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계 이슈
전북지역 주요 일간지에서 3~5년 경력을 쌓은 기자들이 통신사와 방송사, 서울 등 수도권 일간지로 이동하는 사례가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경력기자 부족난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 바람에 남아 있는 기자들 사이에는 극심한 '자괴감'과 '사기 저하'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올해 창간 73년째로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전북일보는 최근 잦은 경력기자들의 이직으로 극심한 내부 기자 부족난을 겪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창간 35주년을 맞은 전북도민일보 역시 잇따른 경력기자 이직으로 어려움을 겪는 등 대부분 지역 일간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JTV 기자 채용에 전북일보 경력기자 응시 합격...‘경력기자 부족난’ 갈수록 심각
12일 전북의소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JTV전주방송이 ‘2년 이상의 신문 및 방송 취재기자’ 모집 공고를 통해 서류전형과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한 경력기자는 전북일보 현직 경력기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자는 전북일보에서 5년 이상 편집국 기자로 근무해 온 베테랑 경력기자란 점에서 가뜩이나 경력기자가 부족한 전북일보는 더욱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됐다.
이 외에도 전북일보는 최근 1~2년 사이에 경력기자들 중에서 통신사와 수도권 일간지 등으로 잇따라 이직을 한 사례들이 있다. 이 때문에 경력기자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형국이지만 이 같은 경력기자 부족난은 지역 언론계에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전북도민일보도 최근 경력기자들 중 통신사와 서울 일간지 지역주재기자로 이직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빈 경력기자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또 다른 지역 일간지 출신 경력기자를 채용하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 방송사 간 이직 현상도 눈에 띈다. 이번에 신입 및 경력기자를 모집한 JTV전주방송은 최근 1~2년 사이에 경력기자 이직·사퇴로 기자 부족난을 겪어왔다. 특히 여성 경력기자 2명이 잇따라 사퇴를 한 해당 방송사는 결국 빈 자리를 지역 일간지 경력기자 출신으로 메우는 모양새가 됐다.
경력기자 이직·사퇴 줄이어 ‘사기 저하’...지역 일간지들 ‘노동조합’ 없어 처우 개선 더욱 어려움

이처럼 통신사와 방송사, 서울 및 수도권 일간지들에게 경력기자들을 잇따라 빼앗기고 있는 지역 일간지들의 종사자들 사이에는 사기 저하를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지역 일간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가장 큰 경력기자 이직 요인으로는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환경이 꼽히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언론사 측의 노력은 극히 저조한데다 종사자들의 낮은 임금 인상을 위해 사측과 협상 등의 노력을 해야할 노동조합마저 대부분 지역 일간지들 내부에 결성되지 않아 개선은 더욱 요원하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 서울에 본사를 둔 일간지들 중 전북지역 주재기자들의 정년이 임박한 기자가 3-4명에 이르면서 이 자리를 누가 메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 일간지 경력기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자들 사이에 치열한 눈치전이 펼쳐지는 등 다른 한쪽에선 경력기자 부족난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서울 언론들 중에서 최근 정년퇴직을 한 K신문사 전북주재기자(부국장)를 비롯해 곧 정년을 맞게 될 H신문사와 M신문사의 전북주재기자들은 모두 전북지역 일간지 출신들이란 점에서 후임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낮은 급여·많은 업무량’...가장 큰 이직 요인

이처럼 지역 일간지에서 다른 언론사로 이직이 잦은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낮은 급여와 상대적으로 많은 업무량(취재 및 기사 작성 외에 회사의 부차적 업무 포함)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 본사를 둔 일간지에서 2~3년 이상 경력을 쌓은 기자들이 서울에 본사를 둔 지역의 통신사나 다른 일간지 또는 방송사로 이동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일간지가 17개(2022년 등록 기준)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전북지역에서 같은 일간지로 이동하는 경우도 잦다.
이에 대해 한 지역 일간지 경력기자는 “지역의 메이저급 일간지 경력기자가 다른 언론사로 움직이면 그 연쇄적인 파급은 다른 마이너급 언론사들에게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며 “아무래도 급여 등 복지혜택 수준과 일의 강도에 따라 이직하는 경우가 비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한 이직 경력기자는 “지역 일간지에서 일하는 업무시간과 취재의 양에 비해 훨씬 덜하기 때문에 매력을 느껴 이직을 선택했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기자들일수록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언젠가는 다른 곳에서 새롭게 도전하고 일해 보고 싶은 욕망이 훨씬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