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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자 한국 민주화의 획기적인 디딤돌이 된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이했다. 5월 18일 광주에는 5·18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많은 정치인들이 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미완의 과제들이 산적하다.
누가 시민들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는 지금까지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학살을 승인했던 미국의 책임 역시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S는 <다큐 인사이트>를 통해 5·18 43주년 특집 ‘1980, 로숑과 쇼벨’ 편을 방송해 많은 이목을 끌었다. 지난주 영상을 뜨겁게 달군 방송의 내용과 의미, 시청자들 반응을 톺아본다.

5·18 광주 참상 세계에 알린 ‘꼬마 상주’ 사진 찍은 주인공들...43년 만에 밝혀져
1980년 5월, 군부에 의해 철저히 고립된 광주에 잠입한 두 명의 프랑스 사진기자가 참혹한 항쟁의 역사를 기록한 사진들이 43년 만에 공개됐다. 이들이 당시 찍은 사진들이 5·18의 새로운 진실을 밝힌 내용이란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특히 5·18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한 장의 사진이 방송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43년 전 사진이 촬영된 당시 상황에 대해선 그동안 알려진 바가 없이 사진이 널리 사용됐지만 마침내 사진을 찍은 주인공들이 밝혀졌다. 43년 만에 광주를 찾은 5·18 외신 사진기자 '프랑수아 로숑'과 '패트릭 쇼벨'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이 기억하는 1980년 5월의 광주와 그 모습이 담긴 미공개 사진을 통해 기억해야 할 역사적 진실을 추적한 방송 프로그램은 첫 방영 이후에도 유튜브 채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널리 공유되고 있다. 5월 18일 저녁 10시에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1980, 로숑과 쇼벨’ 편은 43년 만에 '5·18 꼬마 상주'를 촬영한 외신 사진기자들을 찾아낸 것 외에도 '꼬마 상주'의 주인공까지 찾아내 소개해 시선을 끌었다.

특히 5·18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한 장의 사진, 하얀 상복의 어린아이가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있는 이른바 ‘꼬마 상주’ 사진은 그동안 촬영된 당시 상황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기에 더욱 주목 받았다. '이 사진은 누가 촬영했을까?'란 의문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3년에 걸친 취재 과정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5·18 꼬마 상주’ 사진을 독일에서 가져온 가톨릭 사제, 사진을 전시하고 보도했던 사람들, 그리고 사진에 찍힌 당사자조차 정작 누가, 어떻게 이 사진을 촬영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1980년대 국내외 보도와 당시 활동한 사진기자들을 다양한 경로로 추적한 끝에 제작진은 '꼬마 상주' 사진의 작가가 당시 전선 기자로 광주에 급파됐던 '로숑'과 '쇼벨'이라는 사실이 이날 방송을 통해 최초로 알려졌다.
어른 되어 직장·가족 둔 사진 속 주인공, 손 잡으며 눈물...'감동'

당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을 찍은 두 외신 사진기자는 43년 만에 당시 꼬마였던, 지금은 어른이 되어 직장과 가족을 둔 그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적시는 모습에서 묘한 감동과 전율을 안겨주었다. 로숑이 손을 잡으며 눈시울을 붉히자 쇼벨도 “당신이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을 저도 찍었습니다”라며 손을 잡은 채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에서 당시 광주의 참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꼬마 사진’의 주인공이었던 조천호 씨는 이날 방송에서 “당시 사진이 찍혔을 때 기억이 별로 없다”며 “그동안 그 사진이 어떻게 찍히게 됐는지 궁금했는데 드디어 이제야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로숑은 “작은 소년이 어른이 된 모습이 매우 놀랍다”며 “당시 당신은 온전히 혼자였기에 우리는 당신을 돌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답했다.
또 이날 방송에선 당시 어린 나이에 계엄군들에 의해 끌려가 다른 지역의 보호소 등에 맡겨져 행방불명됐던 조영운 씨도 당시 광주에서 찍힌 사진을 보며 “이게 어렸을 때 남은 한 장 밖에 없는 사진이어서 기쁘고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1980년 5월. 군부에 의해 철저하게 고립된 광주에 잠입했던 두 명의 프랑스 사진기자는 이처럼 참혹한 항쟁의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목숨을 걸고 기록했던 그들의 5·18 미공개 사진들이 3년에 걸친 KBS의 취재 끝에 최초로 공개된 것이라고 한다. 43년 만에 세상에 나온 이 사진들을 통해 5·18의 새로운 진실들을 이날 밝혀주었다.
5·18 당시 외신 사진기자로 활약한 로숑은 이날 방송에서 “미국의 뉴스위크에서 의뢰를 받아 취재하러 갔다”며 “이른 아침에 광주 교외에 도착했는데 군인들이 막아섰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로숑과 함께 당시 광주의 현장을 사진으로 남겼던 쇼벨은 현재도 전선 기자로 우크라이나 전장을 취재하는 모습을 이날 방송에서 보여줬다.
쇼벨은 5·18 외신 사진기자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사건을 지워버리려는 어떠한 시도가 있어도 당신들이 조사하고 내 사진들과 우리들의 증언이 있으니 광주에서 싸웠던 분들에 대한 기억은 잊혀질 수 없을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1980년 촬영 1,073장의 5·18 미공개 사진 새롭게 발굴


이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은 두 기자가 1980년에 촬영한 1,073장의 5·18 미공개 사진을 새롭게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 사진들 속에는 전남도청에서 최후 항전 중 숨진 윤상원 열사의 마지막 모습과 광주 YMCA 앞에서 한 청년이 계엄군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참혹한 과정이 최초 사진으로 소개돼 더욱 이목을 끌었다.
송선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 사진을 통해서 YMCA에서 사망자가 최초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며 “단지 시신 또는 입관 상태의 사진만 있는데 사망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최초로 찍은, 최초의 학살 장면을 찍은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쇼벨이 촬영한 5·18 미공개 사진에는 당시 행방불명자 중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의 모습도 담겨있었다. 이날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계엄군에 의해 어린이들이 강제 연행되었다는 주장이 처음 확인됐다. 이번 사진 발굴은 행방불명되었던 아이들의 행적을 찾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5·18진상규명위원회는 행방불명 아동들이 보육시설 입소, 입양되었을 가능성까지 열고 조사를 시작했다.
43년 만에 다시 광주를 찾은 두 5·18 외신 사진기자 로숑과 쇼벨이 기억하는 80년 5월의 광주와 그 모습이 담긴 미공개 사진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진실을 추적한 KBS '다큐 인사이트-1980, 로숑과 쇼벨’은 5월 18일 첫 방영되었지만 지금도 많은 '다시 보기'가 이어지며 공감의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다음은 해당 방송 내용(유튜브 동영상)과 방송 이후 이틀이 지난 20일 SNS를 통해 올라온 댓글들 중 몇 가지 사례를 정리한 내용이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이렇게 잔인무도할 수가?, 언론의 사명은 진실임을 다시 한 번 느껴”...많은 댓글·공감
KBS가 5·18 43주년 특집으로 방송한 ‘다큐 인사이트-1980, 로숑과 쇼벨’ 다시 보기(유튜브 동영상)
“가슴이 너무 뭉클해지는 다큐네요. 남은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끼게 됩니다.”
“1985년 '말지 창간호'에 실렸던 아버지 영정을 든 아이의 사진을 보고 분노했던 너무나도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마침내 그 사진을 찍은 외신기자와 그 아이가 만났군요...눈물이 납니다. 1980년 5월 광주는 영원히 살아 움직입니다.”
“자자손손 꼭봐야할 다큐가 될것같아요. KBS 감사합니다. 언론의 사명은 진실임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프랑스 기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올해 본 다큐 중 너무 뜻깊은 다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사건의 배후를 잘 몰랐던 고등학생이었는데도 눈물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지금 걷고 있는 거리에서 누군가는 죽었고, 그의 희생으로 누릴 수 있는 현재... 기자님들의 말씀을 평생 새기고 싶어요.”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이렇게 잔인무도할 수가?”
“시체를 보고 눈물이 막 쏟아지네요. 어쩜 저리도 처참했는지 악마들이었네요. 당시 군인들은 .제발 용기 내 나와서 용서를 비세요.”
“전쟁터도 아니고 어찌 민간인을 저리 처참하게 살해할 수 있는지 정말 끔찍합니다.”
“광주의 비극을 사진으로 알려준 로숑과 쇼벨에게 감사드려요. 상주 소년과의 만남은 감동입니다.”
“당시 진압군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왜 입 다물고 있나? 대부분 살아있을 텐데…그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다큐 만들어 주세요”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