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9월 5일
새만금잼버리 파행 이후 정부가 새만금 기반시설 조성사업의 적정성을 다시 따져보겠다며 이미 시행 중인 사업들도 전면 재검토에 돌입하자 전북 정치권이 총궐기로 맞선 형국이다.
전북 정치 원로들이 정부의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무더기 삭감과 관련해 "원칙도 논리도 없는 새만금 예산 칼질"이라고 규탄하며 새만금사업 정상화를 촉구하는가 하면 전북도의회 등 지역 정치권은 12년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무산시 단행했던 삭발·단식 투쟁을 선언하고 나설 정도다.
이러한 대정부 반발 투쟁은 전북 전 시·군의회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바람에 정작 새만금잼버리 사태의 원인과 책임 규명은 점점 짙은 안갯 속으로 사라져만 가고 있다.
전북 정치 원로들 “새만금사업은 국책사업...예산 정상화하라” 성토

4일 전북 정치권 원로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정부가 내년도 새만금사업 예산을 삭감한데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였으나 날선 비판과 성토가 이어졌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이날 모임에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김덕룡 전 민주평통 상임부의장,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 김홍국 재경전북도민회장 등 전북도민회 소속 원로들과 김관영 전북지사를 비롯한 지역 현역 국회의원들도 참석했다.
전북의 중진 정치인과 재계 인사, 전북도민회 회장단은 이날 새만금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SOC 예산 복원을 위해 ‘9·4 원로시국회의’란 명칭으로 모임을 갖고 호소문도 발표했다. 호소문에는 고건 전 국무총리와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장, 강현욱 전 전북도지사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34년간 진행된 새만금사업이 가시화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예산이 4분의 1로 삭감됐다”며 “새만금사업은 국책사업인데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세계잼버리 이후 새만금 예산을 보며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야 가리지 않고 책임 있는 분들이 모인 만큼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원래 새만금은 국가사업"이라며 "국책사업 방해는 국회 차원에서 따져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잼버리와 새만금은 이성적으로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며 "원로들이 나서 국민들께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기재부의 예산 폭거를 국회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며 "우리 모두 힘을 합해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이날 ‘500만 전북인 단결과 함께 상처 입은 도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호소문’에는 ▲국회의 제대로 된 정부 예산안 심사 ▲여당의 새만금 사업 국책사업 명심 ▲야당의 새만금 국책사업 예산 정상화 ▲정부의 새만금 SOC 예산 정상 복구 ▲언론의 새만금 동북아경제 중심지 도약 협조 등 5가지 요구안을 담았다.
지방의원들 ‘삭발·단식 투쟁’ 예고…12년 만

이와 맞물려 전북의 지방의회 의원들이 새만금사업 예산 삭감에 삭발 및 단식 투쟁에 나서는 등 일제히 총궐기에 참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전북도의회는 국주영은 의장 등 의장단 회의를 통해 제403회 임시회 개회에 앞서 5일 오후 1시 30분 이정린 부의장, 김정수 운영위원장, 박정규 의원, 장연국 의원, 염영선 대변인 등 5명의 도의원들이 새만금사업의 SOC 예산 삭감에 대한 항의 삭발과 릴레이 단식을 벌이기로 했다.
또 오는 7일에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전북도당위원장과 도내 정치권 인사들이 단식투쟁 중인 이재명 대표와 면담을 가진 이후 삭발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한 위원장 외에도 도내 국회의원의 추가 삭발도 예고됐다. 전북도의회 관계자는 “도내 정치권의 릴레이 삭발과 단식투쟁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 전북 시·군의회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처럼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직능단체 중심의 비판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 등의 단발적인 대응 수위가 지역 정치권으로 불똥이 옮겨 붙어 총궐기 투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방의원들의 삭발투쟁은 지난 2011년 LH 경남 일괄 이전에 반발에 당시 김완주 전북도지사 등 도의회 의원 등이 대거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만금잼버리 실패가 빚은 예견된 결과라며 분노에 앞서 실패의 원인과 책임을 냉철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러한 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만금잼버리 실패 책임 공방만...'정쟁' 속 멀어지는 '파행 규명'

이와 관련 앞서 지난달 31일 정운천 국민의힘 국회의원(비례대표)은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잼버리 파행 사태에 대해 “7년간 조직위를 이끈 전북 출신 조직위원장의 반성과 사무총장의 사과가 먼저였다”며 잼버리 조직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윤덕 국회의원(전주갑)을 직격하며 “전북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 줘야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 의원은 “새만금잼버리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김윤덕 공동조직위원장에게 있다”면서 “전북 지역구 출신으로 7년간 조직위원장을 맡았지만 제대로 하지 않아 전북도로 책임론이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오히려 역공에 휩싸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도민들 앞에 무릎 꾾고 석고대죄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4일 논평을 통해 “정운천 의원은 그동안 입버릇처럼 쌍발통 운운하면서 국민의힘이 전북을 위해 추경호, 송언석, 성일종 의원 등으로 전북동행 의원단을 꾸렸다는 현수막을 도내 곳곳에 내걸기까지 했다”며 “하지만 최근 이들이 국회와 기재부에서 가장 앞장서 새만금과 전북 예산을 삭감해 전북도민의 민의를 배반하고 있는 것에 대한 사과는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고 밝히며 이같이 요구했다.
또한 “뜬금없이 새만금 예산 폭거가 마치 민주당과 잼버리 탓인듯 둘러대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 의원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전북도민에게 저지른 예산 폭력에 무릎 꿇고 사과부터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새만금잼버리가 파행으로 끝난 이후 중앙의 여야 정치권 정쟁은 지역으로 확산된 채 올 국회 국정감사와 내년 4월 총선까지 계속 치고 받는 정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만금잼버리 실패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규명이 한치 앞도 나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높은 이유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