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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입구 전경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입구 전경

최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현대차 전주공장) 노동자 4명이 잇따라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일부 지역 방송사들에 의해 보도된 이후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 공장 안에서 연속적으로 같은 종류의 혈액암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회사 측은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인 반면, 현대차 전주공장노동조합(현대차 노조)은 발암물질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것과 연관성이 높다며 산재를 신청해 결과가 주목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산재 신청을 하기로 했다가 돌연 입장을 번복해 미루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다시 근로복지공단을 찾아 산재보상 신청을 하기까지 석연치 않은 일들이 발생해 또 다른 의구심이 제기됐다.

“현대차 전주공장 4명 잇단 혈액암, 실태조사 필요” 두 방송사 보도 후 ‘파장’ 확산

KBS전주총국 5월 30일 뉴스 화면(캡처)
KBS전주총국 5월 30일 뉴스 화면(캡처)

지난달 30일 KBS전주총국과 전주MBC는 ‘현대차 노동자 잇단 ‘암 발병’…“실태조사 필요”‘, ’"작년에만 혈액암 4명"...현대차 전주공장 산재?‘란 제목으로 각각 첫 보도를 한 이후 2일까지 연일 속보로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4일 해당 방송사들의 관련 뉴스와 현대차 전주공장 및 노조 등에 따르면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도장 업무를 해오던 노동자 4명이 지난해부터 잇따라 혈액암에 걸려 노조 등이 자체 조사한 결과, 노동자들이 쓰는 용액에서 1군 발암물질이 확인됐다.

암에 걸린 노동자는 30대 2명, 40대 1명, 50대 1명으로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 사이에 6개월 동안 잇따라 혈액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현대차 전주공장 내 버스팀 소속으로 4명 중 1명은 30년 동안 해당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차 전주공장 측은 “노조 등이 주장하는 해당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의혹 해소를 위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반박해 정확한 진상조사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상태다. 따라서 현대차 전주공장 내부 일터 환경과 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현대차 노조 번복 후 3일 만에 '혈액암' 노동자 4명 산재보상 신청...왜?

전주MBC 6월 2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6월 2일 뉴스 화면(캡처)

그러나 혈액암에 걸린 노동자 4명에 대한 산재보상 신청이 뒤늦은 이달 2일 완료된 데다 앞서 지난달 30일 현대차 노조 측은 산재 신청을 하기로 했다가 번복한 후 3일 만에 신청이 이뤄진 것이어서 이를 두고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혈액암 노동자를 지원하던 노조 측이 본사와의 추가 협상을 이유로 돌연 노동자들을 돌려보내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노사관계에서 여러 애로사항이 있었다"며 "자세한 합의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다 노조는 2일 혈액암에 걸린 노동자 4명에 대한 산재보상을 위해 전주시 근로복지공단 전주지사를 직접 찾아 산재보상 신청을 마쳤다. 이날 노조 측은 “작업장 내 혈액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벤젠이 검출됐다”며 “직업적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는 "산재 신청과 별도로 노사합동으로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발암물질 사용 의혹 해소를 위한 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다만 노조와의 합의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혀 여전히 의구심을 남겼다.

“추가 협상 이유로 혈액암 노동자들 돌려보내 논란?”...노조, 분명한 입장 밝힐 필요

KBS전주총국 6월 2일 뉴스 화면(캡처)
KBS전주총국 6월 2일 뉴스 화면(캡처)

이에 대해 해당 뉴스를 집중 취재·보도해 온 방송사들은 “버스 도장업무를 하던 노동자 4명이 혈액암에 걸렸다고 밝힌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가 당초 산재 신청 예정이었던 지난달 30일, 회사와의 추가 협상을 이유로 혈액암 노동자들을 돌려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해 노조 측의 분명한 입장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한 일터에서 고농도 화학물질에 노출돼 '직업성 암'에 걸렸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한 산재 신청에 나선 현대차 전주공장 노동자들은 집단 혈액암과 직업 연관성이 인정될 경우 적지 않은 충격과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근로복지공단 "역학조사 등 거쳐 산재 승인 여부 결정"...결과 ’촉각‘

공장 노동자들 사이에는 “암에 걸린 동료 노동자들이 페인트와 시너 등을 다루는 도장업무를 짧게는 4년 6개월, 길게는 30년 넘게 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돼 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현대차 전주공장 노사와 별개로 산재보상 신청을 받은 근로복지공단은 2일 신청 접수를 받은 이후 재해 조사 준비에 들어갔다. 공단은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기관을 동원해 현대차 전주공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한 뒤 산재 승인 여부를 정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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