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 센터장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아무런 발표가 없어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북러는 무기와 우주 기술 거래에 합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한미는 유엔 안보리 위반이라고 반발한다.

북러 정상회담을 포함한 세계 외교 흐름에 대해 조언을 들어보고자 지난 20일 서울 경북궁역 근처에서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 센터장을 만났다. 다음은 왕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국제질서 변경...북한-러시아 적극적 행보 착수”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 센터장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 센터장

-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국제질서가 달라지는 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국제질서가 달라졌다고 표현하기보다 달라질 가능성을 내포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국제질서 변경을 목표로 북한과 러시아가 적극적인 행보에 착수했다고 평가합니다.”

- 아직 달라진 건 아니라고 보세요?

“저는 아직까지 달라진 건 없다고 봐요. 뭐가 달라졌죠?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 했어요. 결과는 아직 공식 발표도 안 됐습니다. 앞으로 무기 거래에 대해서 말 많은데 무기 거래했나요, 안 했나요? 아직 모르죠. 기술 지원했나요, 안 했나요? 아직 모르죠. 국제 질서의 변경을 가져올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이 있는 행보가 진행되는 중입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서 이런 것이 달라질 거라고 보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중국의 움직임이에요. 중국이 참여하게 되면 굉장히 무거운 움직임이고 국제 질서 변화의 폭도 커요. 그러나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제 안보 지형이 크게 바뀌진 않아요. 그런데 지금은 바뀔 가능성도 있고 안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죠.”

- 그럼, 지금 상황에서 키는 중국이 쥐고 있나요?

“중국이 반, 미국이 반으로 봐야 되겠죠. 지금의 국제질서는 미국이 패권 국가로 통제하는 형국입니다. 미국이 원하는 거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현상적으로는 중국이 최대 변수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과 일본, 한국 등의 나라들이 한편이 되고, 중국, 북한, 러시아, 벨라루스나 시리아 등의 나라들이 참여하는 소규모 그룹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이 참여하면 엄청난 그룹이 될 수가 있어요. 그렇게 되면 신냉전이지만 지금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쉽게 판단하긴 어려울 거예요.”

- 왜요?

“북한과 러시아가 제안하는 반미 연대 참가하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아요. 그러니까 이걸 득실 계산해서 유리한 쪽을 해야 되는데 제가 계산 해보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기 때문에 북한과 러시아의 반미 연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을 합니다.”

“미국이 원하는 건 여전히 '미국 중심' 단극 질서...중국 길들이기”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 센터장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 센터장

- 많은 전문가는 지금 신냉전 체제로 보는 데 센터장님은 아니라고 보세요?

“신냉전 체제가 아니죠. 미국이 단극 질서를 잘 운영하느냐 안 하느냐엔 다양한 평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도의 단극 질서 체제는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신냉전 체제라고 하는 평가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앞으로 얼마 안 가서 신냉전 체제가 올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지금 신냉전 체제를 선호하는 세력도 있고 또 거부하는 세력도 있고 이 두 세력이 어떻게 보면 대립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은 겉으로 보면 신냉전 체제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여요. 그렇지만 저는 그런 결론에 동의할 수는 없어요. 실제로 미국이 원하는 건 여전히 미국 중심의 단극 질서입니다. 미국 시점에서 중국은 미국이 제시하는 규범 질서에 순응하지 않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중국을 길들이기 하고 있다고 봅니다.”

- 지난 13일 4년 5개월 만에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국제 안보 질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 내포하고 있는 최초의 중요한 움직임이에요. 그래서 민감하게 관찰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북한의 경우는 ‘신냉전이 이미 도래했다. 그런데 형식적으로 제도적으로 정착이 되지 않아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이 주동적으로 역할 해서 국제 안보 질서, 통상질서 이런 것들을 주도한다’라는 개념으로 외교를 하고 있어요.”

- 왜 지금일까요?

“미중 전략 경쟁을 본 거죠. 미중 간에 전략 경쟁이 시작이 되고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패권 경쟁으로 이해를 한 거죠. 미국이 패권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느냐 안 하느냐에 대한 해석이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중요한 거예요. 패권을 중시하는 입장으로 보면 패권 경쟁이에요. 근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거든요. 미중 전략 경쟁인 거예요.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기네들의 이권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중국의 기업인들이 미국에서 제시한 규범과 질서를 지켜야 된다고 보는 거예요. 그런데 규범을 지키지 않고 부당하게 이득을 뺏어가고 있는 거예요. 이 상태로 내버려 두면 나중에는 통제가 안 된다고 보는 거예요. 이것은 패권 경쟁이 아니고, 미래의 이권 경쟁입니다. 서로가 미래의 상황을 자기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경쟁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패권 경쟁이라고 하는 말은 틀렸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패권 경쟁으로 보는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 편을 들겠다는 입장입니다.”

“중국 참여 안 하는 '북러 양국' 거래, 굉장히 소규모 될 가능성”

- 북러 정상회담에서 추측하는 게 무기 주고 우주 기술 받아 왔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아요? 

“그게 일반적인 예측이죠. 미국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정보도 미리 밝혔고 그런 상황에서 오래전부터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 거래와 관련한 협의를 하고 있었다고 미리 공개했습니다. 그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서 첨단 군사 기술을 지원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죠. 그런 말들은 정보에 기반한 것이라고 봤을 때 상당히 사실을 반영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 발표는 안 난 상황에서 제가 볼 때 과연 무기 지원을 어느 정도 규모로 하고 기술 지원은 어느 정도 규모로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국이 참여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유동적인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중국이 전면적으로 반미 국가 연대에 참여를 해서 신냉전 구도가 가시화된다면 무기 지원도 대규모로 하고 기술 지원도 상당 부분 상당한 수준으로 군사 기술 지원도 할 수 있어요. 근데 중국이 참여 안 하고 북러 둘이 하라고 양국의 거래가 굉장히 소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 그럼 어느 정도에서 합의가 됐을까요?

“제가 볼 때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가 된 게 아니에요. 큰 방향에서 합의가 된 거예요. ‘미국에 맞서는 국가 연대 협력 연대를 만들어 북한과 러시아 협력하자.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장점을 이용해서 미국의 압박에 같이 대항하자,’라고 합의 봤을 거라고 봐요.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10만 발을 줄지 30만 발을 줄지는 향후 국방장관 회담이나 외무장관 회담 같은 걸 통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러한 것들이 앞으로 외교 협상을 통해서 결정될 수 있다는 거죠.”

- 북러가 주고받은 것에 대해 한미는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고 하는데.

“북한과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는 무기 거래를 했는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아요. 그래서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미 몇 가지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경제제재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이 됐죠. 첫째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해서 러시아를 방문한 수행원 중에 4명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에요. 제재의 내용이 여행 금지예요. 근데 러시아에 갔잖아요. 러시아가 그 사람들을 받아줬잖아요. 규정 위반입니다.

러시아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드론 6대를 줬는데, 그것도 유엔 결의 위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공위성 발사는 북한은 금지돼 있잖아요. 그런데 러시아가 인공위성과 관련해서 기술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잖아요. 이건 이미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정신이나 원칙을 위반한 거예요.”

- 북러 정상회담 한 것에 대해 중국은 약간 떨떠름한 것 같거든요. 왜 그럴까요?

“중국의 입장을 분석한다면 불편하다는 말이 제일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미국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연대하자라는 취지의 회담했고, 중국에 동참을 권고하고 있어요. 이에 대해 중국은 남의 나라 일이니까 언급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반미 연대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부분이 좀 줄어들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 부분은 부정적인 요소예요.”

- 근데 중국과 러시아는 같은 편 아닌가요?

“같은 편으로 보이지만, 같은 편은 아니죠. 중국 입장에서 러시아 관계보다 차라리 미국하고 대화하는 게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하고의 거리나 미국과의 거리는 큰 차이가 없다고 봐요. 그건 러시아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미국도 중국을 압박하고 있잖아요. 미국은 러시아도 제재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굉장한 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는다는 것은 공통점이 있잖아요. 때문에 미국으로부터의 압박 제재에 대항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료가 필요하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일시 협력하는 거지. 국가 관계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의 관계보다 더 나쁠 수도 있어요.”

- 그럼, 북중러로 묶일 수 있을까요?

“일단 북한하고 러시아는 뭉쳤어요. 그런데 중국이 참여해야 북중러지 중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북러잖아요. 중국이 참여할지 안 할지가 변수라고 했잖아요. 저는 안 할 거라고 봐요. 참여를 해봐야 중국이 얻는 이익이 뭐가 있어요? 미국이 때려서 아프니까 당장 미국에 욕을 할 땐 좋겠죠. 그러나 마음껏 욕을 하면 뭐 해요? 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북중 연대에 참여하는 거는 마음껏 욕을 할 수 있다가 장점이고 돈을 벌 수 없다가 단점이에요. 반대로 반미 연대에 참여하지 않고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편입이 돼서 미국의 핍박을 받으면서 사는 시나리오가 있어요. 단점은 굴욕적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돈은 벌 수 있어요. 국가가 발전할 수 있고 경제 발전할 수 있어요. 이대로 30년 가면 미국보다 덩치가 커져요. 그러면 그때 가서 30년 뒤에는 미국하고 정면충돌할 수 있어요. 어느 쪽을 택하겠어요? 저는 참가하지 않는다고 봐요. 북중러 3자 연대는 없어요. 신냉전도 오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 1년 반 동안 중국 불필요하게 자극한 게 너무 많아서 회복 안 될 가능성 더 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 센터장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 센터장

- 북중러가 연합으로 군사훈련한다는 말도 있지 않나요?

“연합 군사훈련 할 수 있고 군사 협력할 수 있죠. 그러나 그것이 신냉전 것처럼 미국에 대항하는 별도의 나라가 되고 중국이 미국에 대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욕하고 서로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포탄 날리는 정도가 되면 나라 망하는 데 3년도 안 걸려요. 지금 중국의 개인 국민 소득이 13,000달러 정도입니다. 그러니 미국과 패권 경쟁을 하려면 3만 달러까지 가야 합니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과 한국과 일본하고 척지고 어떻게 3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겠습니까? 중국은 그때까지는 핍박받아도 미국 주도 질서에 남아야 합니다. 3만 달러가 되면 미국하고 정면 도전할 수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기술이 없어요. 현재 가장 많이 협력하고 교류하는 파트너들이 다 부자 국가들인데 다 미국 편이에요. 중국은 미국을 위시해서 유럽의 나라들 G7 국가들, 한국, 일본, 호주와 관계 끊으면 중국은 경제 발전이 불가능합니다.”

- 한국 정부는 이제 중국과 접촉을 시도하려는 것 같은데.

“그거는 좋은 방향이죠.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 정부는 한미일 협력 강화와 한미 동맹 강화, 한일 관계 개선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성과도 거두고 노력을 많이 했고 했어요. 거기에 따른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고 봐요. 근데 그 과정 속에서 한중 관계, 남북 관계, 한러 관계는 관리를 전혀 안 하고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키는 발언이라든가 조치들이 있었다고 봐요. 그런 것들이 매우 우려스럽고 그런 것들이 지난 윤석열 정부 1년 반 동안의 외교에 굉장히 중요한 결점이다고 보는 거고요.

다만 이번에 아세안 관련 윤석열 대통령 순방 외교에서 중국의 리창 총리랑 회담했습니다. 또 조태용 안보실장이 한중 정상회담 기대해도 좋다는 언급도 했습니다. 그동안에 잘못된 방향에서 좀 벗어나는 게 아닌가 이런 기대감을 갖게 되고, 그래서 잘한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1년 반 동안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한 게 너무 많아서 회복이 안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현재로서는 봅니다.”

- 회복이 안 된다고요? 최근 중국 관광객이 다시 오기 시작했잖아요.

“현재 한중 관계는 사드 파문 시기처럼 정면충돌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충격이 잘 수습이 돼서 상당히 많은 개선을 할 수 있는 성과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중국에 대해서 권위주의 체제, 독재 체제 이런 식으로 해서 중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한중 관계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왔다고 봅니다.” 

/이영광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