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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여가부)가 여성 폭력 피해자 보호와 청소년 활동 지원 예산 등을 대폭 삭감한 것과 관련 여가부 장관 후보자 지명 파행 이후 차관 체체로 유지하다 폐지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바람에 그동안 여가부가 추진해왔던 관련 사업이 모두 전국 지자체들로 전가돼 예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여성폭력·학폭 예산 대폭 삭감하다니…여가부 존재 이유 뭔가?”

여성가족부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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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가부가 여성 폭력 피해자 보호와 청소년 활동 지원 예산 등을 대폭 삭감한 것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김 장관은 권익증진 정책 간담회에서 5대 폭력(권력형 성범죄·디지털 성범죄·가정폭력·교제 폭력·스토킹 범죄)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예산, 상담소 쉼터 예산 등을 모조리 삭감했다”며 “앞에서 약자와의 동행을 말하고, 뒤에서는 예산을 삭감하는데, 여성폭력에 단호하게 싸우는 여가부의 존재 이유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하자 용 의원은 “예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삭감된 것을 보면서도 그렇게 말씀하시니 당혹스럽다”고 반박했다. 용 의원에 따르면 여가부는 가정폭력 상담소 예산을 올해 116억 3,700만원에서 내년 84억 4,000만원으로 27.5%나 줄이는 등 여성폭력 방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성매매 피해자 구조지원 예산은 절반가량 삭감했으며,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예산은 올해 43억 4,100만원에서 8억 500만원가량 줄여 편성했다.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 인권 교육 사업과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콘텐츠 제작, 이주여성 인식 개선 및 폭력 피해 예방 홍보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고양시을)도 "내년도 청소년 지원 예산이 올해보다 38%나 줄었다"며 "관련 사업을 유지하는 게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장관은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가정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데도, 가정폭력 가해자 교정 프로그램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며 "여가부는 다른 부처로 업무를 일원화한다고 밝혔으나, 해당 부처와 제대로 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가해자 처벌을 담당하는 법무부가 교정 프로그램을 맡는 게 낫다고 판단했는데 사각지대가 없도록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지원사업 '적신호'..."지역 청소년들 사회적 위축" 우려

김현숙 여가부 장관
김현숙 여가부 장관

그러나 여가부가 내년도 청소년 정책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지자체들의 청소년 지원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당장 나오고 있다. 기존 사업 대다수가 국비와 함께 추진됐는데 이를 지방자치단체들이 떠안아야 하거나 중단 위기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지원사업 축소로 지자체들마다 해당 지역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3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청소년 어울림마당 운영 ▲청소년 동아리 활동 지원 ▲청소년정책참여지원 운영 지원 ▲수련시설 청소년운영위원회 운영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사업 ▲청소년 성인권교육예산 등 청소년 관련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업이 국비 40%~50%를 지원받아 진행되는 매칭 사업이어서 지자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존 사업을 유지하려 해도 지자체의 재정에 대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당장 자치단체들이 해당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시설 운영위원회, 청소년동아리는 사실상 존폐기로에 놓인 것이다.

이와 관련 도내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과 청소년 활동 지원의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인데 관련 사업들이 오히려 축소된다면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어촌 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위축되거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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