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영화 '수라' 예고편 한 장면(유튜브 캡처)
영화 '수라' 예고편 한 장면(유튜브 캡처)

예전에는 '김제 심포항'에서도 맛있는 해산물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새만금방조제 안쪽이라서 다 문을 닫았지요부안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넓은 곳이었답니다. 지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된 고창갯벌 보다 더 넓었다고요.

33.9km로 세계에서 제일 긴 새만금 방조제를 만들어 세계 최고의 환경 파괴를 한 곳, 갯벌에 살던 생명체들은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곳,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러시아와 알래스카로 날아가던 도요새들이 중간에 쉬어갔던 갯벌이 없어지자 죽거나 개체 수가 줄어들어 문제가 된 곳.

1991년 시작된 새만금 방조제는 30여년이 지난 세월 동안 과연 이 공사를 잘 한 일인지 이렇게 자연을 거스르는 공사를 해 놓고 무슨 덕을 볼지 늘 무겁게 가슴을 누릅니다. 전북에서는 새만금공사를 해야 전북이 잘 살 수 있으리라는 여론을 만들어 환경이나 생태 이야기를 하면 '매국노' 취급을 했던 아픈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황윤 감독은 2003년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 등 전북 부안의 해창갯벌을 출발해 서울 청와대까지 '3보 1배'를 하는 과정을 보고 새만금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목숨을 걸고 '삼보일배'를 하신 분들께 늦게나마 참으로 애쓰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수라' 예고편 한 장면(유튜브 캡처)
영화 '수라' 예고편 한 장면(유튜브 캡처)

다큐 영화를 찍던 이강길 감독이 만든 영화에 류기화 씨 등 갯벌에서 조개를 잡아 팔고 물고기를 잡던 어민들이 항의하고 해상 시위를 하는 장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막이 공사가 진행되는 장면 등이 나옵니다. 2006년에는 대법원이 “새만금사업을 중단할 정도로 사업계획의 경제적 타당성이 낮거나 환경 파괴 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결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2006년 전북 부안에 살던 어민 류기화 씨가 바다에서 세상을 떠난 것은 예고하지 않고 갑자기 수문을 열어서 사고가 났고 황 감독은 새만금을 기억에서 지우려 했다고요. 이강길 감독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니 참 슬픈 일들이 많았네요.

2014년 군산에 이사 온 황윤 감독은 새만금 방조제를 막은 후 새만금에 갯벌은 없어졌고 더 이상 생명체들이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오동필 단장을 따라갔다가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150여 마리가 물고기를 잡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고, 매달 한번씩 만나서 갯벌에 살고 있는 새들과 생명체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과 오동필 단장의 열정과 수고를 보고 감동합니다. 저도 감동했습니다.

영화 '수라' 예고편 한 장면(유튜브 캡처)
영화 '수라' 예고편 한 장면(유튜브 캡처)

아들 도영이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과 같이 군산 수라갯벌에 나가서 만난 검은머리갈매기, 흰발농게, 수십 종의 새들을 보고 기록하며 7년 간 작업하여 만든 영화입니다. 물을 가둬 두니 썩어서 시민들과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수문을 열어서 해수유통을 시키라고 오랜 기간 주장하여 10여년 만에 바닷물이 들어오자 갯벌에서 살아 있던 흰발농게를 찾아낸 장면은 감동적입니다.

정부는 군산공항 옆에 있는 수라갯벌에 새만금신공항을 짓겠다고 했지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갯벌의 생명을 만나온 오동필 단장의 아들 승준 씨가 멸종위기 2급인 쇠검은머리쑥새의 노랫소리를 녹음하고자 새벽부터 애쓰는데 군산공항에서 뜬 미군 전투기의 굉음때문에 실패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 '수라' 예고편 한 장면(유튜브 캡처)
영화 '수라' 예고편 한 장면(유튜브 캡처)

새의 모습을 보고도 이름을 모르는 우리와는 달리 승준 씨는 그 많은 새 소리 속에서 쇠검은머리쑥새의 소리를 기어코 녹음했으니 참 대단합니다. 이곳을 매립해서 새만금신공항을 세우는 것은 막아야지요. 

눈이 오는 날 눈을 맞으며 카메라를 세우고 촬영하는 황윤 감독의 모습, 마른 갯벌에서도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새들, 드론으로 찍은 갯벌 등 아름답고도 훌륭한 작품 입니다.

해창갯벌에서 세계잼버리대회를 한다고 장승을 치우라고 하자 새로 세우는 행사를 할 때 제가 아는 박윤희 선생님이 노래하는 장면이 나와 반가웠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던 죄로 수라갯벌에 남은 생명체들을 기록한다는 오동필 단장과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참으로 훌륭합니다. 꼭 보시면 좋은 영화입니다. 

/글·사진=문아경(전주시민·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