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직의 축구 이야기

시즌 최다 관중 들어찬 ‘전주성’ 승리...함성 폭발
6월 3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전주성)에서 전북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6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울산 현대를 상대한 전북은 홈 팬들에게 2:0의 짜릿한 승리를 선물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팬들의 응원가와 함성이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날 전주성에는 27,797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경기장 4면이 초록색 유니폼으로 가득 찼고 많은 수의 울산 팬들도 원정 응원석을 채웠다. 유럽 빅 클럽의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열기가 전주성에 가득했다.
K리그를 이끄는 두 팀의 통산 110번째 ‘현대가 더비’였다. 두 팀은 지금까지 서로에게 40승 40패 29무승부로 팽팽했다. 이날의 승리로 전북이 한걸음 앞서가게 됐다. 하지만 올 시즌은 양 팀의 처지가 사뭇 달랐다. 15라운드를 치른 결과 울산은 승점 38점으로 2위권 팀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질주하는 중이다. 우승을 두고 경쟁할 것이라는 예상이 무색하게 전북은 승점 18점으로 7위에 머물고 있다. 들쭉날쭉한 경기력과 성적 부진은 결국 김상식 감독을 사임에 이르게 했다.
조규성 다이빙 헤더로 결승골...전북 현대 110번째 ‘현대가 더비’ 승리
전북과 울산 모두 4-2-3-1(4-5-1) 전형으로 전반을 시작했다. 전북은 브라질 3인방인 안드레 루이스, 하파 실바, 구스타보가 동시 선발 출전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들과 함께 20세 오재혁이 공격을 이끌었다. 박진섭과 류재문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고 김진수 구자룡 정태욱 정우재가 수비라인에 섰다. 골문은 김정훈이 지켰다.
울산은 주민규가 최전방에서 골을 노렸다. 바코 김민혁 황재환이 공격 2선에 섰고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박용우 이청용이 나섰다. 이명재 정승현 김기희 설영우가 수비진을 구성하고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 몫이었다. 전반 27분 울산의 홍명보 감독이 22세 황재환을 빼고 스웨덴 국적의 루빅손을 들여보냈다. 5분 뒤 전북의 김두현 감독 대행은 부상을 당한 안드레 루이스 대신 송민규를 투입했다. 전반은 대체로 울산이 우세하게 경기를 이끌었다. 울산은 6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슈팅 수에서도 앞섰다. 하지만 골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 시작되면서 전북이 하파 실바를 빼고 조규성을 투입했다. 울산은 전반에 뛴 선수들이 그대로 나왔다. 후반 20분 양 팀이 동시에 선수를 교체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전북에선 아마노 준과 문선민이, 울산에선 마틴 아담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울산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아마노 준이 투입되자 울산 응원석에서는 야유가, 전북 응원석에서는 아마노 준을 연호하는 함성이 터졌다. 32분 울산의 엄원상이 들어왔다. 3분 뒤 전북의 박진섭이 부상으로 나가고 김건웅이 들어왔다.
38분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아마노 준의 왼발 크로스를 조규성이 다이빙 헤더로 가져가며 골망을 출렁였다. 주심이 VAR실과 오래 소통했지만 결국 골로 인정됐다. 조규성의 시즌 2호 골이었다. 전주성에 ‘오오렐레’가 울려퍼지고 경기장이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송민규·문선민 쐐기골 합작...전북 2:0 완승
추가시간 6분이 주어지고 송민규가 경고를 받았다. 추가시간 4분에 문선민이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자 전주성이 다시 한 번 폭발했다. 문선민은 도움을 준 송민규와 함께 전북의 서포터석 앞에서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전북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이겼다는 뜻에서 경기장을 등지고 오오렐레를 불렀다.
경기가 끝난 뒤 결승골의 주인공 조규성은 “많은 관중들이 오신 홈 경기장에서 이겨 기쁘고, 현대가 더비는 더 간절히 승리하길 원했다. 앞으로도 경기장에서 승리로,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은 이날 K리그1 선두 울산을 상대로 2:0의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면서 지금의 순위가 정상적이지 않음을 보여줬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새 감독이 부임해 선수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팀워크가 살아난다면 얼마든지 더 치고 올라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전북 현대 새 감독 선임, 공식 발표만 남아...'김두현 감독 대행' 거취는 '미정'

승리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게 전북의 현재 사정이다. 김문환 백승호 홍정호 등 팀의 주축 자원들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데 이날도 박진섭과 안드레 루이스가 부상을 당했다. 최상의 전력을 꾸릴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이제 한 경기만 더 치르면 짧은 A매치 휴식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간에 부상을 당한 선수들이 일부라도 돌아오고 팀을 재정비해야 한다. 휴식도 취하고 조직력도 끌어올려야 한다.
현편 김상식 전 감독의 후임으로 루마니아 출신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선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1967년 생인 단 감독은 잉글랜드 첼시와 사우샘프턴 감독을 거쳐 터키와 루마니아 등지에서 클럽 감독을 역임했다. 김두현 감독 대행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전북의 팬들 다수는 위기에 처한 팀을 잘 이끈 김두현 대행이 어떤 식으로건 팀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이날 6월 A매치를 앞둔 국가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이 코치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며 대표팀 자원들의 경기력을 점검했다.
/김병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