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소식을 접한 지 3개월 만에 일부 새마을금고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늘며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을 보인다는 불안한 소식을 접합니다. 

그러자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이 합동 브리핑을 열고 새마을금고 이용자들의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고 필요시 정부 차입으로 유동성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기관에서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문제의 발단이 시작된 것입니다.

PF 방식 거래 늘린 게 화근...잠재적 부실 2금융권들 타격 우려

새마을금고중앙회 중앙본부 전경(사진=새마을금고 중앙회 제공)
새마을금고중앙회 중앙본부 전경(사진=새마을금고 중앙회 제공)

금융기관은 고금리로 끌어들인 예금을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서는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여 고금리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도 고금리로 예치한 예금을 고금리로 운영하려고 투자자산을 찾다 보니 저축은행에서도 취급하지 않은 안전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PF 대출을 공격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부실화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상업용 부동산이나 수익형 부동산은 시행부터 PF로 많이 알려진 이른바 부동산 PF 대출에 의존해 진행됩니다. 그런데 고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있고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발생하다 보니 바로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진 셈입니다.

지금은 새마을금고에서 취급한 PF 대출 부실 이야기만 나오고 있으나 조만간 시간이 지나면 현재 물밑에 잠재해 있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PF 대출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만일 건설사들이 무너지면 많은 금융기관이 위기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동안 1금융권의 은행들은 안전한 아파트 주택담보 대출에 경쟁력이 있어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는 고금리 예금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별수 없이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 PF 대출에 투자하게 되고 이게 잘못되자 제일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새마을금고를 포함하면 19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새마을금고의 PF 대출 잔액 약 57조원에 이른다니 전체 금융기관의 약 30%를 새마을금고가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금융감독원과 행정안전부 그리고 한국은행까지 직접 나서서 금융위기설을 진화하고 있는 걸 보면 그만큼 시장이 불안하다는 얘깁니다. 언론에 올라온 기사들을 보면 금융감독원 내에서도 쉬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하니 심각한 모양입니다.

이러한 건설금융의 위기는 고금리의 영향도 크지만, 일부 금융기관에서 부동산 상승기에 한몫 잡아보겠다고 아직 짓지도 않은 부동산의 수익성만 보고 돈을 빌려주고, 수익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이른바 PF 방식 거래를 늘린 게 화근이 된 형국입니다.앞으로 잠재적인 부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은행들이 연기 및 상환유예를 했던 약 37조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면 금융위기는 금융권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 관계자나 금융감독당국 그리고 특히 금융기관에서 위기의식을 갖지 않고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인 거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자산이 크면 망할 염려가 없다고 하는데 올해 3월 자산 277조원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이틀 만에 파산한 사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새마을금고, 협동조합으로서 지역에 기반을 두고 고객 밀착형 서비스 제공해야 

우리의 경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 되어 있어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뱅크런의 속도가 훨씬 더 빠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예전에는 조직의 자산이 너무 크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커서 정부에서 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대마불사 (Too Big To Fail)"가 대세였는지 모르겠으나,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대마필패 (Too Big Is Bound To Fail)"의 세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과거 IMF외환위기 당시 모든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이 많아 망할 지경이 되어 수십 조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겨우 연명하는 처지였는데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주겠다는 공적자금도 거절하고도 여기까지 성장하였는데 최근에 새마을금고의 대출 부실이 시중의 화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새마을금고가 채권 등 안정적인 전통 자산보다는 부동산과 기업금융, 인프라, 사모펀드(PEF) 등 대체투자의 비중을 확대해서 수익률을 높이고 자산 규모를 끌어올리려고 했다가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겪게 되는 시련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새마을금고의 감독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감독원으로 옮기자는 주장이 많이 나오는데 과거 망한 많은 대한민국의 은행들도 다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았지만 망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으면 일반 시중은행과 다를 게 하나도 없어 다른 은행들처럼 도산할 가능성만 높아질 것 같으니 새마을금고는 지금처럼 행정안전부 감독 하에 두고 협동조합으로서 지역에 기반을 두고 고객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활동을 하는 금융기관의 역할을 다하면 절대 부실화 될 염려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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