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최근 치러진 새만금잼버리대회 실패 이후 전북은 조롱거리로 전락하면서 도민 분들도 조롱에 대한 수치심으로 참담한 심정일 것입니다. 사실 잘못된 실패에 대한 책임은 감사를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이러한 준비 부족에 대한 우려는 행사가 시작하기 전에 이미 지역민들은 다 알고 있었고, 지역 언론에서도 수차례 문제점을 지적하였건만 정치인들과 공직자들만 안이한 자세로 대처하다가 이런 처참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14일)은 참담한 전북에 희망의 불씨를 밝혀줄 등불을 찾아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과거 ‘역전의 명수’ 군산상일고(전 군산상고)와 ‘인천항의 자존심’ 인천고가 대통령배 왕좌를 두고 격돌하는 날이라 군산상일고를 응원하기 위하여 목동구장에 나왔습니다. 두 학교는 모두 인천과 군산이라는 항구도시의 야구 명문으로 유명하며, 두 학교 모두 상업학교에서 인문계로 전환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인천고는 오래전에 상고의 기능을 갖고 있던 학교에서 인문계로 전환하였고, 군산상일고는 최근에 상고에서 인문계로 전환한 학교로 야구팬들에게는 ‘군산상고’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학교입니다. 군산(群山)이란 도시는 근대사적으로 볼 때 일제의 쌀 수탈 흔적이 짙게 드리운 곳입니다.

비옥한 벌판 옥구평야와 만경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연간 200만석씩 실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군산에는 장미동(藏米洞)처럼 쌀 미(米)자 들어간 지명이 많습니다. 그 이후 군산은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오랜 세월 성장이 멈춘 도시였다가 서해안 시대니, 새만금 개발이니 해서 다시 떠들썩해지면서 조선소가 들어서고 자동차 회사도 생겼으며 일제 유산들이 근대 문화 탐방지로 뜨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군산은 떠났던 현대중공업이 일부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형편에, 한국GM 공장까지 폐쇄되어 군산시 경제 규모가 크게 줄어든 형편입니다. 그리고 군산은 항구도시로 군산항은 평택항과 광양항 사이 중간에 놓여있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하여 한마디로 샌드위치 형국입니다.

세 곳이 같은 서해안의 항구이긴 하지만 물동량이나 경제 규모 등으로 볼 때는 군산항은 반 정도 밖에 안되는 거 같습니다. 군산항의 현주소가 어쩌면 전북의 현주소이며 전북의 자화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군산이 좀 발전할 거 같으면 인근의 익산이 견제하고, 도청 소재지인 전주 또한 군산의 발전을 경계하는 거 같고, 새만금 시설 관할을 놓고는 김제시와 갈등하는 등 인근 도시들의 태클로 인하여 군산의 발전은 더딘 거 같습니다.

그리고 ‘군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역전의 명수' 군산상일고(군산상고) 야구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경기는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양 팀 모두 자신의 모교와 지역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군산상일고가 역전의 명수답게 역전하고 다시 동점에서 9회말에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여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오늘 최선을 다한 양팀 선수들에게 한없는 찬사와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군산상일고(군산상고) 야구부가 오늘의 우승을 계기로 야구 명문의 영광을 되살려 고교 야구에서 우승하여 어려움에 직면한 군산시민은 물론 잼버리 실패로 상처받은 전북도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주어 전북이 잼보리의 늪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와 다시 활기찬 전북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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