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내년 4월에 실시될 제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제도가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위원장 김영주)가 가동 중인 가운데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가 심각한 지역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석을 대폭 줄이자는 의견이 국민의힘에서 제시되면서 전북의 경우 10석인 현행 국회의석 수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전망이 나온다.
국회, 선거제도 개편 ‘전원위원회’ 연속 개최...인구 감소 지역 의원들 '초비상'

국회는 선거제도 개편을 의제로 열리는 전원위원회에서 지난 10일 무려 28명의 의원들이 주어진 7분의 발언 시간 동안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제안한 3개의 복수안을 포함하여 도농복합선거구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 소선거구제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개방형 정당명부제 등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관한 의원들의 주장과 국회의원 정수의 축소 또는 확대 및 지역 대표성 보장 등에 관한 주제였다.
특히 승자독식의 정치문화 개선, 정치 양극화 해소,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소멸 대응 및 지역주의 완화 등을 위해 국민의 선호에 기반한 정치적·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이 인식을 함께하는 듯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차이를 보이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12일까지 계속 주장과 토론이 이어졌다.
전북지역 의원들 중에는 첫날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남원·임실·순창)이 “인구 50만 이상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고 농어촌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도농 복합 선거구제를 도입해 볼 만하다”고 제안한 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타협의 정치 문화가 촉진될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튿날인 11일에는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익산시갑)이 “1948년 제헌국회는 지역구 국회의원 200석으로 출발하면서 서울, 경기 39석(19.5%), 경남,북은 64석(32%) 전남·북은 51석으로 전제 26%를 차지했는데 40년 후인 1988년 제13대의 경우 수도권 의석은 배가 늘었고, 영남은 2석 증가한데 비해, 호남은 무려 14석이 감소했다”고 문제점을 들었다. 김 의원은 이어 “수도권 의석수는 무려 50%에 가까운데,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현상을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는가?”라고 물은 뒤 “현행 인구 편차 2:1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권역별 비례대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전북지역에서는 3곳의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익산시갑, 남원시·임실군·순창군, 김제시·부안군 등 3곳의 지역구는 인구가 부족해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높은 가운데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강한 문제 제기에 나서 이목을 끌었다.
정운천 의원 “인구 감소 대응, 지역주의 완화 위해 석패율제 도입해야” 주장
이날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석패율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했다. 정 의원은 “2010년 한나라당 후보로 전북도지사 낙선한 이후, 2010년 5회 지방선거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며 “그리고 7년 만에 세 번의 도전 끝에 20대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이는 전북 전주에서 보수정당 후보로는 32년 만에 당선된 것이며 지역주의를 완화하는데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석패율제를 19대, 20대, 21대 총선에 도입했다면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민주당은 경남에서, 소수정당 역시 추가지역에서 의석을 확보해 지역주의 완화에 마중물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실제로 세 번의 총선 시뮬레이션 결과 국민의힘은 전북과 광주·전남, 세종, 제주 등에서 민주당은 대구와 경북·경남, 부산 울산 등에서 1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대한민국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정치가 기울지 않고 바로 서려면 특정 지역에서 1당이 독주하는 선거제도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모두가 지역주의 타파를 일관되게 외치지만 지금까지 지역주의가 극복되지 않은 이유는 결국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2대 총선에서는 반드시 석패율제를 도입해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셋째 날인 12일 전북 출신인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선거제도에서는 그 어떤 여론조사에도 휘둘리지 않는 ‘소선거구제’를 훨씬 더 선호하게 됐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 백가쟁명식으로 제기되고 있는 장황한 선거구제 논의가 실상은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선거 기능은 ‘심판’에 있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심판의 명료성’ 때문”이라며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국회의원 30석 감축안' 제시...참정권 소외 우려
이 같은 인구 감소 지역인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의 주장과 달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국회의원 정수 30석 축소’ 의제를 들고 나와 주목을 끌었다. 특히 김 대표의 안이 현실화할 경우 전북은 인구 비례와 의원 수 정수 감소의 영향으로 최대 2석 이상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와 농어촌 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 대상이 됐다.
국민의힘은 12일 국회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최근 김기현 대표가 제안했던 ‘국회의원 정수 30명 감축안’을 당론으로 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당 지지율 하락 흐름을 반전시키고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개편을 주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그러나 전북의 경우 하한 인구수에 미달한 익산갑과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등 모두 3개 선거구는 물론, 이에 따른 연쇄작용으로 거의 모든 지역구가 살생부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정수 감축 카드를 꺼낸 가운데 정수 감축이 현실화되면 인구가 적은 소지역의 지역 소멸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참정권 소외 문제가 대두됐다.
단순히 인구수 만으로 국회의원을 배치한다면 농어촌이나 산촌 등 소지역의 민의를 대변할 통로가 없어져 지방분권이 흔들리고, 지역균형개발은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의 통계자료 등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인구 감소 지역’은 모두 89곳으로 전북지역은 14개 지역 중 10개 시·군·구(김제, 부안, 정읍, 고창, 임실, 순창, 남원, 장수, 진안, 무주)가 ‘인구 감소 지역’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민의힘 김 대표의 속내는 국회 내 보수 여당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어서 인구 감소 지역 국회의원과 지역 정치권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