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세계잼버리 행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책임 문제에 대한 기사들이 언론에서 흘러나오고 SNS에도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올 초 신문기사를 검색해보니 조직위는 그동안 여가부 장관과 김윤덕 국회의원이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해왔으나 행사의 성공 개최를 위해 행안부 장관과 문체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추가 선임하면서 5인의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행사 성공을 위해 공동위원장을 늘렸지만 결과는 정반대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심리상 공동위원장이 많으면 서로 우리쪽에서 안해도 저쪽에서 잘하겠지 하며 책임 의식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니 공동위원장이 많을 경우에는 사전에 각자 책임져야 할 업무영역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번 행사가 성공할 것 같았으면 서로 자신의 공이라고 공치사를 남발했을 거 같은데 이제는 책임을 따져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거 같습니다. 46년 전 고교시절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 건물만 달랑 있고 강당 같은 부대시설이 없어 행사를 할 경우 학교 인근에 있던 전주의 어느 여자공등학교 강당을 이용하였습니다.

당시 여고 정문에는 영문으로 "Everybody's Business Is Nobody's Business"라는 서양의 속담이 새겨진 게시판이 하나 서있었습니다. 즉 “공동의 책임은 무책임이다”란 의미로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책임만 나의 책임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고, 공동의 책임은 내 책임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구를 정작 당시 해당 여고를 다녔던 분들은 몇이나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명문학교에 있던 글이니 훌륭한 말씀이라 믿으며 머릿속에 넣고 아직도 기억하며 동창들을 만나면 그때의 이야기를 합니다. 역시 공부는 주워들은 게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잼버리 행사의 경우도 정부인 여가부를 비롯환 행안부, 문체부와 개최지 주체인 전라북도청과 부안군청, 행사 진행 주체인 한국보이스카웃연맹 간의 분명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는지를 따지고, 역할 별로 잘못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로 남의 탓만 할 게 아니라 '내 탓이요!' 하는 자세를 가지고 잘못된 부분을 점검해서 다음에 다시는 이런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지금 같이 전부 '네 탓이요!' 하게 되면 다음에도 이런 실수는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리고 여가부 장관이 안전한 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폭염과 폭우에 대한 대비책을 강화하겠다고 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도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 정도일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공무원들의 조직 생리를 보면 여가부에서는 당시 장관이 국회에서 답변을 한 내용이니 여가부 직원이 전북도청에 폭염과 폭우에 대비하라고 공문으로 지시를 내렸을 것이며, 전북도청에서는 다시 부안군청에 똑같은 지시를 내리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그러나 만일 전북도청이나 부안군청에서 폭염과 폭우에 대한 대비 예산을 여가부에 요청을 했는데 지원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크게 물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여가부 공무원이 얼마나 되나 하고 알아보니 281명이고, 전북도청 공무원이 1,306명, 부안군청 공무원이 1,194명인 점을 감안하면 여가부에서 직접 새만금에 내려와 상주하며 행사를 점검할 인력이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새만금잼버리의 마지막 행사인 폐영식과 함께 K-팝 공연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연다고 하니 멋진 공연을 펼쳐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청소년들이 그동안 힘들고 불편했던 부정적인 한국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잊어버리고 안전하게 각자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원해봅니다.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