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여전히 그들의 눈엔 지역이 '변방'인 이유

축제, 여행, 먹거리, 사고, 화제...

서울의 많은 언론들이 서울지역 이외의 다른 지역 의제를 다루는 소재는 극히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같은 나라 안의 지역들은 먼 변방으로 여겨온 오랜 습속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엔 별 관심이 없다가도 대형사고가 발생하거나, 이색적인 축제가 열리거나, 여행 또는 특이한 먹거리 등을 소개할 때면 지면과 영상에 그 지역에 포커스를 가하곤 한다. 서울지역 외 다른 지역을 변방으로 묶어 하나의 카테고리로 취급하는 인식이 여전히 지면과 인터넷에서 묻어나고 있다.

그런가하면 해당지역 주재기자가 오보를 쓰거나 지역의 반발이 심하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기사를 인터넷에서 슬며시 삭제한 후 다시 침묵, 또는 외면으로 돌아서버린다.

승자독식의 과도한 중앙 집권체제에서 비롯된 오랜 '중앙일극 중심의 시각'이 민선 지방자치시대 7기 중반에 접어든 지금도 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음을 반증해 주는 대목이다. 

서울신문, "여직원 없는 김제시장실, 타 지자체 벤치마킹 대상"이라니... 

최근 서울신문이 김제시장 관련 기사를 올렸다가 문제가 되자 해당 기사를 인터넷 판에서 삭제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대표적 사례이다.

서울신문 7월 15일 인터넷판 기사(전북민언련 자료제공)
서울신문 7월 15일 인터넷판 기사(전북민언련 자료제공)

서울신문은 15일 오전 6시 50분, ‘비서실에 여직원 없애라-‘여직원 없는 김제시장실’ 관심집중‘이란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사를 최초로 올린 후 오전 9시 29분 수정한 흔적이 노출됐었다.

기사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의혹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단체장 비서실에 여직원을 없앤 전북 김제시의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전북 김제시는 2018년 7월 민선 7기 출범부터 시장 비서실에 여직원을 아예 배치하지 않았다”고 썼다.

기사는 이어 “이 같은 방침은 성추문 등 각종 비위 사건과 구설수에 극히 민감한 박준배 시장(초선)의 엄명에 따른 것”이라며 “특히, 여직원 없는 비서실 운영에 입방아를 찧었던 일부 인사들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까지 터지자 일찌기 여직원을 배제한 박준배 시장의 결정에 머리를 끄덕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사는 더 나아가 “뿐만아니라, 성인지 감수성이 유난히 높은 박 시장은 여직원이 혼자 시장실에 결재를 받으러 오는 것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면서 “여직원이 결재를 받아야 할 경우 반드시 남성 상관이나 동료를 동반토록 함으로써 시장실 내에서 발생 가능한 불필요한 억측과 구설수를 차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에서 박준배 김제시장은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여직원과 관련된 사건을 종종 봐왔기 때문에 처음부터 비서실에 여직원을 배치하지 않았다”면서 “남직원들로만 운영되는 비서실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밝혔다.

 비난일자 해명 없이 기사 삭제?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갈무리)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갈무리)

기사는 그러나 화제인물로 묘사하려다 되레 드센 비난의 부메랑을 맞았다. 가뜩이나 김제시의회가 최근 동료 의원들 간의 ‘불륜 스캔들’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지역이다.

집행부 수장인 김제시장의 자극적인 발언이 노출되자 많은 누리꾼들의 비난이 잇따랐다.

더욱이 신문은 기사 말미에서 “여직원 없는 단체장 비서실은 전북에서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것으로 알려져 서울시장 사건 이후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까지 미화해 더욱 화근을 자초했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박준배 김제시장은 서울신문 지역주재 기자와 인터뷰를 하며 여성차별이라는 논란을 낳았다”며 즉각 비판했다.

전북민언련은 모니터 보고에서 “서울신문의 김제시장 관련 보도가 누리꾼은 물론 언론사 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자 해명도 없이 기사를 삭제했다”며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신문 관계자는 ‘지역(본부)에서 데스킹을 거치지 않고 올라온 기사다. 시류와 맞지 않아서 기사를 삭제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삭제된 이유를 밝혔으나 신중하지 못했던 기자의 기사 작성에 대한 공식적 유감 표명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라일보 관련 보도(홈페이지 갈무리)
전라일보 관련 보도(홈페이지 갈무리)

전라일보는 이와 관련해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17일 ‘“비서실에 여직원 없애라” 박준배 시장 성차별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박준배 시장이 서울신문 기사 링크를 자신의 지지자 등이 모여 있는 ‘정의와 경제도약포럼’이라는 SNS 단체대화방에 배포했다”며 “사실상 박준배 김제시장이 해당 보도내용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제시장의 적절하지 않은 발언과 행위에 대한 따가운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닫는 언론들도 문제지만 이를 자극적으로 묘사해 보도하려다 누리꾼들의 반응을 보며 기사의 무게를 저울질하거나 삭제하며 ‘아니면 말고 식’의 행태를 보여준 보도행태, 서울언론의 지역프레임을 다시 한 번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중앙기자', '중앙기자실' 아직도 구태 상존

전북도청 홈페이지
전북도청 홈페이지

서울언론들은 서올지역 외 다른 지역들을 하나의 ‘지역’이란 섹션으로 묶어 인터넷신문과 지면에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전북’의 경우 ‘광주전라’ 또는 ‘호남‘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고작 한 두 건의 극소수 기사들만 취급되어지고 있다. 아예 전북의 카테고리가 없는 언론들도 있다.

그러나 어쩌다 불미스런 사고가 터지거나 서울언론과 직접 관련 있는 행사 또는 지역의 대단위 축제나 행사가 열리면 그 때서야 해당 지역의 이미지와 기사가 지면과 인터넷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고도 각 지역 지자체 또는 관공서에선 ‘중앙기자’, ‘중앙언론’을 내세우며 해당 지역언론사 또는 기자들과는 다른 특별한 취급을 해주기를 요구하거나 별도의 폐쇄된 ‘중앙기자실’이란 공간을 벼슬처럼 차지하며 행세하는 경우가 아직도 있으니 구태도 이런 구태가 없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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