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오늘은 101주년 어린이날입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오월의 푸르디 푸른 하늘 아래 푸른 숲 길로 힘차게 달려 나갔으면 좋겠는데 오늘은 강한 비가 내리고 바람도 세게 분다니 어린이들이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기도 어려운 어린이날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동기관에서 발표하는 아동이 처한 오늘날의 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인 ‘아동행복지수’도 어른들의 과다한 욕심으로 인하여 어린이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나빠진 모양입니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도 억압에 굴하지 않고 세계 최초로 어린이날을 만들고, 어린이 인권 선언을 하는 등 어린이 운동에 앞장선 소파 방정환 선생의 묘소에는 “어린이의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의미로 ‘동심여선(童心如仙)’이란 문구가 새겨긴 조그만 비석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날도 짖궂고 행복지수도 낮다니 하늘을 날아야 할 신선은 고사하고 밖에서 뛰어놀기도 불편한 날입니다. 어린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행복해야 어린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디 부모를 내 맘대로 골라서 태어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힘든 세상 같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들은 인간의 근본을 깊이 생각하면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규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의 어른은 옛날에 어린아이였고, 지금의 어린아이가 어찌 훗날의 어른이 아니겠는가! 하시며 어린 아이의 교육이 가정에서 나라에 이르고 또한 천하에 까지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신 겁니다.

또한 아동 양육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어린 아이의 자연적 성질에 맞추어 성품을 순하게 해주는 점을 강조하며 어린 아이의 놀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일절 해서는 안 되는 점은 유아가 울 때 때리는 일입니다. 소아의 울음은 아이가 천성에 거스르는 불편한 이유를 어머니에게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가 뭣 때문에 불편한가를 파악하라는 것입니다.

오래 전의 어린아이 양육법이라 현재의 자녀 교육 방식과 다를 수 있지만 시대를 떠나 인륜에 대한 가르침이니 공감이 가는 점도 많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제는 봄은 무르익어 가고 주변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빛으로 초록 세상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기의 속살처럼 연하고 부드럽고 다채로운 초록들이 어우러져 빛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봄 햇살에 초록이 여물어 가듯 세상의 모든 어린이의 바람들도 알알이 여물기를 기원하며, 어린이날 오늘 하루라도 운다고 부모에게 맞는 아이가 없었으면 합니다.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