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한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월 한미일 정상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열었고 북중러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따라서 세계가 신냉전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신냉전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흐름 어떻게 읽고 있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8월 28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세계 질서, 굉장한 변화...신냉전은 아니다”
-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아요. 현재까지의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우리가 이 변화를 제대로 읽으려면 한반도 문제도 중요하지만, 세계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같이 읽어야 같이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이 세계 질서의 어떻게 보면 가장 전초 기지죠. 강대국 간의 경쟁과 이해가 맞닥뜨리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는 건 분명하죠. 그 대표적인 사례 중에 하나가 그것으로 인해서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된 상태에 있다는 거예요, 그게 꼭 강대국 책임만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런 강대국 간의 이해가 서로 부딪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그만큼 통일이 어려운 것도 분명한 거고요. 그런 측면에서 이 세계 질서와 더불어 한반도 질서를 봐야 되는데 짧게 말씀드리면 세계 질서가 굉장히 변화의 시기에 있죠.”
-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어떻게 이걸 읽어내야 될지가 굉장히 어려워요. 제가 최근에 이 부분에 대해서 논문도 쓰고 계속 연구하고 있는데 굉장히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죠. 근데 저는 좁혀서 한두 가지 말씀드리면 신냉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요? 지금 다들 신냉전이라고 하잖아요?
“사실 냉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죠. 제가 신냉전이 아니라고 말한 건 우리가 1945년부터 1990년까지 경험했던 미국과 소련의 갈등 형태의 신냉전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때 갈등 형태로 나타난 거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 번째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대척이 있었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주의 진영이 완전히 갈라져서 말 그대로 탈동조화됐던 상황이죠. 서로 간에 교류도 없었고 따로의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었고 끊임없이 그런 이데올로기에 대한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진영 내에서는 이데올로기 하나에서 서로 뭉치는 모습이 있었어요, 근데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그런 현상들이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아니라고 보는 이유는 앞으로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때의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기처럼 진영이 완벽하게 구축돼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은 불가능합니다.”
- 한국 시각으로 지난달 19일 새벽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렸고 결과물이 나왔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제가 세계 질서 길게 했던 게 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저는 그 맥락에서 읽고 있어요. 무슨 의미냐면 어쨌든 변화되는 1945년 이후에 미국이 주도해서 특히 탈냉전 이후에 계속 주도해 왔던 질서가 흔들리죠. 그 흔들리는 과정에서 매우 많은 불확실성과 실질적인 위협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죠. 근데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의 한미일 정상이 보여준 세계관과 국제질서의 평가 보면 그 문제를 거의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바이든 대통령은 현 상황을 변화의 시대라고 표현 써요. 윤석열 대통령은 미증유의 복합 위기라고 얘기를 하고 있고 기시다 총리는 법과 질서가 지배하던 자유주의적인 국제질서가 도전받고 있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한미일 3국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더라고 보이는 거죠.
그리고 그거의 해결책으로 그렇다면 여전히 1945년 이후에 3차 세계대전을 막고 맞고 그래도 이 질서를 어느 정도 부여했던 질서가 이제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라는 표현이 계속 나오는데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미일 3국이 처방으로 원칙으로 얘기를 했고 그것을 어떻게 그러면 다시 회복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행동 계획 액션 플랜들이 나왔어요. 저는 그게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북한, 중국 러시아를 겨냥해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이 뭉쳤다?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큰 틀에서 국제질서의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한미일이 서로 세계관을 맞춰봤고 거기에 따라서 해결할 수 있는 해결 방안도 같이 맞추다 보니까 인도 태평양 지역 역내에 그런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 북한, 러시아가 된 거죠.”
“뭔가 부딪힐 수 있는 지점은 대만, 남중국해 그리고 한반도”

-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자 협의 공약’을 채택해 일본과의 안보 협력 수준을 한 차원 높인 것은 어떻게 보세요?
“안보 영역의 수준을 높였죠. 분명하게 말씀드린 제도화도 있고 다양한 영역에서 한미일이 협력한다는 것이 안보뿐만 아니라 안보, 경제 그런 분야에도 다 나타납니다. 다만 안보 협력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였느냐에 따라서 중요하죠. 문서가 3개가 나왔는데 세 번째 공약이라는 문서가 있잖아요. ‘앞으로 한미일이 인도 태평양의 도전이라든지 위협이라든지 그것이 발생했을 때 서로 간에 협의해서 대응을 조율한다’는 게 안보협력의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얘기 하는데 그 문서를 보면 이건 강제 조항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영어로 DUTY가 아니라 그냥 ommitment예요. 쉽게 말해서 원치 않으면 대화를 안 해도 된다는 거죠. 근데 제가 이 문서를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의 갈등, 무력 충돌이 있는 세 가지를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뭔가 부딪힐 수 있는 지점은 대만, 남중국해 그리고 한반도죠. 저는 이 세 지역에서 한미일이 어떻게 앞으로 대응해야 될지에 대해서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 계속 문제 제기를 하는 대만 해협 문제는 한반도 문제와 연계가 됐냐 안 됐냐 그런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이건 연계가 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인도 태평양 지역을 미국이 하나의 전국 영어로 One Theater로 만들었습니다. 그 의미는 한반도가 됐던 남중국해가 됐던 대만이 됐던 이 지역에서 무력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 있는 전진 배치된 자신들의 자산을 다 활용해서 거기에 대응할 거예요. 예를 들어서 대만 해협에 뭔가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전력을 다 활용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거는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래서 제가 이번 그 공약을 보고 이게 우리가 연루될 필요가 없으니까, 얘기를 하지 말고 이런 걸 다 빼야 된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우리가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얘기하고 예를 들어서 대만 해협에 분쟁이 생기면 미국이 한국한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냐 그러면 한국이 이만큼은 할 수 있고 이만큼은 할 수 없다는 것도 포함해서 다 얘기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걸 더 이상 이거 자체를 얘기하는 게 우리가 연루돼 그거는 아니고 오히려 이런 데를 통해서 우리가 한국이 명확한 방침과 목표를 세우고 그다음에 적극적으로 얘기를 해서 불확실성을 제고하는 게 중요하다. 그걸 하기 위한 하나의 기재는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 문제는 남북이 충돌할 때 일본이 개입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그 문제도 지금 말씀드린 그런 공약 한미 그 틀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남북 간에 충돌이 있고 그럴 경우에 일본이 자국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작전 그거를 이제 비전투원 소개 작전이라고 하는 데 NEO라고 불립니다. 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이라는 건데 모든 국가가 다 갖고 있죠. 그럴 경우 일본이 한국의 영공과 영해에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들이 거기서 나오는 거거든요. 근데 그런 문제를 더 이상 ‘일본이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얘기할 게 아니라 아예 협의를 통해서 ‘이건 안 된다. 그 나머지는 한국과 미국이 알아서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 윤석열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를 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근데 북한에 대한 기존의 유엔 제재는 중국, 러시아가 동의해서 한 것이잖아요. 그럼, 지금 중국, 러시아를 적으로 하면 우리 국익에 도움 될까란 의문이 드는데.
“중국 러시아를 적으로 생각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명백한 대중국 외교 원칙을 밝혔는데요. 그건 문서에도 나오고 대통령이나 아니면 안보 고위 관료들의 발언에서도 여러 번 반복이 되는데 중국과의 관계의 가장 큰 원칙은 상호 평등 호해에 기초한 중국 대중 관계를 만들겠다는 거예요. 이전 같은 경우 사실상 중국에 많은 양보를 했고 중국에 대해 할 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생각과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걸 고치겠다는 거고요.
그럼에도 중국을 명백한 적으로 돌리거나 중국과 적대하지 않겠다는 것도 원칙 중의 하나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작년에 냈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 태평양 전략을 보면 그 안에 명백하게 중국에 대해서 정의해요.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력이 아니라고요. 근데 그건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습니까? 한국이 어떻게 하더라도 중국과 탈동조화는 불가능하고 경제적으로 우리는 중국과 다 얽혀 있어요. 그리고 어쨌든 한반도 문제 북한 비핵화를 하려면 중국이 일정 수준 지금은 아니지만 협력해야 하는 것도 분명하고 그런 걸 종합할 때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고 일본도 아닌 것 같지만 일본도 마찬가지고 유럽의 핵심 미국 동맹국도 다 중국과의 어느 수준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윤석열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또 하나의 예는 좀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올해 한중일 정상회담이 있잖아요. 올해가 한국이 그것을 주관하는 국가입니다. 그간 한일 관계도 안 좋고 코로나고, 그래서 계속 못 했는데 이번에 그게 열릴 가능성이 매우 커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이 있긴 했는데 그 이후에도 중국이 한중일 회담 안 하겠다 그런 얘기 없이 여전히 한국이 주도해서 그 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중국 관광객도 다시 들어와요.”
“북한, 정찰위성 서두르는 모습 분명...기술적으로는 진보한 것으로 볼 수도”
- 그러나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에 중국이 안 좋은 감정 보이지 않았나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 대해서 비판적인 얘기를 했지만, 비판의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중국 비판의 수위가 높은 거는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얘기가 막 나오고요. 그리고 말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복 조치가 뒤따르는데 이번에 그런 거 다 없었어요. 그리고 그냥 기존에 했던 그 정도의 엄중한 교섭을 얘기했다 항의했다는 거지 그 이상의 것들은 벌써 한 지 며칠 됐지 않습니까? 그 이상의 것들이 나오지 않아요”
- 한중일 정상회담은 열릴 거라고 보세요?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한중일 정상회담에는 시진핑 주석이 오지 않고 중국의 총리가 오죠. 그리고 이건 경제 문제를 많이 얘기합니다. 최근 중국 경제가 굉장히 안 좋아요. 중국이 내부 경제 경제가 안 좋은 상태에서 한국과 일본을 본격적으로 적으로 삼고 보복 조치 하면 중국 경제가 더 안 좋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도 그걸 제한하고 삼가고 억제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 일정 수준으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경제 문제를 오히려 더 얘기할 여지가 있죠. 한국과 일본 중국은 다 경제적으로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을 빼놓고 중국이 어떻게 갈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 지난 25일 북한이 정찰위성 쏘아 올렸지만 실패했잖아요. 북한도 인정했고요. 이 과정은 어떻게 보셨어요?
“일단 큰 틀에서 지난 5월 31일 쏘고 실패하고 북한이 여기에 대해서 조만간 다시 쏘겠다 해서 쏜 건 맞고 또 이번에 실패했음에도 10월 중으로 또 쏘겠다고 얘기했죠. 전체적인 과정을 보면 이렇게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국가가 정찰 위성 발사 실패했으면 훨씬 이 시기보다 시간보다 긴 시간 갖고 문제를 확실히 확인하고 해결하려는 노력 충분히 한 후 발사하는데 북한은 서두르는 모습이 분명히 있습니다.”
- 왜 서두를까요?
“그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이게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사업이라는 것이죠. 원래 처음 지시했을 때 북한 우주개발국이 보고한 날짜는 4월 중이었어요. 근데 그게 5월로 넘어간 거죠. 북한 체제상 김정은이 지시한 것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시기와를 맞춰서 성공해야 하는 압박감이 있어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이거는 2021년 북한이 8차 당대회 때 5대 전략 무기 사업 얘기를 발표했고요. 그만큼 김정은 입장에서는 강조하고 있고 또 김정은이 늘 얘기하는 게 북한을 우주 개발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표어가 사방에 붙어 있고 가장 핵심적으로 얘기하는 거거든요. 근데 그런 게 종합해서 북한이 계속해서 좀 무리해서 이런 위성을 쏘고 있다고 생각하죠,
이번에 실패한 게 만약 북한 발표가 맞다면 상당 부분 기술적인 진보를 이룬 것 같아요. 1단 2단은 다 성공했고 3단도 3단 로켓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모든 로켓이 일종의 자폭 장치가 있거든요. 뭔가 잘못됐으면 스스로 터뜨리도록 그게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를 하니까 북한 측 발표를 우리가 100% 신뢰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종합해 보면 기술적으로는 진보를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죠.”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