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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인한 여론 왜곡과 사회 분열이 갈수록 심각하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가짜뉴스 논란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특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에서 가짜뉴스 공방이 치열했다.
그러나 정부가 가짜뉴스를 향해 직접 칼을 휘두르니 국감에서조차 ‘가짜뉴스 정의가 뭐냐’를 놓고 공방만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또한 현실적으로 가짜뉴스를 판별하기 쉽지 않은데 가짜뉴스를 규제하고 처벌하는데 국가가 국가기관을 동원하는 곳은 대한민국뿐이란 비판도 나왔다. 지난 한주를 뜨겁게 달군 가짜뉴스에 관해 의제를 다룬 주요 언론들의 기사를 톺아본다. /편집자주
#"가짜뉴스를 먹고 자라는 가짜정치, 가짜권력"

미디어 전문 비평 매체인 <미디어오늘>은 16일 ‘미디어와 문화정치’란 외부 칼럼의 제목을 ‘‘가짜뉴스’, 가짜권력, 가짜정치‘로 뽑아 시선을 끌었다. 김예란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쓴 이 글은 가짜뉴스에 관한 개념 정의와 권력 및 정치와의 관계를 잘 조명해주었다.
먼저 이 글에서 김 교수는 “‘가짜뉴스-가짜 력-가짜정치’ 삼위일체는 ‘가짜’라는 선정적인 용어를 반복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으로 심각한 정치 왜곡 효과를 낳고 있는 현 정부의 오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전제하면서 문을 열었다. 이어 “현재 한국의 당정은 이른바 ‘가짜뉴스’의 진정한 팬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며 그 이유로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명목으로 한국 사회의 미디어 생태계 파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열거했다.
그러면서 “ 가짜뉴스가 없었으면 이 정부는 무엇을 먹고살았을지 궁금하기조차 하다”고 꼬집었다. 핵심은 바로 뒤에 이어졌다. “‘가짜뉴스’라는 어휘부터가 부정확한 단어”라고 지적한 김 교수는 “가짜뉴스가 부정확한 단어라는 건 기초적인 미디어 안내서에서조차 잘 설명되어 있다”며 “가짜뉴스(Fake news)는 ‘틀린 뉴스(False)’가 아니라 진짜처럼 모조 된 대상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미스인포메이션(misinformation)’과 ‘디스인포메이션(disinformation)’의 차이
그러면서 “이처럼 부정확한 개념을 대체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개념은 우리말로는 ‘허위 조작 정보’, 더 자세하게는 ‘미스인포메이션(misinformation)’과 ‘디스인포메이션(disinformation)’으로 구분되는 개념들”이라고 강조한 김 교수는 “디스인포메이션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왜곡한 정보이고, 미스인포메이션은 우연한 오류로 오도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 정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현재 정부가 가짜뉴스라고 처벌하려는 뉴스가 디스인포메이션인지 미스인포메이션인지를 정확히 구분한 후에야 정부 조치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면서 “반대로 이 같은 판단에는 무지하거나 게으르면서 무조건 가짜라며 벌하려 달려드는 처사처럼 무지하고 악한 일도 없다”고 힐난했다.
결국 “모든 뉴스는 옳고 정확해야 한다, 반드시 그리고 언제나. 따라서 의도적(디스인포메이션)이든 비의도적(미스인포메이션)이든 이 뉴스의 기준에서 이탈한 대상은 뉴스 자격이 박탈되고 단지 정보라고 불려야 한다”고 규정한 김 교수는 “가짜뉴스를 없앤다는 핑계로 가짜뉴스를 외치는 건 저널리즘을 망치려는 가짜권력의 치사한 본성과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한 발 더 들어간 김에 김 교수는 “현 정부가 공격하는 ‘진짜’ 목표는 가짜뉴스 자체라기보다 가짜뉴스를 생산한다고 혐의를 씌운 미디어 조직으로 보이곤 한다”며 “정말 순수하게 가짜뉴스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 뉴스에 대한 개별적인 조치를 취하고 뉴스 품질을 높이도록 지원하는 게 맞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은, ‘가짜뉴스라는 낙인→해당 미디어 조직에 대한 수사→최고 책임자 징계→마지막으로 수십 년 전에나 본 적이 있었던 옛 인물의 부활’의 공식이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 글 말미에서 “냉소, 좌절, 우려가 가짜뉴스/가짜권력/가짜정치의 삼위일체가 낳은 가장 가슴 아픈 사회적 손실 중 하나다”고 지적하며 “역설적이게도 가짜정치의 진짜 가짜 게임판에서 걸려 넘어지는 건 가짜정치 자신”이라고 핵심을 꿰뚫었다. 그런 뒤 “가짜를 먹으며 증식하는 권력이 진실의 정치를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는 그는 “가짜의 생명력은 의외로 짧다. 이는 가짜뉴스를 먹고 자라는 가짜정치가 유념해야 할 진실이기도 하다”고 결론을 맺었다. 가짜뉴스를 이해는데 매우 의미 있는 글이다.
#방통심의위 '가짜뉴스 공방' 보도자료가 가짜뉴스?
<미디어오늘>은 이날 또 다른 한 꼭지의 가짜뉴스와 관련한 기사를 내보냈다. ‘방통심의위 ‘가짜 뉴스’ 공방 “위원회 보도자료가 가짜뉴스 아닌가”‘란 제목에서부터 무엇을 전하려는지 의미가 함축돼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가짜뉴스 공방’이 이어진 행태를 전하며 일부 위원들이 방통심의위 내부의 ‘불통’을 지적하며 가짜뉴스 규제 관련 토론회를 열어 달라고 요구한 내용을 강조한 기사다.
기사는 “16일 오후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방통심의위가 최근 진행한 행정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며 “방통심의위는 최근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개설하고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언론 보도를 인터넷게시물 심의인 통신심의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현장에 있었으니까 다르게 보도했지만 오지 않은 기자들은 보도자료만 믿고?”
이어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의 말을 인용해 “가짜뉴스 대책을 비롯해 (방통심의위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모든 것들을 중단하고 위원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어 달라”며 “가짜뉴스 대응과 인터넷언론 심의는 언론 자유 침해 우려가 심각한 사안이다. 밀어 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는 내용을 기사는 먼저 전했다.
기사는 이어진 ‘가짜뉴스 공방’도 보도했다. “김유진 위원이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 규정부터 해달라’고 하자 류희림 위원장은 ‘조작 허위 사실을 알면서 진짜로 오인하게끔 만드는 허위 뉴스를 갖다가 가짜뉴스로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기사는 그러나 “김 위원은 ‘일반 시민들이나 정치인들이 편의적으로 쓰는 ‘가짜뉴스’ 개념과 제재를 전제로 판단해야 하는 방통심의위가 가짜뉴스를 함부로 규정하는 건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반박했다”며 “방통심의위 내 ‘불통’ 문제도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윤성옥 위원은 방통심의위가 내는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지난 전체회의가 끝나고 나서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는데, 실제 회의록과 내용이 너무 다르다’고 했다”는 기사는 “윤 위원은 ‘오히려 이게 ‘가짜뉴스’ 아닌가. 여기 온 기자들은 현장에 있었으니까 다르게 보도했지만 여기 오지 않은 기자들은 이 보도자료만 믿고 제게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한 뒤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되면 어떻게 하실 건가’라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가짜뉴스의 개념 정의도 모호한 상황에서 규제만을 강조하는 방통심의위의 내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읽히는 대목이다.
#정부, 가짜뉴스 자의적 규정...‘언론 장악 의혹’ 타임라인 숨 가쁘게 전개

<시사IN>은 16일 제839호에서 내보낸 가짜뉴스 관련 기사는 주목할 만하다. ‘‘가짜뉴스 퇴치’라고 쓰고, ‘언론 장악’이라고 읽는다‘는 제목의 기사는 “윤석열 정부 2년 차, 언론사나 언론인에 대한 고소·고발· 압수수색이 이어졌다”며 10월 초까지 지난 1년 5개월 동안 언론계에서 일어난 일을 타임라인으로 제시하며 시작했다.
이어 기사는 “8월 28일 새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한 인사는 이명박(MB)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란 사실을 상기키면서 “방통위를 필두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언론진흥재단, KBS,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EBS, TBS 등 정부(지자체)와 여당이 위원·이사 추천 몫을 지닌 언론사 및 기관들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며 “먼저 감사, 고소·고발, 압수수색 등이 전방위로 이어진다”고 운을 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가기관이 전방위적으로 등장한다”는 기사는 “경찰·검찰뿐 아니라 감사원, 국세청, 국민권익위원회, 대통령실 등이 얽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전 정부에서 임명되었거나 야권으로 분류되는 사람을 해임하고 그 자리에 친여 성향 인물을 임명한다. 새로 임명된 이사(위원)는 정부 비판적 언론사·보도에 대해 제재하는 결정에 참여한다. ‘언론 장악’으로 비판받는 흐름이다. 이런 일이 지난 1년 5개월 간 차례차례 진행되었다”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었다.
“가짜뉴스 사례, 대다수가 정부 비판·대통령 측근과 권력 실세들에 대한 의혹 제기 보도들”
그러면서 “이번 정부와 여당은 특히 언론사나 언론인에 대한 고소·고발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다”는 기사는 “지난해 9월 29일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특별위원회(TF)’는 MBC 사장과 보도국장, 디지털뉴스국장, 취재기자 등을 무더기로 형사 고발했다”며 “윤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일어난 비속어(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발언) 보도 논란을 일으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였다”고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이 외에 일련의 권력에 언론에 대한 고소·고발과 압수수색 등의 진행 과정을 열거한 기사는 “정부·여당이 내는 언론 정책 대다수는 '가짜뉴스 타도'를 표방한다”고 방점을 찍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4월 20일 문체부는 ‘가짜 뉴스 퇴치’를 범정부적 대응을 선포하고 5월 9일 언론재단 내에 가짜뉴스 신고·상담 센터를 설치했다”는 기사는 “7월 26일 국민의힘은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김장겸 전 MBC 사장을 위원장으로 앉혔다”면서 “정부·여당이 지목하는 '가짜뉴스'의 사례를 보면 대다수가 정부 비판, 대통령 측근과 권력 실세들에 대한 의혹 제기 보도들”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의 핵심은 말미에 강조됐다. “정부가 규정하는 '가짜뉴스'의 정의와 범위가 너무 자의적”이라고 지적한 기사는 “방송·신문·인터넷 뉴스 그리고 포털사이트까지, 임기 2년 차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의혹’ 타임라인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심히 우려했다.
#가짜뉴스 근절 법안과 표현의 자유 위축

가짜뉴스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15일 ‘‘가짜뉴스’ 근절 법안 수십 건…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의 기사에서 이 문제를 싱층적으로 조명했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짜뉴스를 때려잡겠다고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국가기관을 동원하는 곳은 대한민국뿐이다”로 시작하는 기사는 “(이 주장은) 박대출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라고 소개한 뒤 “정권이 교체되고 여야가 바뀌었다. 현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가짜뉴스 척결을 외치고 있다”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0월 3일 가짜뉴스를 두고 ’사회적 재앙‘이라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관련 법률이 조속히 마련되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는 기사는 “개념이 모호하면 법안 시행 이후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앞서 헌재는 2010년 전기통신법 제47조 제1항을 두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른바 ‘허위사실 유포죄’라 불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헌재는 공익이라는 개념은 개인과 시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객관적으로 확정된 개념이 아니라고 전제했다”는 기사는 “헌재는 허위사실이라고 해서 무조건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배제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가짜뉴스 범위를 규정하더라도 정보의 허위성과 악의성을 누가 판별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쟁점”이라고 제기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 공직선거법, 형법 등으로도 가짜뉴스 충분히 규제 가능”
특히 김성순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의 주장을 인용한 이 기사는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를 법에 명시함으로써 손해배상 소송 등 민사적 해결이나 신문윤리위원회 등 자율규제 기구가 판단할 때 기준점으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가짜뉴스라고 해서 국가기관이 개입해 행정 제재를 가하거나 형사처벌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의미를 강조했다.
더 나아가 가짜뉴스의 규정을 더욱 분명하게 심어주기 위해 기사는 “국회입법조사처가 2020년 6월 펴낸 ‘제20대 국회의 허위조작정보 관련 입법 현황 및 쟁점’ 보고서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법적인 규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그러므로 팩트체크를 활성화해 대응하고 학교 및 사회에서의 미디어 교육을 통해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기사는 “현행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 공직선거법(허위사실공표죄), 형법(명예훼손죄) 등으로도 가짜뉴스를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방점을 찍었다. 굳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거나 부작용을 일으키면서까지 규제안과 법안을 만들고 강화하기 보다 현행 법으로도 얼마든지 가짜뉴스를 규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