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이후 한동안 정치권은 국민의힘 이슈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래서 민주당 정치인들은 아무 이슈도 못 만드는 민주당이 지금 좋아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 와중에 최근 민주당 이슈가 나왔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여성 폄하 발언 때문이다.

이런 이슈라도 나오는 게 나을지 의견을 들어 보고자 지난 24일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과 전화 연결해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에 대한 생각 그리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 문제와 함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행보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권 전 비대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민주당, 안 좋은 이슈로라도 이슈를 끌어야 한다고 생각”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사진=권지웅 제공)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사진=권지웅 제공)

-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한동안 국민의힘 이슈가 뉴스를 덮었는데 지난주부터 민주당 이슈가 나와요. 근데 안 좋은 이슈이죠. 현재 상황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차라리 지금 민주당의 일부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었던 감수성의 부족이라든지 조심성의 부족이 드러난 게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보통 면역력 기르려면 예방주사를 맞곤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이게 지금 드러나지 않은 채로 그냥 지나가는 게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지금이라도 청년이라든지 여성 폄하하는 것에 대해 조심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 민주당 이슈가 아예 없는 거 보나 이렇게라도 있는 게 나을까요?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 좋은 이슈로라도 이슈를 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린 건 아니고요. 오히려 진지하게 반성할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지금 부족한 지점이 드러난 이 시기를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 원래 민주당은 성 인지 감수성도 있지 않았나요?

“그렇죠. 그래도 성평등 문제라든지 성 인지 감수성과 관련해서 민주당의 자부심이었던 때가 있었죠. 근데 최근에 최강욱 전 의원의 발언도 그렇고 그전에 광역단체장의 성 관련한 비위 문제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는 등을 겪으면서 민주당이 가지고 있었던 성 인지 감수성 등이 조롱거리가 된 건 사실이에요. 근데 저는 앞으로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외부의 비판을 토대로 우리가 그래도 대한민국의 성평등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정당 중에 하나로 다시 거듭나야 된다고 마음먹게 된다면 그래도 그 일련의 과정들은 좋은 거름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심할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될 거로 생각합니다.”

- 그러면 왜 이렇게 됐을까요?

“예전에 떠올려 보면 최강욱 전 의원의 소위 짤짤이 발언이 있었을 때는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징계가 되지 않았었어요. 그리고 지금 최강욱 전 의원이 불복해서 재심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직 결론도 안 난 상태인데요. 그에 비하면 최 전 의원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최고위원회에서 비상 징계를 내릴 만큼 신속하고 단호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군가 보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민주당이 최근에 보였던 모습에 비하면 훨씬 더 나아지고 있는 쪽이에요.”

- 그러면 6개월 당원권 정지는 적당했을까요?

“물론 최강욱 전 의원이 어차피 출마를 못 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6개월 정지가 본인에겐 크게 불이익이 되지 않는다 치더라도 이런 발언을 하면 당에서 즉각 징계 조치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 당내에선 최 전 의원 징계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저는 최강욱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두고 적절하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는 민주당 정치인의 발언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최강욱 전 의원이 말했던 발언의 내용이 저는 상당히 모욕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은 꼭 징계가 아니더라도 지도부 차원에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현수막 논란, 전체는 어떻게 되든 나만 잘 살고 싶다는 메시지가 문제”

2030세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홍보 현수막 시안(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2030세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홍보 현수막 시안(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현수막 문제가 먼저 나왔죠. 이에 대해 조정식 사무총장도 사과했죠. 근데 이게 대선 구호와 맥이 닿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더라고요. 대선 구호가 ‘나를 위해 민주당’이었잖아요.

“예를 들면 문제가 되었던 플래카드는 여러 종류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었던 건 ‘경제가 어떻게 되든 돈만 돈은 많고 싶다’, ‘정치가 어떻게 되든 나는 잘 살고 싶다’라는 부분이었지 ‘나에게 온당’은 그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받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에게 온당’ 혹은 아니면 ‘나를 위한 민주당’은 사실 한국 사회의 어떤 공동체 우선주의나 아니면 집단 우선주의라고 하는 것에 대한 걸 넘어서 개인을 존중하는 문화로 넘어가자는 주장 담은 것이라서 그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너무 이기심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저는 공동체에 너무 개인이 소외된다거나 아니면 집단에게서 개인이 소외된 경험이 한국 사회 내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근데 그것이 아니라 사실 조금 더 나가서 전체는 어떻게 되든 나만 잘 살고 싶다는 메시지가 문제였잖아요. 그래서 그것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병립형 비례대표제 돌아가려고 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저는 약속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민주당이 정치에 대해 되게 중요한 플레이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준연동형 비례제를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희가 2022년 2월 의총에서 결의를 한 게 다당제 정치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었어요. 그건 지금 현역 의원들이 다 그때 의총에 같이 함께했었던 분들인데 그때 약속을 바꿔야 될 이유가 전혀 없죠. 두 번째 21대 국회는 양당이 거의 점령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는데 국회의 생산성이라든지 아니면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을 논쟁하는 역량 등의 측면에서 봤을 때 사실 부족함이 되게 많았어요. 그럼, 거기에 대한 반성으로라도 민주당이 얼마나 더 커질 것인가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정치가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에 대해서 민주당이 결단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 이재명 대표는 예를 들어 불체포 특권에 대해 말을 계속 바꿨잖아요. 그러니까 국민에게 신뢰가 없는 거죠.

“근데 저는 그렇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만약에 그렇게 보면 윤석열 대통령도 거짓말 한 것 많잖아요. 근데 윤석열 대통령의 모든 말을 거짓말일 거라고 본다고 하지 않으니까요.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이 그 약속을 지킬지 안 지킬지를 국민들도 볼 것으로 생각하고요. 근데 민주당이 그 고민을 하는 배경 중의 하나는 국민의힘 쪽에서는 어쨌건 만들어진 법이 있는데 그 법을 꼼수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더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불구하고 저는 민주당의 약속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간다고 하는 건 이제까지 했던 쓴소리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행위”

- 대표적 비명으로 알려진 이상민 의원은 숨 쉴 수 없다며 탈당 후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 같은데.

“저는 당에 쓴소리하는 것 자체에 대해 그런 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일을 이상민 의원이 해오셨다고 생각해요. 쓴소리하는 이유가 그 당이 정말로 좋아지게 만들기 위함이잖아요. 그것을 넘어서 사실 민주당에서만 4선을 하셨고 전체적으로는 5선을 하셔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께서 그 노력을 더 하시는 게 맞지 지금 국민의힘으로 가겠다고 하는 건 무책임해 보입니다. 특히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모르시지 않을 텐데 국민의힘으로 간다고 하는 건 이제까지 했던 쓴소리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돼요.”

- 민주당이 아직도 강성 지지자들에게 끌려다닌단 비판도 있는데.

“저는 그 부분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만 해도 지도부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면 여러분들이 비판하고 당 나가라고까지 말하고 그럴 때 위축되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꼭 해야 될 말이라고 하면 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상민 의원이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것이 좀 버티기 힘든 부분이라 하더라도 이 당을 제대로 바꾸기 위해서 감수해야 되는 상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비명계 네 명이 ‘원칙과 상식이란 단체 만든 건 어떻게 보세요?

“아까 예를 들었던 면역력을 기르려면 중간중간에 예방주사 맞으면서 큰 병에 걸리지 않게 하려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당내 이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견을 표하고 그 이견과 원래 지도부 사이의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 속에서 소위 당의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일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필요한 일을 하고 계시다고 말씀드립니다.” 

"민주당, 탄핵 운운하는 것은 매우 경솔한 서사처럼 보일 수 있어" 

- 민주당이 지금 여러 가지 탄핵을 얘기하고 있잖아요. 민주당이 너무 탄핵을 난발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이정섭 검사 등 비리 혐의가 명확한데 검찰이 스스로 자정작용으로 그 죄를 수사하고 기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탄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지금 방송의 최소한 절차도 완전히 어기는 상태로 이사를 임명하죠. 그리고 지금 MBC 이사 같은 경우 이사가 원래 법정 숫자보다도 지금 더 많은 상태가 되는 건 명백히 잘못이거든요. 이런 부분이 있어서 그것을 정치적으로 비판해도 전혀 수용이 안 될 경우 탄핵이라고 하는 수단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근데 그 외에 지금 한동훈 장관이라든지 심지어 대통령까지 탄핵할 수도 있다는 등의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 그러냐면 탄핵이라고 하는 건 단순히 법률 요건을 갖췄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행위예요. 근데 그 정치적 행위라고 하는 건 정치적 파급력을 고려하면서 해야 될 부분이요. 저는 한동훈 장관이 민주당 입장에서 비판할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도에 계신 국민들까지 설득할 만큼 탄핵당해야 될 사유가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상태에서 지금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매우 경솔한 서사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왜 그럴까요?

“몇 분의 정치인분들은 실정이 있기 때문에 탄핵까지 나아가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겠죠.”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보에 대한 기사가 많잖아요. 최근 행보를 보면 정치인처럼 보이던데 장관이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한동훈 장관은 이미 정치인처럼 행동해 오셨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법무행정을 설명하고 법무행정 해야 될 이유를 설득하는 위치 혹은 국무위원으로서 국정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위치가 아니라 ’야당이 잘못했다‘. ’전 정부 때문‘이라고 정치적 공방을 계속해 왔던 것이라 꼭 최근만이 아니더라도 정치적인 행보를 해왔다고 생각하고요. 정치적인 행보를 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국무위원인 신분을 가지고 그 행동을 했다고 한다고 하는 건 국무위원으로서의 책임감이 되게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미 정치의 마음을 먹으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법무부 장관 후임 인선에 대해서도 뉴스가 나오잖아요. 그럼 얼른 나오셔서 진짜 정치인으로서 야당과 겨뤄보시면 어떨지 싶습니다.”

- 한동훈 장관이 자기는 여의도 사투리 안 쓰고 5천만 국민의 언어 쓴다고 했는데요?

“한동훈 장관의 말투는 유튜버분들의 말투와 비슷한데요. 왜 그러냐면 예를 들면 법무행정과 관련된 질문을 하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 때는 어떻게 하셨어요‘라고 이렇게 되묻는 방식으로 소위 싸움을 거는 말투를 가지고 계셨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한동훈 장관의 말이야말로 국민들의 말이라기보다는 그렇게 주장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유튜버분들의 말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동훈 장관 출마 시 민주당, '정권 심판' 구도 만들어져 유리할 거라고 생각”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CBT 대전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뒤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법무부 제공)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CBT 대전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뒤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법무부 제공)

- 한동훈 장관이 나오는 게 민주당에 좋을지 아니면 나쁠까요?

“저는 한동훈 장관이 출마하시면 민주당에 정권 심판이라고 하는 구도가 만들어져서 유리할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한동훈 장관이 어디 나오시든 상관없어요. 제가 예상컨대 한동훈 장관은 본인이 당선될 만한 곳에 나올 거로 생각합니다. 왜 그러냐면 지금 국민의힘에서 아무도 희생하는 상황이 아니에요. 근데 한동훈 장관이 스스로 몸을 던져서 희생하는 분위기를 만들 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 이준석 신당에 대해 이슈가 계속 나오잖아요. 어떻게 보세요?

“이준석 전 대표 입장에서는 명분이 있죠. 왜냐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했던 약속을 좀 지키라고 하는 건데 몇 번 이야기해도 안 되니까 그것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신당 만들겠다고 하는 것인데 그건 국민의힘 내부에서 설득력이 있지만 사실 이준석 대표가 보여줄 비전이 국민들 전체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이준석 대표가 그전에 보여줬던 정치의 중요한 메시지가 예를 들면 여성가족부 폐지라든지 아니면 장애인 이동권 어떤 시위에 대해서 반박이라든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서 그것이 국민의힘과 또 차별되는 수지가 형성될 것인가 하는 것은 저로서 잘 모르겠습니다.”

- 같은 청년 정치인으로 보기에 어때요? 주목받으니 부러울 것도 같거든요.

“그렇죠. 사실 저는 이준석 대표와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견해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만 어쨌건 정치권에 들어와서 벌써 10년이 넘게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해 온 것이 실력으로 쌓여서 지금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젊은 정치인이 저 정도 도전을 하는 것 자체를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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