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터 시선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1년을 맞았지만 공식 기자회견 없이 지나갔다. 그럼에도 대부분 국내 언론들은 아무런 이상 없다는 듯이 윤 대통령 취임 1년 성과와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놓고 제각각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기 바쁘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왜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았는데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침묵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용산시대' 명분도, '도어스테핑'도 사라져 ‘불통’...불안

더욱이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 대신 ‘용산시대’를 열어 많은 우려와 불안을 자아냈지만 그 명분으로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 없음’은 또 다른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됐다.
지난해 취임 초반만 해도 '도어스테핑'으로 불리는 출근길 문답(약식 기자회견)도 하고,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하면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불과 6개월 여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올 초 신년 기자회견도 생략했고,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은 제외하고 이처럼 모든 언론을 상대로 한 공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외신 통해 입장 밝혀 논란·파문...역대 대통령 기자회견 횟수는?

올 신년에는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로 대체했고, 한·일, 한·미 관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시사와 같은 민감한 사안은 외신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통해, 또 미국 방문을 앞두고는 '워싱턴포스트(WP)'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혀 논란과 파문을 일으켰다.
역대 대통령들의 공식 기자회견은 어땠을까?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공식 기자회견 횟수가 150회에 이를 정도로 수시로 기자회견과 토론을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취임 100일, 1994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했다.
앞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동안 신년 기자회견 4회, 취임일을 기준으로 한 기자회견 4회, 국민과의 대화 2회 등을 실시했음에도 취임사에서 밝혔던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보다 '불통의 아이콘'으로 불리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질문지를 사전에 받아서 논란이 됐지만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외면은 검사 시절 소통과 대통령의 소통 방법의 차이를 지나치게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시절 소통은 주로 수사하는 사건과 관련한 것이거나 검찰 내 현안과 관련된 일이 질문이었다면, 대통령이 된 뒤에는 질문의 양과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교, 안보, 국방, 경제, 복지, 인사 등 분야도 다양하고, 내용도 복잡하고, 답변에 따른 파장도 훨씬 크기 때문에 실수가 나오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큰 파장이 일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발언 이후 오히려 소통 약화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너무 많으면 대화하기도 어려우니까 조금씩 나눠 가지고 자리를 한번, 인원이 적어야 김치찌개도 끓이고 하지 않겠어요?"라는 말을 했다. 공식적이고 딱딱한 기자회견보다는 친근하면서 좌중을 끌어가는 그런 자리를 선호한다는 걸 스스로 밝힌 대목이다.
그런데 지난해 8월 17일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언론인 여러분 앞에 자주 서겠다고 약속 드렸습니다. 질문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혀 소통에 큰 기대를 갖게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소통은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일까?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국정 지지율이 33%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주년 지지율과 차이를 보였다.
취임 1년 지지율 역대 대통령 중 하위 두 번째
5일 한국갤럽이 2∼4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는 긍정 33%, 부정 57%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4월 25일∼27일)보다 긍정 평가는 3%p 올랐고, 부정 평가는 6%p 내렸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4월 2주 차인 11∼13일 조사에서 27%를 기록한 뒤 3주 연속 30%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취임 1년 무렵 지지율 33%는 역대 대통령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역대 1년 지지율이 가장 낮은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25%였다.
여론조사 기관과 조사 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역대 대통령 취임 1주년 평균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통령 78%, 김대중 전 대통령 60%, 박근혜 전 대통령 57%, 김영삼 전 대통령 55%, 노태우 전 대통령 45%, 이명박 전 대통령 34%, 노무현 전 대통령 25%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며, 무선(95%)·유선(5%)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9.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국정 지지율이 20%대를 유지하다 30%로 진입한 것을 보면 역대 대통령들 중 최하위라고 봐도 무난할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인 '도어스테핑'을 6개월여 만에 중단한 채 '마이웨이식' 소통, 특정 보수언론 중심 여론전, 심지어 외신을 활용한 여론전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주요 인사 때마다 검찰 출신들이 오르내리며 권력 실세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악영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시대, 낙후 지역에 고성장 산업 유치" 공약...미온적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지역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소통과 공약은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게 이뤄졌을까?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를 약속하며, 기존 산업화 시대에서 낙후됐던 전북 등에 고성장 산업 유치 등을 약속했지만, 실제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윤 정부의 전북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46개 세부과제로 이뤄져 있다. 예산규모만 25조 6,708억원으로 이중 올해 예산 확보액은 9,469억원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그 중 윤 대통령의 전북지역 7대 공약은 ▲새만금 메가시티·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주력산업 육성·신산업특화단지 조성 ▲동서횡단 철도·고속도로 건설 ▲농식품 웰니스 플랫폼 구축 ▲국제태권도사관학교·전북스포츠종합 훈련원 건립 ▲관광산업 활성화·동부권 관광벨트 구축이다.
이 가운데 도민들이 큰 기대를 모았던 금융중심지 지정,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SK새만금데이터 센터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미온적이다. 특히 금융중심지 지정과 관련해서는 부산지역에 산업은행 유치 등 발 빠른 금융중심 지원 정책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지난 3일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및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제 22조에 따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한국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했기에 이를 고시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전 공공기관 결정 취지에 대해 "금융 관련 기관이 집적화돼 있는 부산으로 이전함으로써 유기적 연계·협업 및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남은 임기 '나홀로 소통', ‘삼류 정치’, ‘삼류 인사’ 아니길

앞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산업은행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 의결해 다음 날인 28일 국토부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 바 있다. 이로써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행정 절차는 마무리된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더욱이 전북의 금융도시 지정 공약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지원 방침이나 이행 계획이 오리무중이다. 부산과는 너무 대조적이란 푸념이 나올 정도다. 태권도의 '무주군 성지화'도 최근 세계태권도연맹본부가 강원도 춘천시로 이전, 이마저 무색하게 됐다. 대통령 공약인 무주군 국제태권도사관학교 건립에 시선이 쏠리게 됐지만 짙은 안개 속이기는 마찬가지다.
차제에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더 이상 ‘나홀로 소통’이 아니길, 더 나아가 ‘삼류 정치’와 삼류 인사‘란 소릴 듣지 않기를 많은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