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MBC ‘PD수첩’ 김영원 PD
대장동 개발 비리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만배 씨가 활약한 검찰 등 법조계 로비와 다른 한 축은 성남시에서 인허가받을 때 어떤 로비가 있었는지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인허가와 관련해서 어떻게 나올까?
지난 2일 MBC에서는 < PD수첩> ‘대장동 녹취록, 로비의 로비의 로비’ 편이 방송되었다.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와 공동 기획한 이날 방송에서는 정영학 녹취록을 토대로 대장동 일당이 성남시로부터 인허가받을 당시 어떤 로비가 있었는지 짚어 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영원 PD를 지난 3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대장동 사건, 전국적으로 큰 재개발 사업 현장에서 있을 수 있는 일...정치적인 것을 떠나 다루기로”

- 지난 2일 방송된 MBC < PD수첩> ‘대장동 녹취록, 로비의 로비의 로비’ 편을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약간 아쉬움이 남는 회차인데요. 워낙 대장동 사건이 방대하다 보니까 연루된 사람도 많고 깊숙하게 들어가려면 들어갈 수 있는 내용이 되게 많은데 방대한 걸 처음부터 공부하다 보니까 무엇에 집중해야겠다는 걸 정하는 데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그걸 잘 정리해서 내긴 했지만 영상적으로 구현하는 거에 좀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 화차예요.”
- 이게 정치적인 문제잖아요. 접근하기가 조심스럽진 않았나요?
“저는 아이템 고르고 나서 이건 양쪽 진영에서 어쩌면 다 욕먹을 수도 있는 방송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저희 방송 보시면 연루된 시의원도 정당을 가리지 않거든요. 이건 전국적으로 큰 재개발 사업 현장에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봐요. 그래서 정치적인 것을 떠나서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 대장동 인허가 사건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저희가 3월에 50억 클럽에 대해서 먼저 방송했었잖아요, 당시 구성 작가를 하신 정재홍 작가님이 그때 먼저 정영학 녹취록의 내용을 보셨어요. ‘그 안에는 50억 클럽이라는 한 축도 있지만 지자체의 정치인들과 유동규를 비롯한 기관 사람들에게 로비한 인허가 받기 위한 로비도 있다. 그 하나의 큰 축인데 지금 별로 안 드러나는 것 같다.’라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 그러면 PD님은 이전에 대장동 문제를 어떻게 아셨어요?
“저는 시사 PD니까 시사 프로를 챙겨보는 편이고 매일 뉴스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대장동 대장동 하고 지금 민주당 대표가 그것 때문에 재판 나가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잘 몰랐거든요. 저는 대다수의 일반 시청자가 그 정도로 알고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와 마찬가지인 일반 시청자들의 이 궁금증을 해소하는 방송 만들어 가려고 했어요.”
- 대장동 문제 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많이 떠올리니까 이재명 대표와 연관 있는지 없는지 많이 궁금해하잖아요, 그러나 방송에서는 명확하게 안 나온 것 같아요.
“제가 취재한 걸 종합한 바로 확실한 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신흥동에 있는 1공단을 공원화하는 거에 집중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 공원화 위한 재원을 대장동 사업에서 마련하고자 했다는 것까진 이재명 시장의 계획이 맞았던 것 같고요. 다만 이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사업자들이 들어와서 하게 해주고 이들이 이렇게 많은 이득을 취하게 하는 거에 이재명 시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했는가는 녹취록 보거나 윤정수 전 사장의 얘기 들었을 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에요. 그래서 그건 수사에서 밝혀야 되는 것 같아요.”
- 처음에 뭐부터 취재했나요?
“저도 일단 궁금했던 것 중에는 그분이 정말 안 나오는지 그리고 이재명 대표의 얘기가 정말 안 나오나였어요. 근데 녹취록을 읽은 사람이 ‘안 나오던데요.’라고 한다고 제가 그냥 ‘아 그렇군요’라고 하고 지우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일단 녹취록을 저도 다 읽었고요.”
- 어렵지 않았나요?
“처음엔 어려웠어요. 왜냐면 맥락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거든요. 이들은 자기들이 어떤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전화 통화에서도 정확한 단어들을 쓰지 않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그거는 잘 되고 있냐’라든가 ‘그 의장님’이라든가 자기들끼리 얘기하면서 알아들은 말들을 하지만 그 맥락을 알아야 이게 이 뜻이구나‘를 알 수 있거나 혹은 정영학이 메모 해둔 걸로 힌트를 찾아갈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일단 녹취록을 읽었고 그다음에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름들 찾아서 전화를 좀 걸기 시작했었죠.”
“기막힌 타이밍...준공 앞둔 시점에 대선 레이스가 벌어졌고, 그 안에서 이 사건이 터져”

- 어쩌면 묻힐 이야기였다고 방송에 나오던데 대장동 문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문제 되지 않았나요?
“전에 나온 적이 있긴 한데 거기 담은 의미는 뭐냐면 대선이 다가오잖아요. 그리고 이재명 다시 경기지사가 유력한 대선 후보로 됐잖아요. 대선이 다가오는 것을 생각하면서 ‘우리 빨리 이 사업을 마무리하고 빨리 튀어야 해. 너희들 다 해외 나가 있어’란 말들을 하거든요. 만약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샅샅이 밝혀질 수 있었을까요? 정영학 씨 녹취록도 제출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미리 자기들이 사업을 통해서 얻은 수익 가지고 어디론가 도망쳐서 호의호식하고 살 수도 있었겠죠. 근데 정말 기막힌 타이밍으로 준공을 앞둔 시점에 대선 레이스가 벌어졌고 그 안에서 이 사건이 터졌던 거죠.”
- 자기들도 이게 불법이라는 걸 알았나 봐요?
“그건 적어도 녹취록의 시작부터 이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요.”
- 대선이 다가오는 것을 생각하면서 ‘우리 빨리 이 사업을 마무리하고 빨리 튀어야 해 너희들 다 해외 나가 있어’란 말을 했다고 했잖아요. 이재명 대표와 관련 있어서 이런 얘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가지죠. 대선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든지 아니면 이재명 대표가 당선되면 불리하니까 해외로 나가자로 할 수도 있죠. 어느 쪽이었을까요?
“김만배는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이슈가 터질 수 있다는 걸 예상한 것 같아요. 벌어들인 금액이 너무 컸고, 이미 이 일을 아는 기자들도 많았고요. 김만배가 정영학에게 기자 한 명 처리하면 또 한 명이 나온다며 얘기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대선 과정에서 경선이든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후보 되든 성남시장이었던 당시에 일어난 사안이니 상대편이 문제 삼을 걸 충분히 예상했을 거예요.”
- 정영학 회계사가 통화를 녹음한 거잖아요. 왜 그는 녹음했을까요?
“정영학이 검찰 진술에서 직접 밝힌 바로 정영학, 남욱, 정재창 이 세 사람은 대장동 사업 전에도 이미 개발 사업을 같이 했거든요. 풍동에서 한번 같이 사업을 했는데 그때 남욱 정재창이 정영학과 또 다른 사람을 횡령 혐의로 고발인던가 했어요. 그래서 아차 싶어서 앞으로 녹음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이재명 시장 당시 유동규, 상당한 실세였던 것은 틀림없어”
- 대장동 사업은 남욱, 정재창, 정영학 등 세 사람이 시작한 건가요?
“기존의 C7이라고 지주들에게 토지 사는 작업을 한 회사가 있었죠. 이강길 대표의 C7이 중간에 다른 사람 거쳐서 남욱에게 넘어가고요. 그게 시초가 되죠.”
- 정재창은 거의 안 나온 것 같거든요.
“이건 워낙 할 얘기가 많다 보니 저희가 방송에서 정확하게 짚어주지 못했는데 정재창은 위례 기점으로 김만배에게 자기 지분을 다 팔고 나가요. 그렇기 때문에 뒷부분에서는 더 이상 역할이 없어요.”
- 그럼, 정재창은 대장동과 크게 관련 없나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기 힘들 것 같아요. 다만 정재창은 이들이 로비했다는 걸 다 알잖아요. 그래서 나중에 남욱, 정영학, 김만배를 협박해서 150억 원인가를 받아 가요.”
- 유동규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 시장할 때 실세였던 거죠?
“참 재밌는 게 유동규가 이 대표 처음 만날 당시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이었거든요. 근데 유동규 본인이 말하기는 이재명 시장이 첫 성남시장이 되었을 때 리모델링을 하는 아파트 단지들에 표도 꽤 많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리모델링 정책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많이 얘기했고 실제로 리모델링 세미나 같은 거에도 변호사로서 가서 설명했고 그래서 ‘리모델링 이슈가 있는 아파트 단지들의 표를 많이 받았다. 그리고 그 표를 얻어가게 하는데 내가 조력했다. 내가 그래서 1등 공신처럼 돼서 그 후 이재명 측근이 되었다’라고 얘기해요. 이재명 시장 당시에 유동규가 상당한 실세였던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 유동규는 뇌물을 먼저 대장동 일당에게 요구했나 봐요?
“먼저 세 장을 달라고 하셨다고 남욱이 그렇게 말하죠. 적어도 남옥이 정영학과 통화하면서 유동규가 먼저 세 장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 위례아파트 시행권을 대장동 일당이 유동규에게 받았다고 나오던데 유동규 혼자 결정할 수 있었나요?
“이것도 제가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는데 유동규는 아마 ‘어쨌든 정진상이나 윗선으로 보고는 했다’라고 얘기할 것 같긴 해요. 유동규는 당시 도시개발공사에서도 사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이런저런 결정을 다 했다고 하거든요. 그리고 당시에 이 공모에 다른 사업자들이 참여하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공모를 내고 ‘너네가 들어와. 그래서 뽑을 거야’라는 건 도시개발공사 안에서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해요.”
- 그건 이재명이란 뒷배경이 있으니 가능했지 이재명 시장과 관계가 안 좋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거죠.
“뒷배경에 이재명 시장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은 맞아요. 적어도 그 뒷배경이 되어주신 것에 대해 이재명 시장이 어느 정도 도의적 책임은 있지 않냐고 생각 하고요.”
- 시의원들에게 로비를 많이 한 거 같아요.
“최윤길 의장을 비롯해서 이름이 확실히 등장하는 사람들은 강한구 의원과 윤창근 의원인데 강한구 의원은 일단 ‘김만배로부터 수표 2억 원을 받았는데 그건 수사 보고서에도 다 있고 확실히 증거가 있는 내용인데 이거는 빌린 돈이다.’라고 얘기해요. 김만배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고요. 근데 대신 2억 원이나 빌려주면서 아무것도 담보로 잡지 않았어요.”
“김만배에게 돈 받은 기자들 하나하나 연락 돌리고 취재했는데...다들 취재 거부, 그 부분은 방송에서 빠져”
- 2억 원 빌리면 보통 차용증 쓰지 않나요?
“차용증을 썼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김만배 기자의 수법이에요. 이것도 녹취록에 나오는 얘기인데 ‘야 나는 차용증 쓰고 돈 빌려준다고 해 그래서 내 핸드폰에 이렇게 차용증이 많아’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와요. 나중에 걸리면 빌려준 거라고 하면 되니까요.”
- 유동규가 성남 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임명되어 대장동을 맡아요. 그럼, 이재명 시장은 보고 안 받았을까요?
“받긴 받지 않았을까요. 왜냐하면 대장동은 정말 큰 사업이었으니까요. 근데 유동규가 직보했을지 아니면 유동규가 자기가 엄청 친했다고 말하는 정신상 실장을 통해서 했을지는 명확하지 않아요. 그다음에 보고할 때 이 상세한 사항들을 다 보고했을지 아니면 위법적인 것들은 누락시키고 했을지는 녹취록이 나와 있지 않고 당사자들밖에 모를 내용인 것 같아요.
그런 대목도 있어요. 이재명 당시 시장도 남욱이나 민간사업자들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나 봐요. 그리고 싫어했나 봐요. 그래서 김만배가 ‘야 이재명 시장이 남욱은 싫어하니까 내가 앞에 나서야 돼.’라고요. 그래서 이재명 시장이 어디까지 보고받아서 알고 있었을지 애매해져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단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이런 세상이 드라마나 영화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진짜 실존 한다는 거죠. 이거 그대로 영화 만들 수 있는 정도의 녹취 진술들이거든요. 그리고 이게 과연 대장동에서만 일어났을까죠. 이건 전국의 여러 큰 개발 사업장들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겠더라고요. 왜냐하면 이렇게 해서 이들은 수천억을 벌어갔잖아요. 그걸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래서 대장동이 이번에 정말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아 관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으면 이건 반복될 일이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반복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났던 것 같아요.”
- 취재했는데 방송에 담지 못한 게 있나요?
“저희가 인허가 로비와 기자들에게 한 로비도 살펴봤거든요. 검찰 수사 내용에 김만배에게 돈 받은 기자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하나하나 연락 돌리고 취재했었는데 당연히 다들 취재를 거부하시고 안 받았다고 하셔서 그 부분은 방송에서 빠졌어요.”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