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직의 축구이야기

창단 50주년 맞은 포항, FA컵 챔피언 등극...10년 만에 무관 탈출 

우승을 차지한 포항 선수들이 김기동 감독을 헹가레를 치고 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우승을 차지한 포항 선수들이 김기동 감독을 헹가레치고 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23 하나원큐 FA CUP’ 대회 결승에서 포항 스틸러스가 전북 현대를 4: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막판 대역전 드라마를 쓴 포항은 10년 만에 FA컵 트로피를 차지했고 전북은 간절히 원했던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이번 시즌 전북은 포항과 다섯 번 만나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1무 4패가 전북이 받아든 성적표다. 포항을 전북의 천적으로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됐다.

결승전은 11월 4일 토요일 오후 2시 15분 포항의 홈구장 스틸야드에서 열렸다. 태풍과 잼버리 사태 때문에 ‘홈 앤드 어웨이’가 아닌 단판 승부로 치러졌다. 스틸야드의 1만 5천 5백여 좌석이 매진됐다. 스틸야드는 1990년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축구전용구장이다. 제공된 1천 백여 석을 빼곡히 메운 전북 팬들도 열띤 원정 응원전을 펼쳤다. 포항 팬들은 경기장에 ‘어게인 2013“ 현수막을 내걸었다.

전북과 포항은 2013년 FA컵 대회 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정규 시간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 접전 끝에 포항이 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은 이해 K리그와 FA컵에서 더블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어떤 우승컵도 들어 올린 적이 없어 포항의 선수들과 팬들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이날 경기에 임했다. 그리고 마침내 김기동 감독의 첫 우승컵이자 FA컵 최다 우승 동률을 달성한 팀이 됐다. 지금까지 전북과 수원 삼성이 FA컵에서 다섯 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경기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올해 팀 창단 50주년이기 때문에 우승컵을 들고 싶다. FA컵에서 우승한 지 10년 됐는데 많은 팬들 앞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다짐은 현실이 됐다.

포항, 결승전서 4:2 승리...전북, 마지막 경기 '분루'

포항의 김종우(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포항의 김종우(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원정 경기에 나선 전북의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결승에 올라와서 기쁘다. 올 시즌 리그에서 포항에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우리는 우승할 줄 아는 팀이다. 사소한 부분까지 잘 챙겨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FA컵 2연패에 최초의 통산 6회 우승 도전에 나섰던 전북은 마지막 경기에서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두 팀은 리그 경기에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하느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제주 원정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승에 진출한 포항의 체력적 부담이 더 컸다. 게다가 포항은 핵심 선수들 일부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였다.

홈팀 포항은 빨간색 상의에 검정색 하의, 원정팀 전북은 위아래 흰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최전방에 제카를 세우고 김승대 고영준 김인성이 공격 2선을 담당했다, 한찬희와 김종우가 미드필더로, 박승욱 그랜트 하창래 신광훈이 수비진을 구성했다. 수문장은 황인재였다.

전북의 송민규(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북의 송민규(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북의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4-1-4-1 전형으로 맞섰다. 구스타보가 최전방에 서고 송민규 백승호 맹성웅 한교원이 공격을 이끌었다. 박진섭이 4백 앞에서 1차 저지선을 담당하고 김진수 홍정호 정태욱 정우재가 수비를 책임졌다. 골키퍼는 김정훈이었다. 부상으로 나서지 못한 안현범을 대신해 정우재가 선발 출전했다.

전반 2분 김정훈 골키퍼를 제카가 강하게 압박했고 볼을 차지한 포항이 고영준의 헤더 슈팅까지 연결했으나 빗나갔다. 4분 전북이 전방 압박으로 코너킥을 얻어냈으나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10분 한교원의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황인재 골키퍼의 세이브가 빛났다. 13분 백승호의 날카로운 프리킥 역시 황인재가 몸을 날려 쳐냈다.

15분 송민규가 전북의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구스타보의 패스를 받은 송민규가 1차 슛이 튀어나오자 재차 슛을 때렸고 이 공이 수비수 맞고 들어가며 골이 됐다. 포항 출신인 송민규는 친정팀을 고려해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전북 선수들이 모두 모여 선제골을 축하했다.

중반이 되면서 양팀 선수들 간에 몸싸움과 신경전이 자주 발생했다. 제카와 홍정호가 충돌하고 한교원과 신광훈이 부딪쳤다. 승리와 우승을 원하는 선수들의 결의가 느껴졌다. 35분 포항의 코너킥 상황에서 그랜트가 높이 뛰어올라 헤딩했으나 김정훈이 역시 뛰어오르며 멋지게 선방했다. 이어진 코너킥 때 재차 헤딩 슛을 가져가던 그랜트가 김정훈의 뒷머리를 들이받았지만 다행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후에도 선수들끼리 몸으로 부딪치는 장면 많이 나왔다. 공중볼을 다툴 때도 서로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43분 포항의 한찬희가 동점골을 터트렸다. 전북의 우측면에서 크로스가 넘어왔고 김승대가 살짝 흘려주자 오른발로 낮게 깔아 찼다. 경기장이 더 뜨거워졌다. 4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지만 전반은 1:1로 마무리됐다. 결승전 경기다웠다.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대등하게 진행된 가운데 전북의 전방 압박과 공격이 조금 더 빛을 발한 전반이었다.

후반 6분 구스타보가 페널티 킥 골을 성공시키며 전북이 다시 앞서나갔다. 11분 포항이 신광훈과 김인성을 빼고 심상민과 홍윤상을 투입했다. 이어 18분 전북도 맹성웅 대신 보아텡을 투입했다. 23분 구스타보가 나가고 박재용이 들어왔다. 28분 포항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제카의 멋진 발리슛이 골망을 갈랐다. 우승컵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포항은 2분여 뒤 제카를 빼고 이호재를 들여보냈다. 

전북 현대, 12일 인천 상대 K리그 36라운드 예정 

전북의 구스타보(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북의 구스타보(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포항이 공세를 강화했다. 결국 후반 32분 역전에 성공했다. 김종우가 180도 돌아선 뒤 왼발로 전북의 골대 구석을 찔렀다. 포항이 앞서가는 골이자 본인의 포항 소속 데뷔골이었다. 다급해진 전북이 35분 정우재를 빼고 문선민을 투입했다. 역전을 허용한 뒤 포항은 기세가 살아난 반면 전북 선수들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추가 시간 7분이 주어졌다. ‘포항의 아들’로 불리는 홍윤상이 전북의 측면을 파고든 뒤 오른발 감아차기로 쐐기골을 터트렸다. 홍윤상은 포항의 유스 출신으로 독일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왔다. 경기가 재개된 뒤 양 팀 선수들 간에 다시 충돌이 벌어졌다. 문선민과 보아텡이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결국 포항이 전북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환호하는 포항 선수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환호하는 포항 선수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날 뛰어난 용병술로 우승컵을 차지한 김기동 감독은 모든 것이 선수들 덕분이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우승은 욕심났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와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2019년 부임한 김 감독 체제에서 포항은 구단의 부족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우승이 가능한 팀으로 거듭났다. 김 감독은 이날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이로써 전북은 10년 만에 단 하나의 우승컵도 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K리그와 FA컵 챔피언이 가려진 지금 아직 조별 리그가 진행 중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아챔)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추춘제로 변경된 아챔은 내년 5월에 결승전이 치러질 예정이다.

전북은 우선 K리그 남은 세 경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4위에 위치한 전북은 인천 광주 울산을 차례로 상대하게 된다. 최소 리그 3위 안에 들어야 리그 우승팀 울산과 FA컵 우승팀 포항에 이어 다음 시즌 아챔에 참가할 자격을 얻게 된다. 3위 광주에 승점 4점 뒤져 있는 전북은 12일 인천을 상대로 K리그 36라운드를 치를 예정이다.

/김병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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