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천하람 변호사(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내년 4월에 있을 총선 전초전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사실 민주당의 승리는 누구나 예상하던 결과였다. 문제는 표 차였다. 국민의힘은 내심 한 자리 수 이내로 좁히길 기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기대와는 달리 17.15%가 났다. 보통 이 정도면 선거 다음 날 지도부 총사퇴 후 비대위 체제로 간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의힘 평가를 들어보고자 선거 다음 날인 12일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천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결과”
- 이변은 없었어요. 11일 열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당선됐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질 건 알았지만 수도권 민심이 예상보다 더 매서웠다고 보고요. 결국 이게 40억 들여서 샘플 24만 개로 하는 여론조사입니다. 게다가 없음 모름도 없는 굉장히 정확한 여론조사라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고요. 그렇게 본다면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아무도 폄하하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40억 들여서 하는 여론조사 우리가 현실적으로 못하잖아요. 이게 어떤 의미가 있냐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좋냐 더불어민주당이 좋냐고 할 때 없음 모음으로 응답하시는 분들이 한 60% 이상은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는 걸 이번에 보여주는 거죠.
실제 갤럽 여론조사를 봐도 본인을 중도나 무당층으로 보시는 분들의 한 60% 이상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부정 평가를 하거든요. 그 비율이 저는 거의 고스란히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에도 나타난 게 아닌가 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거의 대통령 지지율을 따라가는 선거 결과였다라고 평가하고요. 요새 보면 ‘내일이 총선이면 어디 투표하시겠습니까’라고 물을 때 31%는 국민의힘 32%는 더불어민주당으로 비슷비슷하다거나 해볼 만하다고 얘기하는 분들 계시는데 없음, 모름이 대부분 지금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결과죠. 저도 어느 정도 예상하였지만 실제 뚜껑을 열고 보니 충격적이고요.”
- 어차피 이준석 전 대표가 18%p 차이 날 거라고 예언했잖아요.
“예언이라는 게 너무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서 소름 돋는 건데요. 이준석 대표의 근거는 2020년 총선 당시에 강서구의 표 차가 한 18%p 정도 됐을 거라는 얘기죠. 이게 축약돼 있지만 무서운 얘기인 게 우리 당이 2020년 총선을 참패하고 당세를 확장하기 위해 김종인 이준석 체제에서의 여러 가지 노력이 완전히 무력화됐다는 걸 전제에 깔고 그렇게 예상한 거거든요. 그리고 2020년 수준의 득표력이라면 우리는 수도권 선거 또 망합니다. 그걸 큰 틀에서 전망한 거예요. 지금 당이 2020년 이후에 쌓아왔던 승리 방정식을 다 잃어버렸다는 얘기죠.”
-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가 쫓겨날 때 많이 얘기 나온 게 '이 전 대표 없으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갈 것'이란 건데 맞은 건가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죠. 지금 이준석 대표 개인도 개인이지만 이준석 대표가 상징하는 변화나 개혁이라는 아이콘의 가치 그리고 더 나아가 대선 지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이기는 방향으로 선거 캠페인을 해왔던 노하우 같은 것들이 이준석 대표가 자기 임기를 제대로 마치고 당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설령 지금 현직 대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발휘될 수 있었을 거예요. 근데 그런 게 아니라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이준석 대표를 쫓아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이준석 대표에게 그런 노하우를 당 위서 쓰라고 할 명분이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우리 당의 승리 방정식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이준석이라고 하는 자산이 완전히 사장되는 결과가 됐고죠. 결국 2020년 이후에 우리 당이 발전해 온 노하우는 다 사장된 거죠.”
“안철수 의원, 책임론에 대한 비난의 화살 이준석 대표에게 갑작스럽게 돌리는 것으로 평가”
- 안철수 의원의 SNS 글 보면 이준석 전 대표 제명해야 하고 확장성을 넓혀야 한다던데.
“그게 말이 안 되는 게 이미 중도 확장이나 세대 확장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 대해서 일정 부분 유권자들의 신뢰 받는 이준석이라는 인물은 쳐내면서 또다시 확장을 위한 젊은 세대를 영입하겠다? 그 젊은 세대들은 도대체 뭘 믿고 오겠습니까? 그러니까 당을 위해서 결이 다른 이야기나 쓴소리할 경우 또 내침을 당한다고 하면 유능하고 자기 소신 있는 사람들이 안 오죠. 그리고 설령 그런 사람들이 온다고 한들 유권자들이 신뢰하겠어요. 지금도 우리 당에 생물학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없는 게 아니에요.
그렇지만 유권자들이 그런 사람들이 내는 결의 메시지에 별로 공감하지 않잖아요. 유권자들에게 소구력 있는 스피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이준석이란 스피커는 우리가 쳐내겠다고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키우겠다? 이준석 대표가 당하는 꼴 보면 누가 쉽게 오겠습니까? 저는 이런 모순된 이야기가 나오는 건 이번 선거에서 사실 안철수 대표가 득표에 있어서 중도 확장성이나 수도권 선거에서의 노하우를 못 보여준 거 아니냐는 책임론 같은 게 나오려고 하니까 비난의 화살을 이준석 대표에게 갑작스럽게 돌리는 거라고 평가합니다.”
- 선거 패배 이유를 파악해야잖아요. 대법원 확정판결 받은 사람 사면해서 후보로 내세운 것에 대한 반감일지 아니면 윤석열 정부 심판 성격이 있을까요?
“둘 다 문제죠. 그리고 두 개가 생각보다 연결돼 있어요. 무슨 얘기냐 하면 귀책 사유가 있는 후보를 다시 냈다는 건 후보 차원에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귀책 사유 있는 후보를 사면해서 다시 나갈 수 있게 했다는 면에서 이게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함으로 연결이 되거든요. 결국 그렇게 되면 우리가 윤석열 정부를 뽑으면서 했던 여러 기대가 있지 않습니까? 공정과 상식으로 대표되는 거죠, 근데 그런 기대가 많이 무너져 왔어요.
그럼에도 잘못된 인사를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는 오만함을 많이 보였었는데 이번에 김태우 후보를 귀책 사유가 있음에도 사면해서 공천하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강서구민들이나 국민들께서 윤석열 정부 인사에 있어서 오만함을 다시 한번 느끼시지 않았나 하죠. 결국 큰 틀에서는 김태우 후보에 대한 반감보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던 선거라고 저는 봐요. 그게 김태우 후보의 어떤 사면과 재공천에서도 나타났던 부분도 있는 것이고요. 다만 큰 틀에서는 분노 투표는 김태우 후보보다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던 게 아닌가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높은 투표율이 나왔던 거 아닌가라고 봅니다.”
- 선거 패배에 대해 국민의힘 에선 강서구가 민주당 초강세 지역이니 별 의미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던데.
“강서구가 민주당 강세 지역이니까 져도 큰 상관없다고 하면 수도권의 7~80% 지역은 선거 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겁니다. 2020년 선거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2020년 선거는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보수 정당이 수도권에서 궤멸되다시피 한 선거예요. 그 선거를 기준으로 험지라고 얘기하면 수도권 선거해 보나 마나죠. 말이 안 되는 얘기고요.
강서 같은 경우는 김성태 의원이 3선을 하기도 했지만, 그때까지 돌아가지 않고 2022년 6월에 지방선거만 봐도 강서구에서 오세훈 시장이 14% 차이로 이겼어요. 그리고 김태우 후보도 2% 차이로 2.2% 정도 차이로 승리했죠. 가장 최근에 있었던 선거에서 이겼던 지역이 험지니 못 이긴다고 하면 전국의 험지 아닌 데가 대구·경북 정도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말이 안 되는 얘기잖아요. 민주당이 지지난 선거는 이겼더라도 우리가 지난 선거를 이겼던 지역이면 여기는 경합 지역이죠.
그렇게 험지라고 생각해서 원래 못 이긴다고 생각했으면 후보를 왜 무리해서 공천해요? 명분 있게 무공천해도 되는 거죠. 그리고 못 이긴다고 생각했으면 왜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지도부 총출동하고 나경원 안철수 정진석 다 동원해서 거기 가 선거 뛰라고 그러고 전국에 있는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전부 다 시도 의원들까지 해서 총력 지원하라 그럽니까? 말이 앞뒤가 안 맞는 얘기죠. 해볼 만한 선거해 볼 만한 지역이니까 그렇게 했던 거고요, 다만 실제 결과가 굉장히 우리 입장에서는 아쉬웠던 거면 국민들의 회초리를 우리가 제대로 맞았다고 받아들여야죠.”
“김기현 대표 오래 버티면 버틸수록 대통령 책임론으로 불길 번지는 효과 나타날 것”

- 보통 선거 패배하면 다음 날 지도부는 사퇴하죠. 그러나 김기현 지도부는 유지될 것 같아요. 사실 김기현 대표는 후보 안 내려고 했다고 하고요. 그렇다고 대통령에게 책임 물을 수 없는 거잖아요. 어떻게 될까요?
“김기현 대표가 안 물러나면 결국 자꾸 대통령 책임론으로 번질 겁니다. 김기현 대표가 안 물러난다는 건 책임을 자기가 안 진다는 의미죠. 그걸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어차피 김태우 후보를 다시 공천하고 이번 선거가 정권 심판론으로 흐르게 된 건 대통령 책임 아니냐는 식의 논리로 흘러갈 수가 있어요. 선거가 졌으면 누군가의 책임이긴 할 텐데 김기현 대표 책임이 아니면 결국 대통령 탓이라는 거냐라는 질문들을 많이 받게 될 거예요. 김기현 대표가 오래 버티면 버틸수록 이게 자꾸자꾸 대통령 책임론으로 불길이 번지는 효과가 나타날 거고 그게 대통령실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해요.”
- 문제는 대통령이 안 바뀌면 아무 소용 없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대통령의 어떤 국정 운영이 좀 더 개선되거나 아니면 당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 제대로 목소리 낼 수 있는 인적 구성 내지는 당 운영이 돼야 되는데 원희룡 비대위원장이 설령 들어온다 한들 정부에 대해서 할 말은 하는 소신 있는 당 운영이 가능할까 저는 좀 회의적으로 봅니다.”
- 윤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로 달라질까요?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당위적으로 잘 받아들이셔야 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대통령실 인적 개편은 총선 출마자들을 내보내기 위해서라도 할 건데 결국 그런 상황에서 민심을 좀 정확하게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하고 필요하면 대통령과 언쟁도 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의 주류가 돼야 이게 바뀌는 거지 그런 사람들 한두 명이 들어간다고 해서 어떤 큰 변화가 있겠나 쉽지는 않아 보이고요.”
- 12일 김행 여성가족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잖아요. 아마 이건 선거 영향 같은데 어떻게 보셨어요?
“선거 영향 맞습니다. 그리고 이왕 자진 사퇴를 할 거였다면 선거 이전에 했었어야 되는데 판단이 여러 가지로 너무 늦었죠. 그리고 지금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제대로 성찰하고 우리가 방향을 다시 잡아야 되는데 김행 후보자 하나 자진 사퇴시켰으니까, 우리가 그래도 할 만큼 민심을 잘 받들었다고 하고 넘어갈까 봐 저는 걱정입니다.”
-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만 믿고 있었잖아요. 그러나 이 대표만 믿어선 안 될 것 같아요.
“맞아요. 다른 사람이 더 못한다는 얘기는 우리가 어느 정도 잘하면서 해야 됩니다. 물론 어떤 정당이나 정권이나 100% 완벽하게 국민의 마음에 들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국민들이 봤을 때 그래도 열심히 하고 일관성 있게 내로남불 안 하고 잘한다고 했을 때 타 정당 대표의 어떤 문제점들도 소구력 있게 다가가는 것이거든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데 우리가 국민들 앞에 선보이는 장관 후보자들도 여러 가지 흠이 있고 제대로 소명이 잘 안되는 상황이면 우리가 공격하는 효율이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국민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려고 하기보다는 여전히 대통령 심기 경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
- 2011년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했죠. 하지만 민주당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연이어 패배했잖아요. 국민의힘엔 한나라당의 길을 가고 싶을 텐데요. 어떻게 보세요?
“회초리를 제대로 맞아야 됩니다. 그러니까 국민들께서 회초리를 때리셨는데 ‘이거 원래 험지고 여러 지자체장 중에 하나 선거에 불과하고 별거 아닙니다.’라고 하면 국민들은 회초리를 더 사이즈 큰 회초리 때릴 거라고 하시는 거거든요. 결국은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의 의미를 제대로 새겨야 됩니다. 사실은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 전에도 지난번에 전주의 보궐선거나 울산 남구 기초의원 선거도 있었잖아요. 그때도 저희가 성적이 안 좋았어요. 그러면 그때 나타났던 민심의 이반을 저희가 제대로 알아채서 어떤 반성 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되는데 그런 걸 못 하고 오니까 사이즈가 더 커져서 강서구청장에서도 회초리를 때리시는 거 아니겠습니까?
결국은 인적으로나 아니면 당 운영의 방향성으로나 제대로 국민들이 원하는 형태로 쇄신하느냐 그걸 못한다면 아무리 저희가 이번에 졌다고 해도 실제로 그거 가지고 뭔가 발전하는 게 없으면 이게 민주당이 승자의 저주에 빠져서 자멸한다. 이런 거에만 또 기대고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선 안 되는 겁니다.”
- 12일 오후 5시까지 본 국민의힘의 모습은 어때요?
“그러니까 국민께서 선거를 통해서 보내주신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려고 하기보다는 여전히 대통령의 심기를 경호하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대통령 책임론으로 번지는 걸 어떻게든 막으려는 모습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요. 그러다 보니까 자꾸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의 의미를 억지로 축소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이번 강서구청장 패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승화시킬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반응들은 굉장히 걱정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