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백종우 경희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
지난 7월 서울 신림역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데에 이어 3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서현역에서도 일어났다. 게다가 인터넷 게시판에는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한밤에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만큼 치안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흉기 난동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전문가 의견을 보고자 지난 9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사회특별위원장 맡고 있는 백종우 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백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오래하면서 외롭고 절망하고 분노 키워온 사람들...빨리 찾아서 돕지 못한 게 아닌지”

- 최근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에 이어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서현역에서도 있었어요, 사회가 극도로 불안한 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국내에선 사실 백주 대낯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런 공격이 벌어진 적 별로 없기 때문에 국민적 충격은 굉장히 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만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들의 학회인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도 ‘정신질환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내부 회신부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주말을 지나면서는 서현역 사고의 경우 스토킹을 당해왔다는 피해망상이 관련돼 있다는 경찰의 성명이 나오다 보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말씀 드리고 있습니다.”
- 왜 갑자기 이런 게 나올까요?
“그 부분은 범죄의 원인에 대한 여러 조사가 경찰 조사 정신 감정 앞으로도 많이 필요하리라고 보는데요. 코로나 3년간 청년 청소년이 가장 큰 피해를 봤는데요. 굉장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오래 하면서 굉장히 외롭고 누군가는 절망하고 누군가는 또 분노를 키워온 사람들이 있어요. 이분들을 빨리 찾아서 돕지 못한 게 아닌지 우려도 가지고 있습니다.”
- 코로나19와 흉기 난동이 어떤 연관이 있는 거죠?
“좋은 질문입니다. 외국의 연구들도 코로나의 첫 번째 위기는 코로나 자체로 인한 사망, 그다음에는 의료 서비스의 과부하로 인한 사망, 세 번째는 만성질환 정신질환 치료 접근성의 저하 그다음에 네 번째 파고(4th waves)가 오히려 코로나는 지나갔는데 정신 건강의 문제, 자살 문제, 소진의 문제, 사회적 경제 문제 등이 축적된 게 지나서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거든요. 우리도 그런 상황이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해 보고 있습니다.”
- 일본에서도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던 거로 알고 있거든요. 일본 같은 경우 어떻게 했나요?
“일본에서도 2003년에 일본에서 자살률이 피크로 한 3만 5천 명 됐었거든요. 2008년부터는 아키하바라 사건이라고 해서 지금 한국에서 일어난 비슷한 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이후에 30건이 이어지기도 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외로운 늑대’라고 불리는 고립된 테러리스트들이 생길 수 있는데 그 뒤에는 뭔가 절망하고 또 세상에 대한 분노를 가진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수 있다는 입장에서 보고 있습니다.”
- 미국에서 가끔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하잖아요. 같은 맥락일까요?
“지금 미국의 총기 난사 사고도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죠. 또 한두 달씩 이어진 경우도 있었고요. 제가 그쪽이 전문은 아닙니다만 그걸 통해서 ‘외로운 늑대’로 정의한 연구에서는 이분들이 굉장히 고립된 사람들이고 정신과 질환이 관련돼 있고 그다음에 어떤 특정한 잘못된 이데올로기나 생각 같은 데 또 빠져 있었다는 것들을 얘기하는데 우리 사회도 이제 이런 사고가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해외처럼 적극적인 조사를 통해서 원인 규명해 가야 될 것 같고요. 아무래도 그런 선진국들이 먼저 고도산업사회에 진입하고 핵가족화가 되면서 이런 현상을 빨리 겪은 것은 사실이 아닌가 하고 우리는 이제 초입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됩니다.”
-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와 이른바 묻지마 범죄를 같이 보면 안 된다고 하는 주장도 있던데 어떻게 보세요?
“당연하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정신질환 그중에 중증 정신질환도 있고 경증도 있는 건데 일반적으로는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이 오히려 사람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 오히려 더 선량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질환의 특성 중에 중증 정신질환은 피해망상이나 환청 같은 것이 심할 때는 그것 때문에제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또 자신을 해치는 경우가 분명히 있을 수 있는 거죠. 이번 사건 같은 경우도 ‘나를 스토킹 하는 조직이 있다. 전파무기가 관련되었다’고 하는 건 피해망상을 시사하는 소견입니다.
그런데 중증 정신질환이 악화되면 사실 자살이 훨씬 더 문제입니다. 절망으로 자살이 훨씬 더 많이 벌어지고 있고요. 또 다쳐도 대게는 가족이 다칩니다. 그러나 이번 같이 무고한 시민을 공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데 저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화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 중증 정신질환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만일 암이 있고 내가 그런데 치료를 안 받겠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죠. 자신의 인생철학에 대해서 결정할 일인데 그런데 딱 의학적 질환 중에는 이게 예외가 되는 질환이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증 정신질환 하나는 감염성 질환입니다. 우리가 코로나 3년 때 지금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격리도 됐어야 되고 억지로 입원도 하지 않았습니까? 다제내성 결핵 같은 경우에도 입원 명령을 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한테 감염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었잖아요. 이 감염 질환과 자신과 타인을 다칠 수 있을 때의 정신질환만이 일단 치료받게 하는 것이 법에 의해서나 제도적으로 고려가 되는 거의 유일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묻지마 범죄라고 보지 않아...방치된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로 일반적인 범죄와 매우 차원이 달라”

-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와 묻지마 범죄를 어떻게 구분하죠?
“정신질환과 관련된 범죄도 다양한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가 어떤 감형을 목적으로 해서 정신질환이 있다고 범죄자들이 거짓말할 수 있습니다. 없는 병이 있다고 그다음에 두 번째로는 또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서 그게 범죄의 원인이 아닌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당뇨가 있다고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게 당뇨 때문은 아니듯이 이게 별도의 제 다른 문제로 범죄가 생길 수도 있고요. 하지만 환청과 망상 이런 생각에 의한 행동에 의해서 폭력 행위가 있었다고 하면은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라고 말할 수가 있겠죠. 사실 저희는 묻지마 범죄라고 보지 않습니다. 방치된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겠죠. 그리고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요. 또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범죄하고는 매우 차원이 다르다고 봅니다.”
- 묻지마 범죄가 있긴 있나요?
“이건 개인적인 의견인데 묻지마 범죄라는 것은 별로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거는 마치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로 들릴 수도 있고요. 어떤 원인이 분명히 있겠죠. 그래서 저는 사실 이런 경우는 ‘이상 동기 범죄’라는 용어가 요즘에 쓰이기 시작하지만 좀 달리 용어부터 적립하고 여기에 대한 통계 시스템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조사 연구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최근 이야기 나오는 게 사법입원제예요. 사법입원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사실 저희는 사법입원제를 ‘정신질환 관련 범죄가 있을 때 정신질환 위험하니까 다 가둬야 돼’라는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제대로 될 수도 없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거라고 합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중증 정신질환이 방치되는 경우가 분명히 사회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게 대부분의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 알아서 치료받으십니다. 그리고 또 본인은 또 주저할 때 가족이 설득하면서 같이 오기도 하고요.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데 본인이 거부하는 경우 또 가족도 연로하시거나 떨어져 살거나 때로는 없기도 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너무나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거기에 대한 시스템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판사가 자타해 위험이 있다고 판단이 되면 무엇보다도 진찰받게 합니다. 진찰 결과에 따라서 경증이면 본인이 알아서 하는 거고, 심각하면 입원도 시키겠지만 훨씬 많은 비율로 외래 치료 지원제라고 하죠. 외래 치료를 꼭 받도록 지역사회 치료 명령을 내리거든요. 이런 걸 판사가 하는 나라가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인데 사법입원이라고 해요. 호주와 영국은 별도의 국가기관인 정신건강심판원이 하죠. 그래서 저희는 우리나라 제도가 어느 쪽이든 지금 본인은 물론 가족이 발을 동동 구르는데 자타해 위험이 있어도 무슨 사고가 나기 전에는 아무런 조치를 못 하는 경우가 현장에 너무 많거든요. 이런 일이 없도록 법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분노와 절망 키워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고려해야...서로를 지키고 차별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 돼야”
-약을 안 먹으면 증상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아닌가 봐요?
“물론 대부분의 정신질환 특히 우울증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으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울증이나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 경우에는 이게 신경 전달 물질에 이상도 있다 보니까 약을 안 먹어도 괜찮은 분이 아예 없지는 않고 물론 또 한 번만 발병하고 또 계속 괜찮은 분들도 좀 있습니다. 근데 되게 세 번 이상 재발하고 이런 분들은 약을 끊으면 하루 이틀은 괜찮아도 몇 달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재발하는 경우가 워낙에 많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사실 몇 년 동안 사고 난 대부분의 경우가 치료 중단되고 약을 안 먹을 때 생겼기 때문에는 해외에서도 위기 쉼터를 이용하는 사람이건 또는 외래 치료지원제 대상이 되면 그 경우는 약은 꼭 드시게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약의 용량을 줄이고 부작용 조절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꾸준히 복용하면서 다른 정신 사회적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잖아요. 이런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보세요?
“정말 중요한 말씀이고요. 사실 이럴 때 정신질환이 있다고 비난만 하고 편견만 나빠지면 결국 이분들이 더 숨거든요. 괴로워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도움과 치료를 받지 못하면 오히려 사고는 더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누구나 편견과 차별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는 사회로 나가는 것이 모두가 안전하고 또 질환으로 인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 지금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와서 더 불안하게 하는 것 같아요, 살인 예고 글 쓰는 사람 대부분 잡으면 장난이었다고 하는 것 같거든요. 살인 예고 올리는 건 모방 심리가 작용하는 걸까요?
“그중에 일부는 119에 장난 전화하듯이 개인적 일탈 수준도 있겠고 실제로 광장히 심각한 범죄자도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면서 요즘 예고를 했죠. 근데 이게 결국은 고도화된 산업사회에 SNS로만 소통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영국에서도 외로움부 장관을 만들기도 했고요. 일본에서도 고립 고독사 대책실을 만들기도 했었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어디선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로워하고 분노를 키우는 사람이 분명히 있죠. SNS로만 소통하면서 이들에 대한 대책도 포괄적으로 함께 마련돼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 살인 예고 글 올리는 게 대부분 10대로 알고 있거든요.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10~20대가 더 SNS 사용 비중도 높고 거기에 자신의 변에도 잘 울리고 또 이러한 심지어 살인 예고 글도 10~20대가 높은데 맨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코로나 이후에 이 세대가 가장 타격을 받기도 했고 또 이제 핵가족화되면서 굉장히 고민이 많은 세대이기도 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늘 수 있기 때문에 청년 세대 청소년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정부는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 사형제 부활이나 감형 없는 무기징역제 도입 등 처벌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분명 처벌을 강화해서 막을 수 있는 범죄가 있을 겁니다. 그것들은 또 법하시는 분들이 하실 일이라고 보고요. 하지만 중증 정신질환과 관련된 범죄는 처벌 강화한다고 예방하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빨리 발견해서 치료하는 게 더 사회적으로 이득이고 물론 아주 예외적으로 폭력적인 정신질환 있습니다. 소아성애 경우에 한정해 해외에서도 사법 정신 체계에서 다루고요. 사후 치료감호라고 해서 이런 사람들은 양형 기간이 끝나도 사회로 돌려보낼지 말지를 새로 판단하거든요. 그만큼 또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중증 정신질환은 이게 망상과 환청에 의한 것인데 처벌 강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것보다는 빨리 치료할 수 있는 쪽으로 시스템 갖추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 연이은 흉기 난동 사건으로 시민 대부분 불안감을 호소하잖아요. 예전에는 사람 많은 곳은 그래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불안하고요, 지금 같은 때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이런 충격적인 사고에 많은 분이 불안, 우울, 분노를 호소하시는데 당연한 정상적인 반응이 ‘우리 사회가 안전한가. 정말 위험한 게 아닌가’라는 질문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시기에 우리는 새로운 위협의 원인을 제대로 쳐다봐야 합니다. 그래야 대책도 세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만큼 고통스럽지만 원인을 충분히 조사하고 과학적인 대책을 세워가면서, 또 한편으로는 우리 주변에 뭔가 분노와 절망을 키워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죠. 이제 우리 사회가 가족의 힘만으로 서로를 돌볼 수 없다면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 차별이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돼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