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최경영 KBS 기자

KBS 1라디오에서 <최경영의 최강시사>를 진행하던 최경영 기자가 지난 10월 27일 방송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를 통해 프로그램 하차 그리고 KBS 퇴사 의사까지도 밝혔다. 1995년 KBS에 입사한 최 기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뉴스타파로 이직했다. 그 후 2018년 특별채용 형태로 KBS에 재입사했다.

최 기자는 왜 프로그램 하차와 함께 퇴사를 결정했을까? 이에 대해 이유를 들어보고자 지난 10일 최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최강시사’하면서 많이 답답...말도 안 되는 공정성 논란에 매번 휘말리는 것들에 관해 제대로 알릴 수 없었다”

최경영 KBS 기자(사진=최경영 제공)
최경영 KBS 기자(사진=최경영 제공)

- <최경영의 최강시사> 진행 그만두신 지 2주가 지났는데 어떻게 지내셨어요?

“이제 <최경영TV”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 작업을 시작하느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그다음에 그동안에 못 만났던 사람들 만나고 있어요.“

- 예전에 KBS 퇴사하신 적 있잖아요. 그때와 지금 기분이 다른가요?

”그때는 KBS라는 직장에서 뉴스타파라는 직장으로 옮긴 거죠, 그러나 지금은 KBS라는 직장에서 나와서 프리랜서가 된 거잖아요. 그러니까 모든 게 더 불투명하긴 하죠.“

- <최경영의 최강시사> 진행 그만둔 게 자의인가요. 아니면 타의인가요?

”환경이 영향은 미쳤지만 그래도 제가 주체적으로 결정한 게 훨씬 더 많았으니까 자의죠.“

- 왜 하차를 결정하신 거예요?

”<최강시사>하면서 많이 답답했고요. 말도 안 되는 공정성 논란에 매번 휘말리는 것들에 관해서 사람들에게 제가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알릴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국민의힘은 일방적으로 저를 매도했잖아요. 근데 제가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 같은 걸 이야기할 시간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자리에서 빨리 나오고 싶었어요.“

- 그럼, 지금 상황하고 연결된 건 아닌가요?

”맞아요. 사장이 바뀌는 등 환경의 영향도 있지만 언제 나올지 나와서 뭘 할지 그런 어떤 시기 그다음에 어떻게 나올지 이런 것들은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다고 아까 그랬잖아요.“

- 그럼, 얼마나 고민하신 거예요?

”한 지난 한 3~4개월 이상 고민했어요.“

- KBS 근무하신 게 28년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럼 어느 정도 거기에 적응했으니 28년 근무한 거 아닌가요?

”적응했다고 거기에 안주하면 안 되잖아요. 그 회사가 하는 시스템에 맞춰서 일할 수도 있죠. 그러나 그것과 내 삶을 더 잘 사는 것과는 다른 거죠. 저는 제 삶을 더 잘 살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지난 28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과 내일이 중요한 거죠.“

- 그러면 왜 2018년에 KBS로 돌아간 거예요?

”그때 돌아간 건 오늘과 내일이 있었던 거죠. 그때 뉴스타파에 계속 있으면 내가 뉴스타파 기자로 죽는 거잖아요. 근데 뉴스타파 기자로 있다가 다시 KBS 기자로 돌아갔던 건 KBS가 나에게 잘못한 것을 인정한 거잖아요. 그 잘못한 걸 인정받고 제 명예를 회복하고 KBS에 계속 있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상황이 안 된 거잖아요.“

- 근데 바뀐 게 없었나요?

”더 안 좋아졌을 수도 있죠.“

”KBS, 좋은 뉴스·프로그램으로 잘 발현되기 원했는데 찾아보기 힘들었다“

KBS 전경(사진=KBS 제공)
KBS 전경(사진=KBS 제공)

- 안 좋아졌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게 하던 대로 살면 된다는 분위기가 더 확산한 게 더 안 좋아진 거죠. 그건 주체적인 삶이 아니에요. 조는 우리 KBS 사람들이 각자의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면서도 그래 조직에서 잘 승화돼서 좋은 뉴스나 프로그램으로 잘 발현되기를 원했거든요. 근데 그런 게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 10월 27일 <최강시사> 오프닝 멘트에서 “사회적으로 공분할 사안에 제대로 공분하지 못하는 퇴행적 언론 상황에도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라고 하셨잖아요. 어떤 의미인가요?

“오프닝 멘트의 의미는 윤석열 정부가 편파라고 공격하니까 아무런 저항도 없이 본인들의 편성권이나 편집권, 언론의 자유가 다 침해당하고 뺏기는 걸 뻔히 알면서도 무기력하게 거의 당하고만 있죠. 그러면서 성명서 몇 줄 쓰고 집회나 시위 몇 번 하는 게 저항의 전부인 KBS 본부 노조를 지칭하는 거예요.”

- 왜 그럴까요?

“수신료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에 생계가 곤란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방어 본능,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죠. 그게 가장 컸다고 봐요.”

- 밥그릇 생각한 거라고 보세요?

“맞아요. 직장인이 된 거죠.”

- 언론인도 생활해야 하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저는 지금 KBS가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압박을 받을 만큼의 상황이 전혀 아니라고 봐요. 중소기업에서 임금이 체불되고 회사가 진짜 문을 닫을 것 같은 게 아니었잖아요. 그리고 수신료를 못 받아서 임금이 조금 깎이더라도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더 언론의 사명에 집중했다면 국민들에게 지지받고 ‘저 수신료 뺏긴 불쌍한 공영방송 나중에 우리가 수신료 되찾아 주자’는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수신료 때문에 저항을 제대로 못 한 걸 국민들이 다 뻔히 알아버리니까, 그러면 나중에 ‘KBS가 제대로 언론하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누가 믿어주겠어요.”

“문재인 정부 무능...5년 기회 줬는데 잘못, 지금 더 나빠져”

- 근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노조가 투쟁했을 때 국민들이 응원했죠. 그러나 정상화 후 달라진 게 없다고 판단하고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맞는데 그것도 저는 너무 단기적 관점이라고 보거든요. 5년 만에 세상이 바뀌어요? 5년 만에 세상이 안 바뀌었어요.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무능했어요. 그런 측면 분명히 많죠. 근데 그렇다고 언론 자유나 민주주의나 평화나 평등이나 그런 가치가 사라져야 되거나 그런 가치를 지향하지 않아야 돼요? 그때도 5년 기회를 줬는데 잘못했으니 지금 더 나빠졌지만, 어차피 다 똑같으니까 그냥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래 그래야 돼요? 아니면 자기들이 믿는바 자유, 민주, 평화, 평등을 위한 세상이 조금 더 되도록 한 발짝이라도 움직여야 돼요.”

- 제가 묻는 건 국민이 호응을 안 한다는 거죠.

“국민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응원 안 하겠죠. 그리고 실제로 언론 환경도 많이 바뀐 게 기술적인 환경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꼭 지상파를 볼 필요가 없잖아요. 요즘 다 유튜브 보니까요. 그래서 유튜브에서 충분히 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덜 응원하는 것 같아요.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 같고요.”

- 유튜브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좋을까요?

“그것도 문제가 있지만 그런 부작용이 늘 우려한다고 기술 발전과 기술 발전으로 인해 변하는 사회의 트렌드를 바꿀 수는 없어요. 다만 그 유튜브라는 인터넷 신기술 그리고 새로운 담론장에서 얼마나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지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지. 유튜브 때문에 사람들이 더 어떤 진영화되고 패거리 싸움만 한다? 그런 측면도 분명히 있죠. 그러나 그전 TV나 신문이 다 지배하고 있었을 때는 얼마나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잘 전달해 줬어요? 그러지 않았잖아요. 실제로 지금도 그렇지 않고 있고요. 유튜브가 주는 건강한 측면, 기능적으로 우수한 측면도 많이 있어요. 부작용만 강조하는 건 어떻게 보면 기존의 기성 언론사들 또는 기성 언론사들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본인들의 기득권을 계속 쉽게 지켜가려고 하는 변명일 수도 있어요. 분명 부작용이 있다고 제가 그랬어요. 부작용은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사회의 공론장을 잘 만들고 더 좋은 민주주의로 발전시켜 나가는 건 그런 기술을 활용하고 거기에 콘텐츠 제공하는 사람들의 몫이지 기술의 잘못이 아니죠.”

“KBS 본부 노조, 지도부 문제 아닌 노조원들 전체의 문제...아주 심각”

최경영 KBS 기자(사진=최경영 제공)
최경영 KBS 기자(사진=최경영 제공)

- 한 언론과 전화 통화에서 ‘KBS 안에서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에 맞서는 게 더 나은 선택 아니냐’는 질문에 “KBS 안에서 저항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제 거의 없는 것 같다. KBS 밖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다면 너무 안일한 현실 인식, 한가한 소리”라고 답했잖아요. 왜 그렇게 판단하신 건가요?

“현재 KBS 상황이 무슨 저항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안에서 저항해요. 제가 지금 노조위원장입니까? 공추위 간사입니까? 노조 집행부입니까? 왜 제가 저항을 해야 되죠? 노조위원장도 있고 노조 집행부도 있고 많은 젊은 사람들도 있잖아요. 근데 왜 제가 저항을 해야 돼요? 저는 저항을 했다가 한 번 잘리기도 했잖아요. 저는 지난 10년 동안 제 몫을 충분히 했다고 보거든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나서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왜 계속 나서야 되죠?”

- 제가 알기로 지도부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나잖아요. 기자님이 지도부에 들어갈 수도 있잖아요.

“KBS 본부 노조의 지금 구성원들이 젊잖아요. 일부러 과거에 충분히 싸웠던 사람들은 이제 배제하고 젊은 노조로 가기로 했잖아요. 근데 안 싸우잖아요. 왜 제가 또 가야 되죠. 그게 지금 지도부의 문제인지 노조원들 전체의 문제인지라고 봤을 때 저는 노조원들 전체의 문제라고 보는 거예요. 지도부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래서 한가한 소리라고 한 거예요. 아주 문제가 심각하죠.”

-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아까 말했잖아요. 수신료로 그렇게 경제적으로 압박해 왔을 때는 강하게 저항하면서 ‘2년 3년 월급이 깎이더라도 우리는 언론의 정도를 걸어가겠습니다’라고 선언을 했어야 돼요. 그러면서 보도와 프로그램에서 강하게 싸우고 들어오는 사람도 막고 그런 걸 안 보여주면 어떻게 국민들이 지지하고 성원합니까? 그런 게 전혀 안 보이잖아요. 그럼 왜 지지하고 성원해요?”

- 지금 언론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동아투위 자유투위까지 생각을 해보면 40~50년 된 거잖아요. 그동안 같은 일이 계속 반복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같은 일을 반복하는 자들이 신기하게 똑같은 집단이에요. 그러면 최소한 언론 자유에 관해 한 정치 세력은 언론 자유를 허락할 마음이 없다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 정치 집단은 자유민주주의 세력입니까? 제가 보기에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아닌 것 같은데요.”

“‘최경영TV’ 12월 4일 개국...기존에 했던 4개 프로그램 종합”

- 그러나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권력이 언론 잡으려는 건 여야가 비슷하지 않나요?

“그 정도나 수준이 전혀 다르죠. 그걸 똑같이 이야기하면 안 되죠. 노무현 정부 때 이런 일이 일어났었어요? 김대중 정부 때 이런 일이 일어났었어요? 문재인 정부 때 이런 일이 일어났었어요? 뭘 얼마나 장악했어요? 박정희 정부 때 자유투위, 동아투위 있었죠. 그리고 전두환 정부 때 언론사 통폐합했죠. 또 이명박 정부 때 그 난리가 났었죠. 그러다 박근혜 정부 때 뉴스타파가 법인화됐죠. 그럼 너무 뻔한 거 아니에요? 왜 꼭 이 정치 집단이 집권하면 왜 매번 같은 일이 일어날까요? 그게 언론사 기자들 탓일까요? 아니면 이 정치 집단의 탓일까요?”

- 지난 7일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있었잖아요. 기사로라도 접하셨을 것 같은데.

“인사청문회는 제가 별로 코멘트할 게 없어요. 왜냐면 박민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 사람이 문화일보에서 어떤 좋은 기사를 썼는지 제가 잘 모르겠고 문화일보보다 몇십 배는 클 KBS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 경영적인 역량을 어디에서 검증받았는지도 모르겠거든요. 단지 제가 알고 있는 이 사람의 과거는 법조 언론인 클럽 회장인가를 하면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한테 상당히 우호적인 행태를 많이 보였다는 정도만 이야기하겠습니다.”

-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앞으로 계획은 <최경영TV>를 12월 4일에 개국할 생각이거든요. 그때 제가 기존에 했었던 <경제쇼>, <최강 시사>, <이슈 오도독> 그다음에 <저널리즘토크쇼J> 이 4개 합쳐놓은 것 같은 프로그램을 선사하고 싶어요.”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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