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서평

‘AI 빅뱅’ 시대가 왔어요. 독일에서는 ‘아비투어’, 즉 대학 입학자격 시험을 인공지능인 ‘챗GPT’로 풀어보았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모든 과목에 합격점수! 아무리 깎아도 점수가 2.0이랍니다. 합격자의 최고 점수가 1.0이고 최저 점수가 4.0이거든요. 2.0이면 정말 우수한 성적이지요.
요즘의 인공지능은 이처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지요. 여기서 한 가지 핵심 질문이 생깁니다. 인공지능에는 과연 어떠한 한계가 있는가? 이런 질문이죠.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에 어떠한 차이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김재인의 새 책은 바로 그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요. 기술변화의 문화적 의미를 탐구한다는 점에 <<AI 빅뱅 - 생성 인공지능과 인문학 르네상스>>의 뜻이 있다고 봅니다.
저자 김재인은 기술을 이해하는 철학자이지요.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현대 과학의 발전 또는 기술의 혁신에 주목했어요. 그가 내린 결론이 궁금하지요. 한 마디로, AI는 “미디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저자가 철학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검토한 결론이 매우 낙관적입니다. AI 빅뱅 시대가 온 것을 너무 두려워 말라, 이것이 오히려 ‘인문학 르네상스’ 시대를 가져올 수 있다. 요약하면 이와 같은 희망의 메시지가 지금 소개하는 김재인의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책의 요지를 조금만 소개할까 합니다. 기왕의 인문학은 ‘언어 문해력’만 강조했을 뿐이고, 수학과 자연과학, 사회과학, 예술, 디지털 등 ‘확장된 문해력’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하거나 무능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입니다. 타당한 말씀이지요.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확장된 인문학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유합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처음부터 분리된 것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억지스러운 분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참된 융합이라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앞으로는, 과거에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러하였던 것처럼 인문, 예술, 과학, 기술 모두에 능한 ‘르네상스형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요구된다는 말씀입니다.
역사를 거슬러 돌아보면, 저자 김재인의 지적처럼 새로운 기술은 항상 인류에게 새로운 두려움의 대상이었지요. 그러나 인류가 새로운 기술을 그런 이유로 포기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금세 인류는 새로운 기술 혁신에 적응하고 새 문명을 탄생시키곤 하였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 한국사회가 걸어온 길만 보아도 어김없는 말씀이죠. 그렇다면 이제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에 잘 스며들게 되리란 점도 명백한 일입니다. 바로 이러한 적응과 수용의 과정에 인문학자들이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강조점입니다. 저는 이 책을 그렇게 읽었어요.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백승종 객원논설위원(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