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②] 도심 개발 서두르는 전주시·전주시의회, 무엇이 문제인가?

전주시가 우범기 시장 체제 이후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속도감을 과시하는 굵직한 개발사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공론화 과정 없이 속도와 치적만을 내세우며 강조하는 개발 일변도 불통 시책이라며 불안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 언론들은 이 같은 전주시의 개발사업 추진에 의심의 여지 하나 없이 ‘물꼬, 속도, 탄력’ 등의 수식어를 동원해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더 조급함을 보이는 쪽은 전주시의회다. 많은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랫동안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면서도 잘 보존돼 온 자연환경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란 우려와 함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대신 경제적 효과는 저조할 것이란 진단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대의기관인 전주시의회는 견제와 감시는커녕 함께 개발에 질주하는 모양새다. ‘우범기호’ 전주시가 추진하는 밀어붙이기식 개발 행정의 문제점과 실태, 이를 견제·감시해야 할 전주시의회의 무딘 기능과 역할 등을 두 차례 걸쳐 긴급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전주시 권한 포기, 전주시민 권리 헌납하는 꼴”

전주시민회가 12일 발표한 성명서 일부 일부 내용(갈무리)
전주시민회가 12일 발표한 성명서 일부 일부 내용(갈무리)

“전주종합경기장 이전사업 협약변경안은 전주시민과 전주시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우범기 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이 무능하고 어리석음을 전주시민들에게 공표하는 것이다.”

전주시민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전주시의 일방적인 종합경기장 개발 추진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전주시민회는 “전주종합경기장 부지와 그 개발권이 오롯이 롯데쇼핑의 이익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롯데쇼핑을 위한, 롯데쇼핑에 의한, 롯데쇼핑의 개발사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롯데호텔(5성급)이 아닌 4성급 타 브랜드 대중호텔 건립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절반도 안 되는 전시컨벤션 규모 ▲컨벤션센터 건립 비용 1,000억원 외에 거액의 위탁운영비 부담 ▲개발권이 오롯이 롯데쇼핑의 이익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전주시민회는 “전주시 스스로 종합경기장 부지에 대한 도시계획을 변경하고 구역을 나누어 부지를 매각한다면 롯데에 맞기는 것 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컨벤션센터를 지을 수 있다”며 “우범기 시장은 이러한 전주시의 권한을 포기하고 전북도민의 재산이며 전주시민의 권리인 종합경기장부지 개발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롯데쇼핑에 헌납하겠다는 것이 이번 변경안의 골자”라고 비판했다.

십수 년 논란 끝 다시 대기업 손에 쥐어준 '개발권'...시의회 ’거수기‘ 비판

전주시의회 전경(사진=전주시의회 제공)
전주시의회 전경(사진=전주시의회 제공)

이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주시의 변경안이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위원장 박선전)를 거쳐 본회의를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했다. 많은 논란이 야기된 의제임에도 전주시의회가 충분한 논의와 협의 과정을 거치기보다 '거수기 역할'에 급급한 모양새를 갖추고 말았다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일부 지역 언론들은 이 같은 전주시와 전주시의회의 밀어붙이기식 일방적 추진에 대해 문제나 의혹 제기는 보이지 않고 대신 “21C 황금알 사업”, “마이스산업의 화려한 결실” 등의 표현으로 치켜세웠다. 십수 년 논의 끝에 결국 돌고 돌아 전주시는 시민과 도민들의 헌금으로 지어진 종합경기장 부지 개발권을 롯데에게 내어준 데 대해 많은 우려과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전주시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전주종합경기장 부지가 전북 MICE산업의 중심지이자 새로운 랜드마크로 재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을 한껏 조성시킨 탓이 크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견을 잘 대변하고 시정을 감시·비판해야 할 시의회가 제대로 된 논의와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했느냐가 의문이다. 더욱이 압도적인 전주시의 개발안에 대한 찬성에서는 안타깝게도 제 기능과 역할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브레이크 없는 전주시 개발 정책과 불통 행정이 남은 민선 8기 임기 내내 작동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규모 버드나무 벌목, 22년 연고 KCC농구단 이전 등과 관련 전주시장 사과 한마디 없이 '함구'...“시민 무시 행정”  

우범기 전주시장은 22일 아중호수 일원에서 ‘아중호수 관광명소화 사업’ 관련 현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전주시 제공)
우범기 전주시장은 22일 아중호수 일원에서 ‘아중호수 관광명소화 사업’ 관련 현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전주시 제공)

올 들어 연초부터 전주시는 홍수 피해 예방을 이유로 전주천과 삼천의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무차별 벌목해 시민과 환경단체의 거센 저항과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 등에게 묻지도 않고 무차별적으로 벌목한 것은 공공재를 파괴하고 훼손한 것이며 조례에서 정한 시장의 책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높은 원성에도 우범기 시장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버드나무가 잘리고 억새 군락이 파헤쳐진 자리에 인공시설을 만들고, 한옥마을 케이블카와 민간공원 특례아파트를 짓겠다는 시장 사과를 받고 시민들이 동의하는 자연 하천관리 지침이 만들어질 때까지 싸움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시민단체의 거센 외침에도 사과와 해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주시를 연고로 지난 2001년 이후 22년 동안 호남 유일의 프로농구단을 유지해 온 KCC 이지스가 지난 8월 30일 연고지를 부산으로 전격 옮겨 많은 농구팬들과 전주시민들이 전주시의 안일한 대처에 거센 항의와 비난의 글들을 전주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도배하다시피 했지만 역시 전주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능하고 안일한 행정 때문에 농구단을 타지에 빼았겼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 데도 해명과 사과 한마디 없었다. 전주시가 약속했던 실내체육관 건립이 지지부진하면서 갈등이 깊어져 결국 22년 간 정든 농구단이 연고지를 바꾸었지만 전주시는 오히려 그 책임을 구단에 돌리며 회피하는데 급급해 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민주당 일색 전주시의회...'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 편'   

진보당 전주시지역위원회가 2022년 6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기동 전주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진보당 전주시지역위원회가 2022년 6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기동 전주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러한 전주시의 불통 행정을 제어하고 견제해야 할 전주시의회 역시 문제 제기가 미흡하거나 소극적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같은 민주당 일색이어서 '그 밥에 그 나물', '가재는 게 편', '초록은 동색'이란 소릴 들은지 오래다. 전주시의회의 정당별 의석수는 전체 35석 중 민주당이 29석으로 83%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각각 1석, 무소속이 4석을 점유할 정도로 민주당 일색이다. 우범기 시장도 같은 민주당 소속이다. 여기에 초선의원이 17명이나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시민들 사이에는 “초선의원들이 전체 의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만큼 더욱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의정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입을 모아었다. 그러나 전주시정의 견제와 감시 역할이 점점 무뎌지면서 많은 시민들은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시민들의 대의기구임에도 같은 당 출신인 전주시장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전주시의회 수장인 이기동 의장은 수의계약 논란에 휘말려 자신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 '셀프 징계'란 비난을 자초하는 등 '불법 계약'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탄력 붙은 '개발+개발'...아중호수 케이블카·덕진공원 인근 개발 등에 수천억 예산 투입

우범기 전주시장은 20일 전주 덕진공원을 한옥마을, 아중호수와 연계된 체류형 관광지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전주시 제공)
우범기 전주시장은 20일 전주 덕진공원을 한옥마을, 아중호수와 연계된 체류형 관광지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전주시 제공)

이처럼 불균형적인 구성과 시민 정서 및 눈높이와 다른 의정활동 속에 '우범기호' 전주시정의 밀어붙이기식 개발과 불통 행정은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전주시 도심 속 친수공간인 '아중호수'에 케이블카 설치 등을 위해 전주시는 10년에 걸쳐 약 2,48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최근 내놓았다. 아중호수를 문화·역사·예술이 있는 관광명소로 재창조한다는 그럴싸한 명분과 함께 제시한 우범기 시장의 약속이다. 

그러나 아중호수 바람터널 조성에 이어 한옥마을과 아중호수를 잇는 관광케이블카 설치는 환경단체로부터 거센 저항과 비판에 직면했다. 경제적 타산 없이 무리하게 진행하다 자연환경은 물론 경관의 파괴로 인한 손실이 훨씬 클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여기에 더해 민선 7기 김승수 시장 재임시절 많은 예산을 들여 보행자 이동로(연화교)와 연화정 도서관 등을 건립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전주덕진공원을 다시 많은 예산을 들여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우범기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약 550억원을 투입해 호수 수질 개선과 열린 광장 조성, 시설 정비 등을 다시 대대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일 우 시장이 직접 발표한 ’덕진공원 관광지 육성사업‘은 불과 2~3년 전 전임 시장 시절에 혈세를 들여 추진한 사업들과 일부 중첩된다는 지적과 더불어 예산 낭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주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지침‘ 고시,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속도‘...문제는?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조감도(자광 제공)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조감도(자광 제공)

이러한 개발 드라이브 시책의 여세를 몰아 전주시는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불려 온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지침'을 21일 고시했다. 이에 따라 옛 대한방직 부지 소유주이자 개발업체인 ㈜자광 측은 22일 '사전협상대상지 선정' 신청서를 전주시에 제출했다.

(주)자광은 전주시에 관광 타워와 호텔 ·쇼핑몰 등 상업시설과 3,000 세대 이상의 아파트 건축 계획을 담은 '전주 관광타워 복합개발사업' 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전주시는 자광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개발계획안 등의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 온 특혜 논란은 어떻게 잠재울지 주목된다. 앞서 전주시가 행정 예고한 '전주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지침'에 따르면 옛 대한방직의 공업용 부지를 상업·주거지역으로 변경할 경우 토지 총액의 40%를 ’계획 이득‘으로 정하고 이를 환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자광이 추진하고 있는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의 핵심 쟁점은 ’계획 이득(이익)'이 아닌 천문학적인 '개발 이익'의 환수임에도 이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여전히 특혜 시비가 가시지 않고 있다.

대부분 공업용지인 현 부지를 상업 또는 주거용지로 용도 변경을 해주는 만큼 인근 다른 개발 부지와 형평성이 전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전주시는 계획 이익 환수만으로 추진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대로 개발이 진행된다면 기반 시설의 용량 초과와 교통 혼잡 등의 문제 야기, 향후 산정될 감정가액과 개발 이익의 적절성 논란, 이로 인한 특혜 의혹은 더욱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자칫 '우범기호' 전주시가 '제2의 대장동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이다. 

/박주현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