을 보여주는 정치인’ 등으로 규정했으며, '중앙정치에서 인정받은 강력한 정치력을 지닌 정치인 중 현실 정치가 가능한 사람을 전북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중진 정치인 구체적인 예시로는 정동영, 유성엽 등이 거론됐으며, 단체는 ’정치적 경험이 많은 이들이 전북 정치 발전을 이끌어가자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며 '중진의원이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전주MBC ’"정동영 등 중진 정치인, 전북 정치력 위해 나서야” 주장 제기‘...제목서 거론

전주MBC 11월 29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11월 29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도 관련 기사 제목을 ’"정동영 등 중진 정치인, 전북 정치력 위해 나서야" 주장 제기‘로 뽑았다. 기사에서도 ”정동영, 유성엽 등 다선 중진 의원이 다시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리드에서 강조했다.

이어 기사는 ”최석규 전북대 교수 등 학계와 시민사회 인사들은 오늘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 예산 삭감에도 전북 정치권은 존재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총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역시 주최 측에 대해서는 '최석규 교수 외에 학계와 시민사회 인사들‘이라고만 밝혔다.

다만 기사는 ”반면 중진 의원들이 그동안 전북 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전현직 의원 간의 기싸움은 총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라고 에둘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밖에 KBS전주총국과 JTV도 관련 기사에서 ”전북 교수·시민사회 지식인 100인“, ”전북지역 전현직 교수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주최 측에 관한 정보와, 지식인 100명 구성 및 선정 과정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방송사들은 해당 기사에서 ”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 출신 중진의원들이 나서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전달하기에 급급했다.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특정 정치인들을 부각시키기 위한 기자회견일 뿐 아니라 주최 측이 모호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들이 지면과 영상에 그대로 투영돼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전북CBS노컷뉴스 ”최석규 전북대 교수, 윤정모 전 전북대 교수, 신봉철 전 전주MBC 광고사업국장 등이 참여“ 주최 측 소개

전북CBS 노컷뉴스 11월 29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CBS 노컷뉴스 11월 29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관련 전북CBS·노컷뉴스는 해당 기사에서 ”교수·시민사회 지식인 100인에는 최석규 전북대 교수와 윤정모 전 전북대 교수, 신봉철 전 전주MBC 광고사업국장 등이 참여했다“고 유일하게 주최 측 참여자 일부를 거명했다. 하지만 전 언론인까지 포함된 이들이 과연 전북의 지식인 100명을 대표할 수 있느냐를 놓고 교수사회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와 관련 도내 한 국립대 교수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내용들“이라며 ”’전북 지식인 100명‘이라고 한정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도 이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동안 들어보거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전북 교수·시민사회 지식인‘이라고 애매하게 내세우고 선거운동을 한 건 아닌지 따져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최대 규모’, 통큰 투자‘, ’고순도 제조시설‘...이차전지 고염도 폐수 처리 문제는 어떻게?

LS그룹, '최대 규모' 새만금에 2조 2000억원 투자

LS MnM, 새만금 이차전지 소재 공장 건설에 1조1600억원 투자

LS그룹, 새만금에 총 2조 2천억 ‘통큰 투자’

새만금에 고순도 금속화합물 제조시설 들어선다

투자 몰리는 새만금…10조원 달성할까?

잊을만하면 대기업의 새만금 투자 협약이 다시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29일 새만금개발청과 전북도·군산시·한국농어촌공사가 LS MnM과 ‘이차전지용 고순도 금속화합물 제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L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S MnM 투자 협약...언론들 현란한 수식어 다시 등장

전북도민일보 11월 29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 11월 29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협약안 중에는 'L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S MnM(舊 LS니꼬동제련)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1조 1,600억원을 투입해 ‘이차전지용 고순도 금속화합물 제조 공장’을 짓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보도한 일부 지역 언론들은 즉각 ‘최대 규모’, ‘역대 최대 규모’, ‘통큰 투자‘, ’고순도 제조시설‘ 등의 현란한 수식어를 다시 끄집어 내어 제목을 뽑았다. 기사에서도 흥분한 기색이 역력할 정도다.

투자 금액도 2조 2천억을 넘어 10조까지 등장했다. 특히 신문들은 ”이번 협약으로 LS그룹 이차전지 소재 분야(LS MnM·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의 새만금 국가산단 투자액은 총 2조 2093억원이 됐으며 제조업 분야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두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민일보 11월 30일 1면 기사(지면 갈무리)
전민일보 11월 30일 1면 기사(지면 갈무리)

물론 그룹 차원의 투자 예정 전체 금액을 표기하거나 새만금 이차전지 관련 산업 전체 투자 예정 금액을 다룬 기사 내용에서 뽑아 올린 제목이긴 하지만 많은 절차를 거쳐야 이뤄지는 투자이다. 자칫 중도에 무산될 수 있는 ’협약‘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은 듯하다. 지난 2011년 삼성은 7조 6,000억원 규모의 새만금 그린에너지산단 조성 등의 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협약을 체결했으나 이후 후속조치 없이 백지화 됐다.

근래에 들어서도 전북도가 최근 6년간 외지 기업들과 맺은 새만금 투자협약 중 3분의 1이 무효화 되거나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SK컨소시엄은 오는 2025년까지 2조 1,000억원을 들여 새만금에 25MW 규모의 데이터센터 및 창업클러스터 건립을 추진한다고 2020년 11월 약속했으나 방대한 투자 시설에 비해 기존 계통연계로는 전력수급이 턱없이 부족해 투자에 회의적인 시각을 비치며 지금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성급한 자화자찬의 대표적 사례다.

각종 혜택 주었지만 투자 약속 지키지 않은 유야무야 사례들, 어떻게? 

또 2020년과 2021년 중국 CNPV의 새만금 태양광사업 사기 의혹과 먹튀 논란이 제기돼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사후 조치마저 미흡한 실정이다. 해당 기업은 "5,800억원을 투자해 주변에 태양광 부품 공장 등을 지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투자는 무산됐고 발전소만 남아 있는 상태인데다 이 업체의 지분 99%가 중국 본사가 아닌 일본 법인 소유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컸다.

더구나 한·중경협을 앞세워 규제를 풀고 싼값에 땅을 임대해 주는 등 각종 혜택을 주었지만 초기에 약속했던 금액의 투자마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아무런 조치와 책임도 뒤따르지 않고 있다. 문제 제기가 그동안 숱하게 있어 왔지만 새만금개발청은 적극 대처하지 않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빈축을 샀지만 지나고 나면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이번에도 언론들은 ”LS 그룹이 지난 8월 1단계로 1조 493억원 투자를 약속한 데 이어 2단계 투자도 진행키로 한 것으로 새만금 제조업분야 역대 최대 규모의 유치 성과“란 점과 ”고순도 금속화합물은 이차전지 양극재 제조를 위한 전구체의 핵심소재“란 점 등을 부각시키며 띄우기에 바빴지만 아직 협약에 불과하다는 점, 더구나 이차전지 폐수 처리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마당이다.

마침 이날 전주MBC는 이 문제를 짚어 눈길을 끌었다. ’새만금에 또 1조 투자...폐수논란·美변수 '여전'‘이란 제목의 기사는 ”새만금은 1년여 만에 8조원대 투자를 유치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지만 고염도의 폐수 처리 대책은 졸속 추진 논란에 부딪혀 혼돈을 거듭하고 있고, 기업 투자를 둘러싼 해외 변수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주MBC ”폐수처리장 확충 계획, 기존 계획 재탕한 터무니 없는 탁상 대책“ 문제 제기

전주MBC 11월 29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11월 29일 뉴스 화면(캡처)

이어 기사는 ”군산에서 열린 LS그룹의 투자협약식에서 2026년부터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1조 1,600억원을 들여 이차전지 핵심소재 제조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 발표됐다“며 ”지난 8월 대통령이 참석한 다른 이차전지 계열사 투자협약의 연장선이자, LS그룹의 새만금 투자는 이로써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산업단지에서 나올 폐수 처리 문제를 놓고 정부 대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는 ”지자체가 운영 중인 폐수처리장 확충 계획은 확인 결과 기존 계획을 재탕한 터무니 없는 탁상 대책으로 드러났고, 처리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고염분 폐수를 자체 처리해 바다에 내보낸다는 계획도 논란 끊이지 않는다“면서 ”관계 기관인 새만금개발청은 투자성과를 자화자찬하면서도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고 전라북도는 폐수 처리 대책을 내부적으로 다시 마련해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환경 논란과 함께 국내 이차전지 산업을 둘러싼 해외발 변수도 여전한 골칫거리“라며 ”미국이 자국 전기차 시장 보호를 위해, 중국 배터리 업계에 진입장벽을 높이기로 했지만 규제범위를 정하는 세부지침이 나오지 않은 때문에 한중합작 투자의 연내 착공이 일부 무산된 상황이며 목표한 새만금 10조 투자 유치가 가시화되고 있다지만 과연 외형적 성과뿐 아니라 내실을 갖췄는지 의문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드벌룬 띄우기식 보도와는 다르게 신중함이 묻어나는 차별성 있는 내용으로 주목을 끌만 하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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