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현장

김현철 작가의 새 춘향 영정(사진=남원시 제공)
김현철 작가의 새 춘향 영정(사진=남원시 제공)

'친일 논란'으로 62년 만에 새롭게 제작된 남원 광한루원의 춘향 영정이 25일 공개되고 춘향사당에 봉안됐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최초 영정 봉안을 거듭 촉구하고 있고 새 영정에 대한 많은 시민들 반응도 냉랭하다. 

특히 남원시와 남원문화원 등이 4개월 동안 많은 공을 들여 제작해 봉안한 새 춘향 영정에 대해 최초 춘향 영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소설 속 춘향 이미지와는 달리 중년 여성으로 탈바꿈한 춘향의 모습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남원시·남원문화원 새 춘향 영정 봉안...시민단체 “최초 영정 복위해야” 주장 

남원시는 25일 제93회 춘향제 개막과 함께 그동안 왜색 논란으로 철거됐던 춘향 영정을 새로 제작해 공개하고 봉안했다. 이날 봉안식에는 최경식 남원시장을 비롯해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 김현철 작가, 영정자문위원, 남원지역 여학생 등 1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새 춘향 영정을 그린 김현철 작가는 "‘열녀춘향수절가’와 완판본 ‘춘향가’의 첫 대목에 나타난 17세기 전후의 한국적인 여인상을 그려내고자 했다"며 "복식 전문가의 고증과 자문을 거쳐 그려졌고 그동안 영정이나 초상화에서 한 번도 선보이지 않은 낭자머리는 이번 춘향 영정을 통해 처음으로 재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봉안식에서 새 춘향 영정이 공개된 가운데 '최초 영정'을 걸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반발이 계속 이어졌다. 지난 22일부터 광한루원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어 온 최초춘향영정복위시민연대(시민연대)는 ‘최초 춘향 영정’ 봉안을 계속 주장하고 있어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본식 그대로 재현...중년 모습 어색”

최초의 춘향 영정(사진=남우너시 제공)
수장고에 보관 중인 최초의 춘향 영정(사진=남원시 제공)

이날 강경식 시민연대 위원장은 "새로 그렸다는 춘향 영정을 보니까 1939년 일본식 그대로를 재현하고 있다“면서 ”최초 춘향 사당도 복원을 하고 최초 춘향 영정도 복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일부 시민들 사이에는 “새 춘향 영정이 소설 속에 나오는 춘향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며 “중년의 모습으로 변해 어색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친일 논란을 벗게 돼 개운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앞서 남원시는 춘향사당에 봉안했던 춘향 영정이 친일 작가의 작품으로 밝혀지면서 2020년 10월 철거했지만 새 춘향 영정을 두고 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는 새로운 영정 제작이 아닌 박정희 정부 시절에 철거된 뒤 수장고에 보관 중인 최초의 춘향 영정을 다시 봉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 왔다. 

"고증 거쳐 당시 상황 최대한 반영했다” 

                            친일 논란으로 철거된 춘향 영정(사진=남원시 제공)
                            친일 논란으로 철거된 춘향 영정(사진=남원시 제공)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이 올 1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4개월 만에 완성된 새 춘향 영정은 머리에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 뿌리 모양의 죽절비녀를 꽂고 금봉채로 장식한 낭자머리를 하고 있다. 낭자머리는 그동안 춘향 영정이나 초상화에서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남원시는 새 영정에 대해 “당시 젊은 여인의 복식색인 녹의홍상을 기본색으로 한 다홍치마와 연두색 삼회장저고리를 한 모습”이라며 “의복과 머리 모양 등도 고증을 거쳐 당시 상황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