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직의 축구 이야기

‘전주성’ 주인 현대, ‘수원성’ 주인 삼성 '무승부'...전북 3위, 수원 '강등권 탈출' 실패 

전북의 8번 백승호(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의 8번 백승호(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새만금 잼버리가 끝나고 태풍 ‘카눈’도 비교적 순하게 지나갔다. 그리고 하나원큐 K리그1 2023 26라운드 경기가 예정대로 12일 저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졌다. 하마터면 제대로 열리지 못했을 경기였다. 총체적인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을 드러낸 잼버리 행사의 유탄이 전북 현대로 튀었기 때문이다. 새만금 잼버리의 마지막을 장식한 폐영식과 K팝 콘서트는 최종적으로 전주월드컵경기장 대신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진행되었다. 하지만 전북은 9일로 예정됐던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FA컵 준결승전을 미뤄야 했다.

홈팀 전북이나 원정팀 수원 모두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전북은 홈 10연승에 도전하는 한편, 격차가 벌어진 선두 울산 추격에 고삐를 당겨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라운드 수원FC와의 ‘수원 더비’에서 패한 수원은 강등권인 리그 11위에 위치해 있어 승리가 간절했다.

최근 10경기 상대 전적은 8승 1무 1패로 전북이 압도적 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북의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4-4-2 전형으로 김병수 수원 감독은 4-3-3 전형으로 전반을 시작했다. 전북은 홍정호와 정태욱을 중앙 수비로 세우고, 정우재와 안현범을 좌우 수비수로 배치했다. 박진섭과 보아텡이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백승호와 이동준이 좌우 날개로 출격했다. 박재용이 최전방 공격수로 뛰고 골문은 김정훈이 지켰다.

수원은 김태환 한호강 김주원 장호익이 4백을 형성하고, 고승범 카즈키 바시니가 중원에 위치했다. 공격 1선은 김주찬 웨릭포포 이상민의 몫이었다. 안찬기가 수문장으로 나섰다. 전반 4분 만에 수원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닥쳤다. 경합 도중 쓰러진 이상민이 더 뛰지 못하고 김경중으로 교체됐다. 전북이 밀어붙이고 수원은 끈끈하게 버텨내는 양상이 펼쳐졌다.

전북의 가나 출신 보아텡이 공격과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선제골은 수원의 몫이었다. 30분, 코너킥 상황에서 카즈키의 크로스를 한호강이 펄쩍 뛰어오르며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출렁였다. 이후 연이은 슛과 날카로운 크로스로 본인의 클래스를 보여준 백승호의 분전에도 전북의 만회골은 나오지 않았다. 수원이 1:0으로 앞선 채 전반이 끝났다.

무더운 날씨 속 1만 4,216명 관중 전주성 찾아

동점골의 주인공 한교원(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동점골의 주인공 한교원(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후반 시작하면서 전북은 하파 실바와 이동준이 나가고 한교원과 문선민이 들어와 좌우 날개로 뛰었다. 백승호는 중원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수원도 김주찬 대신 아코스티를 들여보냈다. 팽팽한 흐름이 계속됐다. 61분, 전북이 박진섭을 빼고 구스타보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4분 뒤 문전 혼전 상황에서 한교원의 동점골이 터졌다. 경기장 분위기가 뜨거워진 가운데, 전북과 수원 모두 다섯 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골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승점 1점을 나눠 가졌다. 전북보다는 원정팀 수원이 만족할만한 결과였다. 전북은 홈에서의 10연승이 무산되고, 오랜 부상에서 돌아온 홍정호가 종료 직전 연거푸 옐로카드를 받아 다음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경기 뒤 두 팀의 순위는 극명하게 갈렸다. 전북은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이 가능한 리그 3위를 유지했다. 반면 수원은 곧바로 K리그 2로 강등당하는 12위로 팀 순위가 떨어졌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이날 1만 4,216명의 관중이 전주성을 찾아 경기를 지켜봤다.

/김병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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