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직의 축구이야기

포항 선수 교체 실수로 한때 12명 뛰는 상황...'몰수패' 가능성
28일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전주성)에서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가 맞붙었다.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 경기였다. 전북이 상대를 몰아붙이며 공세를 퍼부었지만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포항은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 전북은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아챔) 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 승리가 필요했지만 승점 1점씩을 나눠 갖는데 만족해야 했다. 원정팀 포항은 승점 60으로 리그 2위에, 홈팀 전북은 승점 53이 되면서 4위를 유지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아챔)에서 경쟁하고 있는 두 팀 모두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전북은 25일 홈에서 싱가포르의 라이언 시티를 상대로 3:0 승리를 따냈고, 포항은 그보다 하루 전 지난해 아챔 우승컵을 거머쥔 우라와 레즈를 일본 원정에서 2:0으로 잡았다.
이날 승리가 더 간절한 쪽은 전북이었다. 전북은 올 시즌 포항을 세 번 만나 모두 패했다. 포항에 승점 9점을 헌납했기에 이날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홈인 데다가 직전 공식 경기 3연승을 거둔 뒤라 팀의 분위기가 많이 올라왔다.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선수들이 모두 돌아왔고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홍정호도 복귀해 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의 전북은 4-1-4-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구스타보가 최전방에 서고 송민규 백승호 맹성웅 한교원이 공격 2선에 위치했다. 보아텡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김진수 박진섭 구자룡 정우재가 수비진으로 나섰다. 골키퍼는 김정훈이었다. 백승호가 조금 높은 위치로 올라간 점이 눈에 띄었다.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이호재가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고 홍윤상 윤민호 김인성이 2선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김종우 김준호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고 심상민 그랜트 박찬용 김용환이 수비를 담당했다. 황인재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제카 김승대 고영준 등은 벤치에서 시작했다.
송민규와 구스타보의 활발한 움직임을 앞세운 전북이 초반 공세를 주도했다. 15분 맹성웅의 오른발 발리 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맹성웅은 20분 경고를 받기도 했다. 26분 부상을 당한 포항의 김용환을 대신해 신광훈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른 시간 예기치 못한 교체 상황에 맞닥뜨린 포항의 악재였다. 흔치 않은 촌극이 빚어진 것은 이때였다.
경기 일시 중단된 뒤 속행했으나...'무자격 선수' 논란

29분 경 주심에 의해 경기가 중단됐다. 포항이 등번호를 잘못 적어내는 바람에 김용환 대신 김인성이 빠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김인성은 그대로 경기를 소화했고, 결국 32분에 김승대와 교체됐다. 김용환이 라인 바깥에서 치료중이긴 했지만 잠시나마 12명의 포항 선수가 그라운드에 있었던 셈이다.
K리그의 경기 규정에 따르면 ‘무자격 선수’가 뛴 것이 확인되면 그 팀에게 ‘0;3 몰수패’를 선언하도록 되어 있다. 2021년 광주가 대기심의 실수로 억울하게 몰수패당한 전례가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측은 두 구단과 대기심 등의 의견을 두루 들은 뒤 몰수패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수선한 가운데 경기가 재개되었다. 38분 구자룡이 경고를 받았다. 공방이 오갔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전반에 포항은 점유율에서 앞섰고 슈팅과 유효 슈팅은 전북이 더 많이 기록했다.
구스타보와 제카의 페널티킥 성공으로 1:1 무승부

후반 시작하면서 포항이 두 장의 교체 카드를 더 사용하면서 고영준과 한찬희가 경기장에 들어왔다. 선제골은 전북의 몫이었다. 51분 포항의 우측면을 파고들던 맹성웅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구스타보가 한가운데로 차 넣으며 골을 성공시켰다. 전주성에 관중들의 흥겨운 ‘오오렐레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선제골 이후에도 전북의 공세가 이어졌다. 후반 20분 김기동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로 제카를 투입했다. 1분 뒤 포항의 프리킥 상황에서 김진수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김진수는 옐로 카드를 받았다. 제카의 페널티킥 성공으로 1:1 동점이 되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포항이 여러 차례 유효 슈팅을 기록하며 전북의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29분 전북이 첫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구스타보와 한교원이 빠지고 박재용과 문선민이 투입됐다. 3분 뒤 박진섭이 포항의 골키퍼와 경합한 끝에 다시 앞서가는 골을 만들었다. 하지만 VAR을 거친 주심은 골 선언 취소와 박진섭의 파울을 선언했다.
후반 34분 페트레스쿠 감독이 보아텡과 김진수를 빼고 홍정호와 박창우를 들여보냈다. 40분에는 다시 맹성웅을 아마노 준으로 교체시켰다. 추가시간 9분이 주어지고 양 팀의 유효 슈팅이 상대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골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포항 한찬희의 마지막 슈팅이 골대 맞고 빗나간 뒤 경기가 마무리됐다.
전북도 포항도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포항은 우승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하루 뒤에 열리는 울산과 대구의 경기에서 울산이 승리하면 울산은 홈에서 창단 후 첫 K리그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전북의 내년 아챔 출전권 확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FA컵 대회에서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리거나 K리그 잔여 세 경기를 모두 잡고 3위에 올라야 가능하다.
전북의 다음 경기는 인천 유나이티드와 맞붙는 FA컵 준결승이다. 11월 1일 저녁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게 된다. 잼버리 사태 여파로 경기가 연기되었다. 단판 승부로 치러지는 준결승에서 승리하면 포항과 제주의 대결에서 승리한 팀과 11월 4일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결승전 역시 단판 승부로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김병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