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전북대학교 전경(사진=전북대 제공)
전북대학교 전경(사진=전북대 제공)

'조국 사태'가 불러 온 '입시 불신' 쓰나미...그 후 어떻게? 

2019년 8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된 후 그의 자녀(딸)인 조민 씨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의 핵심에 선 조민 씨는 2019년 8월 당시 한영외국어고등학교,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후 조민 씨에 대해 논문 저자 부당 등재 의혹과 자기소개서 허위 경력 서술 및 이를 통한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부모(아빠) 찬스' 논란으로 확대돼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과 사회 체계 전반에 걸친 논란을 촉발시켰다.

특히 이로 인해 전국 모든 대학이 당시 경쟁적으로 확대 시행했던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전형에 비상이 걸렸다. 입학 지원자들이 제출한 스펙과 관련된 서류에 이른바 불신 현상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과거 실시했던 스펙 중심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시작됐다. '조국 사태'는 이처럼 각 대학의 입시 체계 전반에 '불신'과 '불공정' 논란을 거센 쓰나미처럼 일으켰다.

대학·교육부 “부정 입학”, 검찰·법원 “무혐의”...전북대, 입학 취소 '번복' 불가피 

전주MBC 4월 24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4월 24일 뉴스 화면(캡처)

전북지역의 거점 국립대인 전북대도 쓰나미의 예외 지대가 아니었다. 2019년 '조국 사태'로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던 당시 전북대에도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이 불거져 교육부 감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전북대 농대 이모 교수가 미성년 자녀 2명을 논문 공동저자에 넣어 입시에 활용해 전북대 수시전형으로 합격시켰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 바람에 당시 입학사정관들을 비롯한 대학 입학 관계자와 해당 학과 교수 등이 줄줄이 교육부 특별감사 및 경찰 조사를 강도 높게 받았다. 2019년 해당 교수의 미성년 자녀들의 '공저 논문 등재, 연구 부정 의혹'이 제기되며 불거진 사건은 대학 내부에서 외부로 점점 확산됐다. 

당시 대학 조사위원회는 문제가 된 논문 8편 중 3편을 ‘부당한 저자 표시’로 판단했고, 교육부는 특별감사를 통해 ‘2015~2016학년도 큰사람전형 입시 부적정’ 등을 지적하며 “입학 허가를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학은 2019년 8월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이모 교수의 자녀 A씨에게는 입학 취소 및 제적·졸업 및 학사 취소 처분을, B씨에게는 입학 취소 및 제적 처분을 각각 내렸다. 

이로 인해 전북대는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동저자에 실어 대학 입시에 활용했다’는 교육부 감사결과 부정 입학 교수 자녀 입학 취소 등으로 혹독한 내·외부 감사는 물론 인사 조치, 검·경 수사 등을 받으면서 대학 이미지는 물론 입학 전형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실추됐다. 학생부종합전형 관련 정부 지원금도 끊겼다. 

전북대 입시 부정, 교육부·경찰-검찰 엇갈린 주장

KBS전주총국 4월 24일 뉴스 화면(캡처)
KBS전주총국 4월 24일 뉴스 화면(캡처)

당시 사법당국은 이모 교수가 2013년 5월부터 5년여 간 연구원 인건비 6억 5,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였으나, 자녀들의 부정 입학으로 불똥이 번져 오히려 입시부정 의혹 수사가 더 커진 모양새가 됐다. 대학 내부도 크게 술렁거렸다. 당시 전북대교수비리진상규명학생위원회 등 학생들이 전북대 학생회관 앞에서 비리 교수 징계 및 재발 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를 열기도 했다. 

결국 해당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 고등학생 자녀들을 공저자로 실어 대학 입학 자료로 활용한 혐의로 경찰 조사와 교육부 감사를 받아 직위 해제됐고, 대학은 입시 공정성을 해쳤다며 해당 자녀 2명의 입학을 취소했다. 또 생활기록부에 논문 연구 사실을 기재해준 고등학교 교사들도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교육부-경찰의 조사·수사 결과와는 달리 검찰은 전북대 교수 자녀 입시 부정에 대해 무혐의 조치를 내려 다시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2020년 10월 전주지검은 ‘해당 논문에 자녀들이 참여한 것이 확인됐고, 이 논문이 입시에 제출되기는 했지만 실제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상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주지검은 '전북대 농대 이모 교수가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동저자에 넣어 입시에 활용한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논문에 자녀들이 참여한 것이 확인됐고, 이 논문이 입시에 제출되기는 했지만 실제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상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교육부 감사와 경찰 수사 등을 받아 온 학교 측 관계자들은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논문 비리와 입시 부정을 엄단하겠다던 교육부와 전북대는 입장이 난감해진 상황이 됐다. 

입학 취소 결정에 '행정 소송' 맞서...파장 확산

2019년 7월 19일 전북대학교교수비리진상규명학생위원회 등 학생들이 전북대 학생회관 앞에서 비리 교수 징계 및 재발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며 손 피켓을 들고 있다.(자료사진)
2019년 7월 19일 전북대학교교수비리진상규명학생위원회 등 학생들이 전북대 학생회관 앞에서 비리 교수 징계 및 재발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며 손 피켓을 들고 있다.(자료사진)

전북대 교수 자녀들의 입시비리 등 파생된 대학 내 문제점들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교육부 특별감사에 이어 경찰 수사를 장시간 벌인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해 파장은 다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조국 사태 등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대학 입학 전형의 불신 풍조가 낳은 또 다른 부작용으로 치부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조치들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교수는 자녀들에게 내려진 '입학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대학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당시 이 교수 외에도 교육부 감사 결과 2017년 12월 이후 미성년 공저자 논문은 무더기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5차례에 걸쳐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등록된 연구물 1,033건 중 교수들이 자신의 미성년 자녀나 동료 교수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리는 등 이른바 '미성년 공저자 끼워넣기'를 한 사례가 96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수 3명은 중징계 처분을 받았고, 논문을 활용해 대학에 입학한 자녀 5명은 입학이 취소되는 등 연구된 대학들은 크게 술렁거렸다. 대학별로 보면 서울대가 조사 대상 64건 가운데 22건이 적발돼 적발 건수가 가장 많았고, 연세대 10건, 건국대와 전북대가 각각 8건 적발됐다. 관련 교수는 69명, 관련된 미성년자는 82명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전북대 교수 자녀 입학 취소와 당시 행정 또는 사법처리 과정의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전북대 교수 자녀 입시 부정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의 무혐의 조치에 대해 당시 수차례 내·외부 감사와 조사를 받으며 죄인 취급을 받아온 대학 관계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법원, ‘부정 입학’ 전북대 교수 자녀 2명 입학 취소·제적 처분 '취소' 결정...혼선

전주MBC 2020년 10월 22일 보도(화면 캡쳐)
전주MBC 2020년 10월 22일 보도(화면 캡쳐)

그로부터 4년이 흐른 뒤 ‘아빠 찬스’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어 제적된 전북대 이모 교수의 두 자녀가 법정 다툼에서 결국 승소했다. 전주지법 제1행정부(김행순 부장판사)는 24일 전북대 이모 교수의 자녀 2명이 대학을 상대로 낸 '입학 취소 및 제적 처분 취소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전주지방법원은 지난 2019년 9월 전북대가 이모 교수 자녀인 A씨에게 내렸던 입학 취소 및 제적, 졸업 및 학위 취소 처분과 또 다른 B씨에게 내렸던 입학 취소 및 제적 처분을 각각 취소한다고 이날 밝혔다. 2년 전 전주지검이 수사 결과 밝힌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재판부는 "대학이 원고들에 대해 내린 입학, 제적, 졸업, 학위 취소 처분을 각각 취소한다"고 판결함으로써 전북대 교수 자녀 부정 입학 논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해당 교수 자녀 2명은 2015학년도와 2016학년도 전북대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 중 ‘큰사람전형’에 지원, 연구 부정으로 판정된 논문을 대학 입시자료에 활용해 이 교수가 소속한 학과 등 해당 단과대학에 입학했다. 이중 자녀 A씨는 입시 당시 학생부 교과 성적이 26명 중 19등, 자녀 B씨는 27명 중 15등인데도 서류평가에서 각각 1위와 2위, 면접 전체 1위로 최종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대는 당시 이들이 연구 부정으로 확인된 논문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하는 등 입시에 활용한 점이 입학전형 공정성을 위반한 것이라며 입학 취소 결정 등을 내렸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이 비록 해당 논문의 제1저자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하더라도, 논문에 관한 저자성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학문적 기여를 했으므로 공동저자로서의 자격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대학의 결정으로 A씨가 4년, B씨가 1년 6개월간 수학하며 이수한 학점들이 모두 무효화되고 A씨의 대학원 입학마저 취소되는 결과가 초래됐는데, 이로 인해 이들이 입게 될 불이익이 매우 큰 점 등을 고려할 때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고교·대학 관계자 이미 인사 조치...형평성 논란

전주지방법원 전경
전주지방법원 전경

특히 이날 재판부는 "증거를 종합해 보면 원고들이 논문에 관한 실험을 실제로 수행하고 데이터를 정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는 공동저자 자격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기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행위가 면접 평가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판결은 그동안 많은 다른 유사한 사례들의 조치들과 일치하지 않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다분하다. 당장 이모 교수의 자녀와 관련해 인사 조치를 당한 대학과 해당 고등학교 관계자는 물론 유사한 사례로 입학 취소 처분을 받은 경우와 대별되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지난 2019년 8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된 이후 발생한 ‘조국 사태’의 핵심도 자녀에 대한 논문 저자 부당 등재 의혹과 자기소개서 허위 경력 서술 등에서 비롯됐다.

법원, 조민 씨 부산대 입학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청구 '기각'...고려대, 입학 허가 취소 '법정 공방', 영향 미칠까? 

그런데 전북대 이모 교수 자녀들과 비슷한 시기에 제기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 취소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최근 나왔다. 부산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금덕희)는 올 4월 6일 조씨가 부산대를 상대로 제기한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허가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조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조민)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로 “경력사항 허위 기재와 위조 표창장 제출은 조씨의 어머니에 대한 형사재판 확정판결 등 관련 증거로 충분히 인정된다”며 “원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볼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조씨의 변호인은 “부산대 결정의 위법, 부당함을 다시 다투겠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앞서 고려대도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조민 씨의 입학 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4월 7일 조씨에 대한 입학 허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에서 조씨가 고려대 입시 당시 제출한 학교생활기록부에 문제가 있었다고 파악하고 입학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씨의 고려대 입학은 지난 2010년이었다. 조씨가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4년이 지난 2019년, 아버지인 조국 전 서울대 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자녀인 조씨의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됐다. 

조씨의 부정 입학 논란의 핵심은 논문 저자 부당 등재 의혹과 자기소개서 허위 경력 서술 및 이를 통한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육 정책과 사회 체계 전반에 걸친 논란으로 증폭됐다. 이로 인한 후폭풍은 전 대학가로 확산돼 지금도 그 후유증들이 남아 있다. 따라서 이번 전북대 이모 교수 자녀들의 부정 입학 관련 법원 판결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크게 주목 받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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