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MBC ‘PD수첩 ’ 김영원·박종은 PD
불과 20년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체벌은 일상이었다. 하지만 체벌이 금지된 이후 학교들이 달라졌다. 최근엔 학생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는 것이 정서적 학대라고 한다. 과연 교사는 어떻게 학생들을 훈육하란 말일까?
지난 7일 MBC <PD수첩>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 편이 방송되었다. 지방의 한 초등학교 교사 사례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몰리는 과정을 추적했다. 취재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아 지난 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 편을 연출한 김영원·박종은 두 PD를 만났다.
“교육기관에서 아동학대 신고 많이 되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아...취재하며 많이 놀라”

- 지난 7일 방송된 MBC <PD수첩>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 편을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김영원 PD(이하 김): “일단 진짜 전국적으로 많은 선생님이 방송을 봐주신 것 같아요. 다들 ‘그동안 교사들끼리만 알았던 얘기를 방송에서 다뤄줘서 고맙다. 우리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라는 말씀들 많이 해 주셔서 보람찬 방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종은 PD:(이하 박): “선생님들이 아동학대 신고를 많이 당한다는 게 국민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알려진 부분이 좋았다는 선생님들의 연락 많이 받아서 의미 있는 방송 했다고 생각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은 교사를 취재하신 거잖아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김: “처음 시작은 저희 제일 마지막 부분에 나갔던 광주 선생님 기사를 보고 시작하게 됐어요. 어떤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고소당하셨는데 그 재판에 1,800명이나 되는 동료 교사들이 탄원서를 썼다고 해요. 사실 1800이라는 숫자는 작은 숫자가 아니잖아요.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저렇게 많은 교사가 동조하고 도우려고 하고 있을까란 생각에 알아보니 전국적으로 이런 사례가 되게 많이 일어나고 있었고요.”
- PD님들은 학교에서의 아동학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김: “사실 저는 이번 취재 전에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아동학대는 보통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나긴 쉽지 않잖아요.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들은 요즘 워낙 많이 이슈가 됐었죠. 하지만 학교는 공개된 공간이잖아요. 거기에 있는 어른들은 다 교육 전문가잖아요. 아동학대가 학교에서 일어난다는 거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박: “정인이 사건 이후에 유치원 보육 기관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 사건은 뉴스의 보도도 많이 되고 조금 알고 있었는데 보육 기관을 넘어서 교육기관에서 아동학대 신고가 많이 되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아서 취재하며 많이 놀라고 배우고 그랬던 것 같아요.”
- 저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기분파 선생님이 계셨거든요. 자기 기분 안 좋으면 무지막지하게 체벌을 가하죠. 그런 것도 사실 학대인데 문제 삼지 않았어요.
김: “저도 학교에서 체벌이 당연시되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고 저희 때야 지각하면 운동장 오리걸음하고 수업 시간에 떠들면 엎드려 뻗쳐 해서 엉덩이 매 맞기도 했었는데 요즘 시대는 그때 생각하시면 완전 180도 다른 것 같아요. 지금 때리는 건 당연히 안 되는 거고 조는 애 깨워도 안 되고 ‘너 잘못했으니까 저기 뒤로 나가서 서 있어’라는 것도 안 되고요. 그리고 심각한 경우는 진짜 ‘누구야 너 지금 잘못한 거야’라고 하면 ‘누구야’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특정시키는 거라서 안 된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 체벌 안 하고 말로 해서 들으면 좋죠. 근데 애들이 들어 먹으니 벌주는 거잖아요. 그걸 하지 말라고 하면 선생님이 애들 통제할 수 없지 않나요?
김: “ 저희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희 방송 중에 나온 영상 중에 보면 아이가 목공용 톱을 가지고 부딪히면서 선생님 위협도 하고 던지기도 하는 장면이 나갔었는데요. 그 상황에서도 선생님은 ‘친구야 그러면 안 되지. 네가 많이 화났구나. 알겠어. 네 얘기를 들어보자’라고 하시거든요. 그리고 그 상황에서조차 언성을 높이면 안 되는 거예요. 언성을 높여서 화내듯이 소리를 지르면 그것도 아이에게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어서 차분한 목소리로 ‘그래. 네가 화났구나.’ 이러신단 말이에요. 그게 지금 선생님들의 현실인 거예요.”
“누가 봐도 ’저걸로 저 교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

-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김: ”전국에 지금 전교조도 있고 교사 노조도 있고 교총이 있잖아요. 그런 단체들 통해서 지금 아동학대로 고소당해서 고통을 겪고 있는 선생님들의 사례가 있는지 수집했죠. 근데 저희와 연락이 닿은 분들은 진짜 소수예요. 왜냐하면 이미 데일 대로 데여서 이걸 어디에 얘기하는 것조차도 굉장히 겁을 많이 내셨어요.”
- 전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이혜숙(가명) 선생님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왜 이걸 처음 꺼낸 건가요?
김: “저희가 봤을 때 전주 선생님 같은 경우 너무 신고당한 내용이 어이없다랄까요. 누가 봐도 ’저걸로 저 사람이 검찰 조사를 받았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례여서 제일 앞단에 보여드렸어요. 호랑이 캐릭터 보셨겠지만 진짜 귀엽거든요. 레드카드 옐로카드라고 하는 거도 손톱만 해요. 그거 옆에 이름표를 붙인 거죠. 근데 그것 때문에 아이가 수치심이 들어서 그것이 아동학대라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전문기관에서는 판단하죠. 근데 이게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판단할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였어요.”
- 저 학교 다닐 때 칠판에 떠든 사람 이름 적는 거 자연스럽게 봤거든요. 근데 요즘 그렇게 하면 정서적 학대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아이가 그걸로 창피함을 느꼈을지는 저희가 판단할 수 없죠. 저희가 이건 방송에 담지 못했지만, 분량이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이들이 그 호랑이 캐릭터를 좋아해서 선생님이 집어넣어 놔도 애들이 꺼내서 ’선생님 이거 붙여놓고 해요‘라고 했었대요. 그걸 재미있게 여기는 아이들도 있고 별로라고 하는 애들도 있었을 수 있어요. 근데 ’나 부끄러웠어. 그래서 오늘 마음이 불편했어요‘라는 거와 ’그래서 이 선생님은 아동을 학대했기 때문에 검찰에 보내야 되‘라는 너무 수위가 다른 일이잖아요.”
- 방송에 나왔는데 그 선생님은 기소유예로 끝났잖아요. 기소유예가 죄는 있지만 여러 상황 참작해서 기소를 안 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검찰은 자문위 핑계 대고 자문위는 검찰 핑계 대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김: “검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가 맞다라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판단했다는 것이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우리는 우리 기준으로 판단하면 이렇다‘는 거죠. 근데 그분들은 이게 또 검찰 수사에 가장 큰 판단 근거가 될리라고까지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 자문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교 폭력 전문인지 아니면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인가요?
김: “보통 가정 내에 아동학대 사건에 전문화가 되어 있다고 보실 수 있겠죠. 실제로 그 전주 선생님 건도 학교에서 일어난 아동에 대한 폭력이다 해서 학교폭력위원회도 열렸어요. 학교폭력위원회에서는 '이건 이 폭력이 아니다'고 판단했어요.”
- 무슨 말인가요?
김: “레드카드, 발꿈치 등의 건에 대해서 이 어머니가 학교폭력과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신고해서, 아동학대 수사가 진행되는 동시에 교육청에서는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를 개최했어요. 그런데 그 학폭위에서는 선생님이 '학생들의 문제행동 교정을 위한 교육적 목적 위해, 이 같은 생활지도 방식을 사용한 것'이라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정내렸어요. 이 자료가 검찰에 들어갔을지, 검찰이 보고도 아동학대라고 판단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 선생님이 아동학대를 했다는 건데, 그게 정서적 학대란 거잖아요. 그런데 고무줄 같아요?
김: “그 판단 기준이 굉장히 애매해요. 신체적 아동학대의 경우 확실한 행위가 눈에 보였을 거고요. 근데 정서적 아동학대의 경우 그거에 준하는 정도의 피해를 아이가 입었을 때 정서적 아동 학대로 본다고 하는데 그 정서적으로 얼마나 피해를 입으면 그거에 준한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그 자체가 굉장히 애매하죠.”
“아이가 제일 의지가 되는 사람이 선생님이어야 되는데 그 선생님을 우리 엄마 아빠가 의심”

- 학부모와 통화하셨잖아요. 어땠나요?
김: “보통 ‘왜 아동학대로 신고하셨어요’라고 여쭈면 ‘이런 이런 일들이 있어서요’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아동학대를 하셨으니까요’라고 하셔서 말문이 막혔죠. 그리고 말씀하시는 내용 중에는 약간 사실관계가 잘못된 그런 것도 되게 많아 보였고 어쨌든 왜 이렇게까지 이걸 끌고 가고 싶어 하실까라는 게 잘 이해가 안 되는 통화였어요.”
- 제가 궁금한 게 그렇게 하면 애들이 뭘 보고 배울까란 것이죠. 부모가 선생님 우습게 알면 애들은 선생님 말 안 듣게 되잖아요.
김: “일차적으로 아이들이 예의 바르고 올바른 시민으로 자라나는 게 잘 안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고요. 저는 진짜 아동학대로 신고한 학부모들의 아이들에 대해서 되게 안타깝게 여겨졌던 건 그러면 이 아이들은 집에서 아마도 그 부모가 계속 선생님 의심하는 태도를 볼 거예요.. 아이들은 어쨌든 자기의 일상 중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죠.
거기서 제일 의지가 되는 사람이 선생님이어야 되는데 그 선생님을 우리 엄마 아빠가 의심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이 아이들한테는 일상이 얼마나 불안할까 싶어요. 물론 선생님이 진짜 잘못하면 케이스가 다르겠죠. 근데 선생님이 어떤 실수를 했거나 작은 트러블을 키웠을 때 아이가 얼마나 힘들까요?”
- 아동학대 문제로 부산의 김은정(가명) 선생님은 극단적 선택을 했던데.
박: “저희가 우연히 제보받았는데 부산에서 2021년 6월에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7월에 이제 극단적 선택을 하신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2, 3주 동안 계속 수소문을 했던 것 같아요. 교직 사회가 좀 폐쇄적이다. 보니까 사람이 죽었는데도 이게 뉴스가 크게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좀 이제 다 같이 취재를 열심히 한 끝에 수소문해서 유가족을 만나 뵙게 됐는데 유가족분들도 아동학대를 어떻게 신고당했는지 이런 부분을 잘 모르더라고요. 선생님이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그런지 모르겠는데 말씀을 잘 안 했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이 좀 많이 인터뷰하면서 좀 안타까웠고 했던 것 같아요.”
-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나요?
박: “아동학대 신고 내용 자체도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저희가 서면으로 된 건 받아볼 수가 없었고요. 그 당시 교장과 교감을 통해서 들었을 때는 방송에 나온 것처럼 아이가 욕을 했는데 그걸 일으켜 세워서 훈육한 부분, 복도에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한 부분, 반성문을 쓴 부분 등에 있어서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권과 아동의 권리, 대척점에 있는 것 아니고 함께 가는 것”

- 최윤정(가명) 선생님 같은 경우 주위 평가와 피해를 주장하는 학부모의 평가가 반대인 것 같던데.
박: “실제로 제가 만나봤을 때 선생님은 문제 일으킨 학생이라고 차별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게 20년 교직 생활을 하시면서 오히려 가정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더 마음을 주고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지도를 했던 게 쌓여서 그 제자들한테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선생님이 이 아이에 대해서 이 아이가 좀 문제를 일으킨다고 특별히 미워하거나 그러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으로 취재를 할 수 있었어요.”
- 왜 아동학대는 중재 시스템이 없나요?
김: “아직 저희는 과도기에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정말 학생들 심하게 체벌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그게 너무 심했기 때문에 지금은 그 어떤 훈육까지도 학대라고 얘기하는 시기가 온 거죠. 그래서 이제 그런 문제들이 대두될 때 학교 혹은 교육청, 교육부 단위에서 이걸 중재해주고 해결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겨야 하는 단계에 온 것 같아요.”
- 취재하며 특별히 느낀 점이 있을까요?
김: “되게 너무 어려운 문제이긴 해요. 어쨌든 아동학대 자체도 심각한 범죄이긴 하잖아요. 저희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거죠. 근데 이걸 강조하다 보니 선생님들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아닌데 선생님들이 굉장히 약자로 몰려 계세요.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고요, 선생님들의 교권을 보호해 준다고 이런 아동학대 사건이 묻히거나 아이들의 인권이 약해지는 게 아니거든요. 근데 그걸 약간 시소에 올려져 있는 것처럼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둘 다 같이 학생들의 인권이고 인권도 보호돼야 잘 이루어지고 교실의 평화가 찾아오고 하지 않겠습니까.”
박: “말씀하신 대로 교권과 아동의 권리가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 가는 것이죠. 오히려 교권도 지켜지고 학생들의 권리도 함께 지켜질 때 교육의 질이 올라가는 거로 생각하거든요. 국민 중에 그게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오히려 양쪽이 함께 같이 가야 된다고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영광 기자
