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극우적인 행보가 우려를 낳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는가 하면 통일부 장관에 대북 강경파로 극우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하고 통일부를 북한 지원부로 규정했다.
30년 동안 검사만 해서일까? 윤 대통령은 뭐든 이분법으로 가르려는 모습이 읽힌다. 어떻게 봐야 할지 조언을 듣기 위해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근처 커피숍에서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을 만났다. 다음은 왕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윤 대통령 발언, 보수 유튜버들 주장과 많이 일치...보수 유튜버들이 하는 말들, 자기 신념에 의해서 하는 얘기”

- 최근 들어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쎄진 것 같아요. 대통령실에선 부인했습니다만 문재인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다든지 통일부를 북한지원부였단 식으로 주장하는 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대통령실에서 부인했다고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전 정부 외교 정책을 반국가 세력의 정책이라는 식의 비난을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 대해 반국가세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극단적인 국론 분열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개탄스럽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발언 취소하고 대외 정책에 대해 초당적인 지지와 협력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 통합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이 밀이 이해 안 되는 게 윤 대통령은 전 정부 검찰총장이었잖아요. 그럼, 반국가세력 검찰총장이었단 건가요?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문재인 정부에서 최상급 공직자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던 정책이 반국가 세력이니 뭐니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아요. 제가 볼 때는 이런 식으로 외교를 진단하고 접근하는 것은 1차원적인 것이고, 시대착오적이고, 자해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쳐야 합니다.”
- 왜 이렇게 말했을까요?
“대통령 연설은 기본적으로 참모들이 기초를 다 작성하고 다른 참모들도 검토에 참여하고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재가를 해서 완성됩니다. 그래서 아마도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참모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또 윤 대통령 발언은 보수 유튜버들 주장과 많이 일치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유튜브를 보고 대외 정책 현안을 판단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보수 유튜버분들이 하는 말씀들은 자기 신념에 의해서 하는 얘기지, 사실과 진실에 근거해 하는 객관적인 진단이나 평가는 아닙니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 주장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볼 수 있죠.”
“한국 정부가 북한 제재 풀어달라고 읍소하는 상황은 가능하지 않은 상황”
- 윤 대통령은 전 정부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했다고 했는데 맞나요?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자로서 20년 동안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을 취재해 보도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정부나 바이든 정부에 대해서 북한 제재 해제를 위해 읍소 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국제 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정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도 참여하고, 한국 정부가 동의하는 범위 안에서 제재가 이뤄집니다. 한국 정부 의사에 반해서 북한에 대한 제재가 진행되는 것은 쉽지 않고, 매우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제재 풀어달라고 읍소하는 상황은 제가 아는 범위에서 가능하지 않습니다.”
-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나 바이든 대통령도 종전선언에 동의하지 않았나요?
“사실 종전선언은 미국 정부가 주장한 거예요. 2006년 11월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종전선언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발언한 것이 공식적으로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제기된 최초의 종전선언 아이디어 제안이에요.”
- 우리 국민 대부분은 종전선언이 문재인 정부 때 나온 걸로 아는데, 아닌가요?
“잘못 아는 거예요. 2006년도 11월 베트남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려요. 그때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종전선언을 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 것이 최초 사례고 그 이후에 노무현 대통령이 정교하게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그다음 해 2007년도 10월에 북한을 방문해서 10.4 공동선언을 만들 때 종전선언 조항이 들어가요.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하고서 한 10년 훨씬 지난 다음 일이에요.”
- 보수 측에서는 북한에 핵이 있기 때문에 종전선언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핵무기 문제가 심각할수록 한반도 평화 체제가 중요하고 북핵 문제 해결이 필요합니다. 북핵 문제 해결 하려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하는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려면 평화협정도 필요하고, 북미 수교도 필요합니다. 문제는 누가 먼저 해야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평화협정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핵무기를 포기하기가 어렵고 미국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 안 했는데 평화협정을 먼저 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쟁 종식시키는 방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선언하는 종전선언 먼저 하자는 것입니다.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전쟁 종식 방법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평화협정을 만들어 내기 위한 협상이 시작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완결이 아니고 평화협정의 협상을 시작하는 개시 선언이에요.”
- 종전선언이 유엔사 해체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던데.
“전혀 사실이 아니죠. 아까 말했다시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 그리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6년에 제안했던 종전선언 또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했던 종전선언과 맥을 같이 합니다.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문서, 즉 평화협정을 만들기 위해서 협상을 개시하는 의미로서의 정치적 선언입니다. 종전선언이 된다고 해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않았고, 정전협정 체제가 유지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유엔 사령부 임무가 정전협정 관리입니다. 그런데 평화협정이 맺어지기 전까지는 정전협정 체제가 유지가 됩니다. 그런데 유엔사가 없으면 정전협정 관리 주체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종전선언이 된다고 해도 유엔사는 없어지지도 않고, 없어져서도 안 됩니다.”
- 종전선언을 하면 전쟁 끝난 거고 정전협정은 필요 없는 거 아닌가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종전선언은 그것이 아닙니다. 종전 선언으로 정전협정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상상하는 시나리오일 뿐입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조지 W. 부시,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선언은 그것이 아닙니다. 전쟁을 끝내자는 정치적인 선언 하고 구체적인 평화 협정 만들어 내기 위해 협상 시작하자는 선언인 거예요. 다만,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유엔사 폐지는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평화협정이 체결돼 있고, 북한과 미국이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전제돼 있습니다.”
- 미군은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있는 건가요. 아니면 미국의 필요에 의해 있는 건가요?
“주한미군은 한국이 초청해서 주둔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1953년의 일이에요. 전쟁이 끝나고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철수하지 말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러므로 미군은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주둔한다고 보는 것이 명백합니다. 다만, 1991년에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이 철수해도 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고, 미국도 철수 의사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냉전 종식 이후에는 미국도 한국 주둔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 미국이 자선 사업가 하는 아니잖아요. 우리 때문에 자기 돈 들여서 있을 정도는 아닌 거로 알거든요. 미국의 이익이 없으면 있을까 하죠.
“물론입니다. 저도 그 점에 대해선 100% 동감합니다. 미국이 착한 나라기 때문에 한국에 주둔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은 이익을 중시하는 나라예요. 그래서 이익이 있으면 움직이고 이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익에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계산이 있고 단기적인 차원의 이익 계산이 있어요.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이익이 일치할 수도 있고, 불일치할 수도 있어서 사안마다 다르게 생각해야 합니다. 어찌 됐든 어떤 나라도 순수하게 착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통일부가 대북 지원부라면 내각 전체가 대북 지원 내각이라고 하는 말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돼”

- 통일부 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한 건 어떻게 보세요?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김영호 교수는 남북 관계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이 계시면 남북 관계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저는 우려 해요. 보수 진영에서는 그동안 통일부가 북한에 대해서 비굴한 태도를 보였고, 그래서 남북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부는 북한에 당당한 태도를 보여야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어요. 근데 그런 식의 인식이나 접근은 실제 현장 상황하고는 매우 다른 얘기예요. 그런 차원에서 김영호 교수가 과거에는 개인 차원에서 강경 보수 의견을 지지했다고 해도 통일부 장관이 되시면 원래 통일부의 고유 역할에 맞게 대화와 협상의 채널로서 역할 해주기를 바라죠.”
- 윤 대통령 말은 지금까지 통일부가 북한 지원부였기 때문에 그걸 바꿔야 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통일부에 대해서 북한 지원부 이런 식의 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 통일부가 뭘 하는 부서인지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통일부가 대북 지원부 역할을 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남북 관계는 기본적으로 통일부가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거든요. 내각 전체가 관여합니다. 그래서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이 다 전담 부서지만, 경제 지원이나 협력 문제는 경제 부처가 담당해요. 다양한 부처의 대북 정책을 취합하고 통합해서 구체적으로 북한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하는 게 통일부예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외교부나 국방부, 경제 관련 부처는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통일부는 대화와 소통 채널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통일부가 대북 지원부라면 내각 전체가 대북 지원 내각이라고 하는 말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돼요.”
- 보수 측에서는 통일은 흡수 통일밖에 방법 없다고 하는데, 맞나요?
“대한민국 헌법 제4조를 보면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돼 있어요. 평화적 통일에는 흡수통일이 배제된 말이에요. 그러니까 자유와 민주에 기초하는 것도 조건에 들어있지만, 평화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것도 조건에 들어있어요. 흡수통일은 대한민국 헌법 위반이에요.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이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이에요. 그건 흡수통일 개념이 0.1%도 없어요.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 단계에 이어 남북 연합을 거쳐서 남북통일 국가를 만들어 가고 이 모든 것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하기로 돼 있어요.”
-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통일부 폐지하려고 했는데 못 했고 유명무실화했죠. 연장선상일까요?
“이명박 정부 때 통일부 폐지론이 나온 거는 첫째로는 정부조직법 개편을 위해 협상 카드로 얘기한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전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친북 좌경 정권이라고 비판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정책에서 180도 선회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좀 과격한 조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김대중 정부 시기와 노무현 정부 시기에 통일부가 득세하고 외교부가 위축됐던 상황에 대해서 외교부 출신 세력들이 복수한 거예요. 세 가지 요인이 뭉쳐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요. 그리고 외교부 출신들이 그쪽을 보복하겠다는 의지도 없어요. 윤석열 정부가 대북 정책이 변경됐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전할 필요도 없어요. 이미 다 알아요. 그러니까 통일부를 폐지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은 대신 통일부 역할을 변경시켜서 남북 관계에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정책, 단호한 정책,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는 정책 기조에 맞춰서 통일부가 협조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바꿔야죠. 그런 차원에서 통일부를 정상화시킨다는 말로 통일부와의 역할과 임무를 변경시키는 거예요.”
- 그러나 지금 국제정세는 달라지지 않나요? 일본과 북한만 하더라고 대화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북한과 일본 관계는 두고 봐야 되는데 최근에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굉장히 강화하려고 하고 있고요.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북 경제 제재 풀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봐야 되고요. 심지어 일본과도 외교 관계를 수립해서 대규모 경제 지원을 받아낼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게 과연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돼요.
그런데 남북 대화를 통해서 문제 풀어나가겠다는 생각은 아예 안 하고 있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 심지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통해서 북한이 남북 간 체제 경쟁의 압박 상태에서 해방이 돼서 북한이 독자적으로 국가 발전을 한다는 새로운 구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중시해야 합니다. 이런 점이 방치되면 남북의 분단 상황은 더욱 고착화되는 거예요.”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