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11월 10일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시민사회단체의 오랜 숙원이었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노동계의 과제였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마침내 통과했다.
9일 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3법을 단독 의결한데 이어 노란봉투법은 재석 174명 중 찬성 173명, 기권 1명으로 가결시켰다. 이날 방송법 개정안은 재적 176명 중 찬성 176명,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은 재적 175명 중 찬성 175명,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재석 176명 중 찬성 176명으로 가결됐다.
민노총 “노란봉투법 통과 환영...윤 대통령은 입법권 존중해 개정안 즉각 공포하고 시행하라”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회사 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장 노동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공포하고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며 “지난 20년은 투쟁 이후 손배가압류 압박 속에 삶을 등지는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서로를 지키고자 분투하는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상정에 반발해 본회의장을 나감으로써 법안이 실행되기까지 난항을 예고했다.
앞서 야당은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김도읍 의원)인 법제사법위원회가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처리를 미루고 있다며 각 상임위에서 단독으로 본회의 부의 요구안을 의결했다. 당초 이들 법안의 상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려 했던 국민의힘이 이날 필리버스터 방침을 철회한 배경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필리버스터 도중 소추안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 자체를 포기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날 통과된 방송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한 법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각 21명으로 증원하고, 이사 추천 권한을 학계와 시청자위원회 등으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통과에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크게 반겼다.
언론노조 “36년 만에 공영방송 정치독립법 탄생...언론 노동운동 역사에 거대한 전환”

1987년 방송법 제정 36년 만에 공영방송 정치 독립을 위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23년 동안 법률에도 없는 추천권을 행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사장을 앉히던 구악의 고리를 끊었다”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시민과 함께 했던 35년 언론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이번 법안 통과는 거대한 전환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약 1년 전 모든 정당이 망설이던 법안 상정을 가능케 한 5만명의 노동자·시민의 승리”라고 덧붙인 언론노조는 “이제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이 왔다”며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입법권과 언론 자유를 함께 외친 민심을 앞에 두고 자행될 대통령 거부권을 우리는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명분과 변명도 거부권의 핑계가 될 수 없다”며 “대통령이 말했던 ‘반성’과 ‘성찰’이 진심이었음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를 저버리지 말라. 우리는 대통령 거부권을 저지하고 언론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모든 양심적 시민들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송3법(공영방송 정치독립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18일 시민 5만 명이 직접 본인 인증을 통해 ‘언론 자유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률개정 국민동의청원’에 나선 결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상정된 이후 1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던 방송3법 개정안은 거대 양당의 ‘정치적 후견주의’에 의해 움직이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다. 그동안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KBS 이사회 11명(여야 7대 4), 방송문화진흥회(MBC) 9명(여야 6대 3), EBS 이사회 9명(여야 7대 2)으로 암묵적인 추천이 이뤄졌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영방송 이사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권은 국회가 5명, 시청자위원회가 4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가 6명, 직능단체가 6명(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각 2인) 갖게 된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은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게 된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 무게...진통·후유증 예고
그러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진통과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노란봉투법·방송3법 표결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아 혼란과 갈등을 일으키는 법이 통과돼 국민께 피해가 돌아가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어쩔 수 없이 우리 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민들께 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이유 설명드리고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건의드릴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이날 강행 처리한 방송3법 등 4건의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야 충돌은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