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이슈

“피의사실 공표,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에 검찰·언론 한몸”
“검찰과 언론, 실체적 진실 두고 경쟁해야”
한 언론학회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제기된 화두가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공공성특별위원회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언론과 권력’ 3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개검’, ‘기레기...검찰·언론 향한 멸칭, 자업자득”
이날 세미나는 눈에 띄는 주제들이 많았다. 특히 ‘검찰과 언론’이라는 대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신우열 전남대 교수는 ‘전략적 검찰 취재 도구와 언론 논리’, 김재영 충남대 교수와 이서현 제주대 교수는 ‘정의롭다는 착각: 검찰과 언론의 관행 분석’을 주제로 각각 발제해 눈길을 끌었다. 김성순 변호사와 이범준 전 <경향신문> 기자, 이정훈 신한대 교수, 최선영 연세대 교수는 토론을 맡았다.
이날 ‘정의롭다는 착각: 검찰과 언론의 관행 분석’이란 주제의 발제에 언론인들의 관심이 많이 쏠렸다. 발제를 맡은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검찰을 향한 멸칭은 자업자득”이라며 “선출된 권력이 아니면서 막강한 힘을 보유한 검찰은 별건 수사, 기우제식 수사, 보복성 표적 수사, 봐주기 수사를 하는 고장난 저울”이라고 검찰을 비판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언론을 향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언론의 역할은 이러한 검찰 수사에서 작동하는 법과 원칙 이 외의 퇴행적 관행을 감시‧비판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검찰과 언론은 독립성‧합리성‧공정성 등 핵심 가치가 유사하고 신뢰도가 굉장히 낮다는 공통점도 있다. 특히 피의사실 공표와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에 있어 검찰과 언론은 한몸”이라고 주장해 시선을 끌었다.
이어 이서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사법 정보를 독점한 검찰 앞에서 언론은 검찰 관계자라는 익명 취재원과 알려졌다는 식의 무(無)주체 술어를 남발한다”며 "그 결과 언론은 검찰 관계자에 실명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검찰발 보도 관행을 비판했다.
"검찰과 언론, 실체적 진실 두고 경쟁해야 한다”

이어 이 교수는 “발화자는 희미한데, 사회적 파장은 극대화한다”면서 “언론이 검찰에 의해 작업당하는 것”이라고 까지 비판했다. 여기에는 “속도 경쟁, 아니면 말고식 관행, 단독 압박 등이 더해져 정보(뉴스)가 핵심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검찰과 언론은 역할이 다르지만 똑같이 ‘개검’과 ‘기레기’같은 멸칭으로 불리고 있다”며 “검찰 권력의 싹에 물을 준 것은 언론”이라고 지적한 뒤 “이러한 멸칭을 없애기 위해서는 검찰과 언론이 실체적 진실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고 답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 출발은 각자의 적폐 관행을 떨쳐내는 기개와 용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범준 사법전문기자(뉴스타파 객원기자)는 토론에서 “검찰과 언론 모두 도덕적 심판자를 자처하고 있다”며 “검찰은 한 사람의 인생을 부도덕하게 낙인 찍는 여러 방법을 갖고 있는데 언론도 마찬가지다. 지향점이 비슷하다는 점이 서로를 가깝게 만든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신우열 전남대 교수는 ‘전략적 검찰 취재 도구와 언론 논리’ 주제의 발제에서 “검찰 출입-법원 출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한 명의 기자가 기소 전 단계부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따라붙는다”며 “출입처 중심, 전지적 검찰 시점에서 벗어난 이슈 중심의 심층 취재 관행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 교수는 “누구나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세상에서 아직 기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델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